혼숙의 차이

외로움을 만들지 마세요

by 힐링작업소

지난해 이 맘때쯤..

창문을 열면 어둠에 섞여 분간도 어려운 겨울 밤바다가 비릿한 내음과 파도소리로 인사를 한다. 커튼을 열면 아침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운무가 산을 둘러싸고 있다. 창문 너머 바로 코 앞으로 흐르는 잔잔한 강물과 일정한 거리두기로 서 있는 나무들이 그림같다.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창문을 열어봤자 아파트, 커튼을 젖혀봤자 또 아파트다. 여행지가 아니라 도심 속 호텔 방이란 이야기다. 그것도 혼자서 이 깊은 밤 티비를 켜놓고 리모콘을 돌리고 있다. 즉흥적으로 쉼을 느끼고자 이곳에 찾아 들었는데 할일이 없어 리모콘이나 돌리고 있다. 시간도 아깝고 즉흥적인 나의 행선과 지불한 돈이 후회되기도 한다. 어미너티를 챙기고, 미니바를 제외한 모든 식음료를 다 해치워야 겠다는 소심한 분풀이라도 해야 하나? 소설가 김영하 님의 <호텔이 좋은 이유>에서 나오 듯 오고 가버리면 그만이며 폭신하고 깨끗한 이불의 감촉과 윗풍이나 건조함 없는 쾌적함이 제공되니 돈생각은 그만해야지..그 까이거.. 하지만 내 맘에서 지워낼 수 없는 것!그것은 외로움이다.


라고 썼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난 지금..

창문을 열면 어둠을 지키는 겨울 밤바다가 멋지게 펼쳐져 있다.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밤바람이 방에까지 전달되며 마지막 가을의 운치를 전해준다. 밀린 책 한 권이 친구가 되어주니 리모콘을 돌릴 일도 없다. 내 돈을 낸 것도 아니고, 쉼을 위해 찾아든 것도 아니고, 전화 한 통만 하면 수다를 떨러 내 방에 모여들 동료들도 있다. 시끄러운 밤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밤만은 혼자임을 즐겨야 겠다. 지난해의 외로움은 한가한 일상에 대한 투정이었고, 그 투정을 엉뚱하게 풀어냈다면 오늘은 분주하게 보낸 나에 대한 보상이자 주위로부터 시달려온 나를 토닥토닥 해줄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다. 합리적인 혼숙이다. 혼자이든 둘이든 외로움은 스스로 만드는 것일 수도!

혼자라는 것을 여실히 느껴도 괜찮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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