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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Oct 06. 2021

시발(時發) 요리

#2. 육전

시발(時發) 요리


#2. 육전


남편 혼자의 경제활동으로는 풍족한 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물론 풍족하게 아니 넘치게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고지식한 월급쟁이 남편의 경제활동은 폭이 좁다. 다들 그런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면 아이들은 한우 1등급 안심으로 이유식을 하고 어른들 먹을 고기는 삼겹살 정도 아닐까 한다.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둔 후 각박하리 만큼 사정이 안 좋았을 때가 있었다.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파트타임 이모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돌 전까지.. 그 이후는 독박 육아 ㅜㅜ).. 


이른 이 다 된 친정엄마가 2시간 거리를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셨다. 딸내미 도와준다고. 

내기 지쳐 그런지 엄마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흘렀다. 


“ 사장님? 안심 있어요?”

“오늘 좋은 거 있지. 똑같이 한 근 줄까?”

“네네, 그리고.. 음… 수입육도 있어요?”

“뭐할라고? “

“글쎄요.. 육전이요”


나는 수입 우둔살 한 근을 사 와서 친정엄마에게 육전을 대접했다. 한우도 가격차이 얼마 안 났는데

친정엄마는 연신 ‘맛있다’를 외치시며 한 그릇을 그대로 비우셨다. 


육전은 내게 있어 미안하고 고마운 요리다. 

미안하고 고마운 누군가가 있다면 육전을 대접해 보자. 아마도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될 것이다. 




재료: 소고기 우둔살(홍두깨살이라고도 하고, 기름기가 적은 부위), 계란, 밀가루, 부추, 양파, 청양고추, 설턍, 소금, 참기름, 깨소금 


1.     얇게 썰어온 우둔살은 접시 또는 쟁반에 키친타월을 깔고 그 위에 올려 소금, 후추로 밑간을 약 15~20분 정도 한다. 육향을 싫어하면 요즘 나오는 허브솔트를 써도 좋다. 

2.     계란은 볼에 곱게 푼다. (계란 끈이 없이 풀어야 색이 이쁨) 

3.     밀가루 또는 부침가루를 준비한다. (튀김가루를 조금 섞으면 바삭함이 좋다).

4.     밑간 된 고기에 밀가루, 계란을 순서대로 입혀서 중 약불에 구워낸다. 

5.     육즙 때문에 탈 수 있으니 색깔을 보며 잘 뒤집자(급하면 급한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다 망한다. 그러니 적당한 타이밍 이 중유함)

6.     곁들임을 만들어 보자 

7.     부추는 깨끗이 씻은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르자, 양파도 부추와 같은 길이로 자르자, 청양고추는 취향대로.. 감동을 배로 전달하고 싶음 많이 썰어서 눈물을 보여줘도 됨^^

8.     볼에 고춧가루, 설탕, 소금 약간, 식초 약간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 (비율을 따지자면 1:1:0.5:1.5)

9.     준비된 부추와 양파, 청양고추를 넣고 버무린다. 아기 다루듯 조심조심… 

10.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예쁘게 담아낸다. 


지금은 후회가 된다. 우리 엄마도 한우로 더 맛나게 대접해 드릴걸, 

지금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면 지글지글 육전으로 대접해 보자. 요리할 때 풍기는 냄새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대접을 받고 있다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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