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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Oct 12. 2021

시발(時發) 요리

#3. 고구마순 고등어조림

시발(時發) 요리


#3. 고구마순 고등어조림


도망치듯 했다. 결혼. 모든 게 힘들었다. 일도, 가족도, 사는 것조차도…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7개월에 끝냈다. 그냥 30년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다시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차도, 비행기도 갈 수 없는 곳? 에서 온 남자와 결혼을 했다. 비행기 타고 열세시간 이상  외국은 수십 번씩 가봤어도 우리나라 남쪽은 처음이었다. 낯설었다. 사람도, 말도, 음식도, 결혼한 그 사람도..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 행사가 있었다. 


“고기 좋아하나?”

“네, 좋아하죠.”

“그럼, 저녁에 먹자” 


세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물고기 열댓 종류가 상에 올라왔다. 비린 것을 못 먹는 터라 난감했다. 그중 상 가상 자리에 얼큰한 냄새를 풍기며 나를 위로한 음식이 있었다. ‘고구마순 고등어조림’ 고등어도 비려 못 먹었는데 다행히 고구마순과 각종 야채에 얼큰하게 조려낸 터라 먹을만했다. 복스럽게 흰쌀밥을 한 숟가락 떠서 달큼하게 지져진 고 무마 순을 한 젓가락 올려 먹었다. 


“야야, 니 고등어 좋아하네??” 


그 후 매년 아니, 내가 시댁에 갈 때마다 어머님은 계절에 상관없이 고등어조림을 해주셨다. 계절에 따라 묵은지, 고구마순, 무, 감자 등을 넣어해 주셨다. 첨엔 조림에 야채만 주워 먹다가 이제는 고등어까지 맛있게 먹어치운다. 처음엔 비린 것들이 싫어 젓가락질을 했지만 지금은 나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살면서 가끔 휘청거릴 때 생고등어 한 마리 사서 보글보글 지진다. 




재료: 생고등어, 고구마순, 양파, 청양고추, 대파, 고춧가루, 된장, 진간장 후춧가루, 쌀뜨물, 


1.     생고등어는 구입할 때 조림용으로 손질해 달라고 한다. 

2.     생고등어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닦아 물을 뺀다. 

3.     고구마순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낸다. 

4.     삶아낸 고구마순은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양파는 굵직굵직하게 썰고, 청양고추는 어슷 설기로 한다.

5.     볼에 다진 마늘 2큰술, 고춧가루 4큰술, 된장 1.5큰술, 진간장 2큰술 반, 후춧가루 조금, 참치액 1큰술, 맛술 1큰술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 

6.     만들어진 양념 반을 덜어 손질해둔 채소를 넣고 버무린다. 이때 너무 세게 버무리면 데친 고구마순이 둥글어 질 수 있으니 살살 버무린다. 

7.     손질한 고등어에도 남은 양념 반을 넣어 잠시 재워둔다. 

8.     냄비에 양념한 채소 반을 깔고 위에 고등어를 겹치지 않게 올린다. 그리고 남은 채소 반을 고등어 위에 올린다. 

9.     준비된 쌀뜨물을 냄비에 자작하게 부어 센 불에 끓인다. 

10.  팔팔 끓어오를 때까지는 냄비 뚜껑을 열고 끓인다.(그래야 비린맛이 날아간다.) 

11.  끓기 시작하면 약 5분 후 중불로 조정해서 약 20분 정도 뚜껑을 덮고 끓인다. 

12.  국물이 자작자작 해지면 썰어둔 대파를 넣고 뚜껑을 닫고 약 5~10분 정도 약불로 끓인다. 

13.  중간중간 간을 보며 짜면 물 조금 더, 싱거우면 소금 조금, 아참, 달달함이 필요하다면 설탕 반 큰 술 정도 넣어도 감칠맛이 좋다. 

14.  커다란 그릇에 먹기 좋게 담아내고 따끈한 흰쌀밥이랑 먹어보자. 


낯섦과 어색함에 다른 것을 선택할 때는 진심이 담기기 쉽지 않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진심이 와닿을 때는 묵직한 감동에 ‘하~~’ 감탄사 조차 나오질 않는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 중 하나가 ‘Soul food’가 아닐까 한다. ‘엄마 밥’이 늘 그립고 생각나는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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