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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Oct 13. 2021

시발(時發) 요리

#4. 방울토마토 절임

시발(時發) 요리


#4. 방울토마토 절임 


‘생각’하고 싶을 때가 있다.. 머릿속을 가득 매운 오만가지 생각들을 하지 않기 위해 생각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머릿속의 생각이 넘쳐나면 몸의 마디마디가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것들을 떨쳐내 보려 요가도 해보고 명상도 해봤지만, 


“머릿속의 생각을 비우고 의식을 코끝에 집중해 보세요’’

“코로 호흡하고 코로 내쉬고, 코로 호흡하고 코로 내쉬고” 

“의식의 흐름을 내 봄 단전으로 가져갑니다.”


하루는 눈을 뜨고 봤다. 다른 분들은 생각을 비우고 ‘의식’이란 것을 코끝으로 가져갔다가 단전으로 가져갔다가 다음은 어디로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나의 의식은 나를 닮아 고집불통인지 도무지 움직이질 않았다. 머릿속에 명치에 콕 박혀서 존버 하고 있었다. 젠장, 


나는 토마토가 싫다. 정체가 불분명해서. 

과일도 아닌데 과일가게에도 있고 채소인데 채소로 알아봐 주질 않는 이들이 많고 몸에 좋은데 겪어 보지도 않고 내치는 이들도 있고. 아참, 과일 옆에 있고 싶어 있는 것도 아닌데 형형색색 달콤한 향을 풍기는 과일들의 비아냥 거리는 소리도 듣는다. 그래서 싫다. 토마토가 


여름의 어느 날 길가에 할머니가 방울토마토 두 바구니를 바닥에 놓고 오고 가는 이들의 얼굴을 살핀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주름진 얼굴에 주름을 한껏 더해 웃으며 ‘눈빛 호객’을 하시길래 냉큼 6천 원 주고 사들고 왔다. 한동안 까만 봉지 속 방울토마토를 쳐다보다 생각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토마토로 가장 오래 번거롭게 만들 수 있는 토마토 절임을 하기 시작했다. 오롯이 토마토와 채소들로만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살짝 익혀 올리브 오일과 곁들이면 체내 흡수도 좋다고 한다. 효능을 말이 필요 없다. 


바질은 두통, 신경과민, 구내염, 진정, 살균, 불면증에 효능이 있고 수유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치매에도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의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재료: 방울토마토, 생바질 (없으면 드라이 바질을 써도 무관함), 양파, 마늘,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올리고당 조금 


1.     방울 토마는 식초 서너 방울을 떨어 뜨린 물에 약 10분간 담가 두었다가 깨끗이 헹궈낸다. 

2.     헹궈낸 방울 토마는 원하는 곳에 살짝 칼집을 낸다. 뭐 반드시 둥근 앞부분에 낼 이유는 없다. 내 생각대로 ^^ 

3.     냄비에 소금 한 두 꼬집 넣고 물을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상처 난 방울토마토를 넣어 데쳐낸다. (껍질이 말려 올라오기 시작할 때쯤, 상처 난 아이를 너무 오래 두면 상처가 곪아 뭉그러진다. 상처 난 마음처럼) 

4.     생바질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잘게 썬다. 

5.     마늘은 적당한 크기로 채를 썰고, 마늘은 편 썰기로 준비한다. 

6.     데친 방울토마토는 살랑거리는 바람에 한 김 식힌다. 

7.     식은 방울토마토의 껍질을 조심스레 다 벗겨낸다. – 난 이때 생각을 한다. 한알 한 알 껍질을 벗기며 머릿속의 오만가지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 생각으로 지운다. 가끔 물컹거려 모양이 틀어져 버리기도 하고, 고집스레 벗겨지지 않기도 하고, 한 번에 쏙 벗겨지기도 하고 생각에 껍질이 붙어 쌓여 나간다. 

8.     커다란 볼에 말끔해진 방울토마토, 초록빛의 바질, 초승달처럼 반짝이는 양파, 작아서 지나쳐질까 향내 풍기는 마늘을 넣는다. 

9.     올리브 오일을 자작자작할게 붓는다. 소금 한 꼬집, 올리고당 조금, 발사믹 식초 조금 넣고 설렁설렁 무심하게 섞어 준다. (취향에 따라 통후추를 조금 갈아 넣어도 좋다) 

10.  투명한 유리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하루 이틀 숙성이 되면 서로 애지중지 아껴 그런지 맛이 듬뿍 배어 있다. 

11.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좋고 아이들 반찬으로도 좋다. 또한 여러 종류의 빵과도 잘 어울린다. 


나는 토마토가 좋다. 너무나 잘났는데도 소박하다. 자리가 아니어도 불평하지 않고 나름 잘 버틴다. 과일이라 해도 채소라 해도 토마토는 토마토라서 좋다. 어렵지 않아서 좋다. 발그레 수줍어하듯 붉어진  색이 좋다. 멋쟁이 토마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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