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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Nov 02. 2021

시발(時發) 요리

#5. 꽃게탕

시발(時發) 요리


#5. 꽂게탕


가을은 모든 것이 물들어 간다. 나뭇잎도 고단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한 없이 물들어간다. 황금빛 일렁이는 논, 여름의 뿌연 하늘은 높다랗게 파랗게 물들어 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의 마음은 커다란 풍선에 보이지 않은 바늘구멍인 양 한 없이 무언가 사그라든다. 


‘ 가을 탄다, 마음이 허하다. ‘ 


이상하다. 인간은 왜 자연과 반대 사이클로 돌아가는지. 


가을엔 꽃게가 제철이라 한다. 봄엔 알이 꽉 찬 암 꽂게, 가을엔 살이 꽉 찬 수게가 제맛이라고 한다. 그런데 난 봄엔 절대 꽃게를 안 먹는다. 자식 품은 어미의 맘은 다 같지 않을까 해서… 

가을엔 살이 꽉 찬 꽃게 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 


부부 싸움해서 속이 터져버릴 거 같고 잠자고 있는 남편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싶다면 싱싱하게 살아 있는 가을 꽃게를 사서 꽃게탕을 끓여 보자. 이상하게 속이 시원하다. 툭, 반토막을 냈을 때.. 


꽃게에는 타우린이 함유돼 있다. 천연 강장제라 불리는 타우린은 탁월한 피로 해소 효과가 있다. 항산화 작용, 혈관 건강 유지 및 심혈관계 질환 예방, 간과 눈 건강 유지 및 개선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되었다.


꽃게를 익히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아스타잔틴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아스타잔틴 또한 타우린처럼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코로나 시대에 지친 ‘우리’에게 기력 회복을 해주자. 



재료: 활 꽂게 (냉동은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으니 이왕이면 손맛, 입맛 나게 살아 있는 걸로), 육수(무, 다시마, 대파), 양파, 땡고추(청양고추), 다진 마늘, 대파 조금, 고춧가루 조금,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하는 재료(두부, 바지락, 미더덕 등) 


1.     활꽃게는 고무장갑을 끼고 못쓰는 칫솔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닦는다. 다리 사이사이, 특히 몸통과 다리 연결부위를 깨끗이 닦아낸다. 

2.     냄비에 맘대로 썰은 무(같은 모양으로 하면 좀.. 재미없어서), 다시마, 대파를 넣고 육수를 낸다. 물이 끓어오르면? 다시마 out! 대파는 대략 30분 후 out! 

3.     대파, 땡초는 어슷 썰기로 해서 준비한다. 아참, 양파는 뭐 적당하게 썰어 두자. 

4.     새 척한 꽃게는 껍질을 조심스레 떼어 내서 (껍질을 떼어 낼 때 배에 삼각형 비스무레 한 부분이 있다. 그곳을 살포시 들어 까면 쉽다.) 몸통에 붙어 있는 털 같은 아가미를 떼어 낸다. (이곳에 불순물도 많고, 기생충도 있을 수 있으니.. ) 

5.     껍질을 떼고 손질한 꽃게는 반토막을 낸다. 탁! 

6.     끓는 육수에 된장 두어 스푼 넣어 풀고 다진 마늘 크게 한 스푼 넣고 손질된 꽃게를 넣고 끓인다. (꽂게 3~4마리 분량), 아참, 육수 때 쓰인 무는 건져두자. 


※ TIP: 육수가 귀찮다면, 비린게 정말 싫다면, 간단히 끓이고 싶으면 쌀뜬물로 쓰자. 국물을 


7.     뚜껑은 열고 끓이자. 비린맛도 날리고 끓어오를 때 거품은 살짝살짝 걷어내고 

8.     센 불에서 10분, 중불에서 약 15~20분 끓이자. 이때 냉동실 어딘가에 얼린 해물?(바지락, 홍합살, 미더덕, 새우살 등) 있으면 넣고 없음 말고

9.     썰어 놓은 양파, 땡초, 대파, 건져 둔 무를 넣고 두부도 있음 넣고 없음 말고, 고춧가루 한 큰 술 넣고 중 약불에서 뚜껑을 덮고 약 10분간 더 끓인다. 

10.  중간에 간이 모자라면 된장보다는 참치액이나 소금을 조금 넣자. 된장으로 간을 더 맞추면 텁텁해서 개운한 맛이 없다. 

11.  마지막으로 오늘 내가 사랑했던, 오늘 내가 미워했던 이를 위해 먹음직스레 담아 보자. 


오늘 난 담음 모습을 찍지 못했다. 끓는 동안에도 아직 마음에 뭐가 남았는지… 내 맘의 아가미를 깨끗이 손질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좀.. 


정성스러운 한 끼는 산삼 한뿌리보다 효과가 좋다고 한다. 산삼은 몸은 치유하지만 한 끼는 몸을 주관하는 마음을 다스려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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