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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Nov 02. 2021

시발(時發) 요리

#6. 볶음밥

시발(時發) 요리


#6. 볶음밥


귀찮다. 모든 게. 새벽 어스름에 잠든 거 같은데 새벽 어스름에 일어난다. 한주가 끝난 줄 알았는데 하루가 남은 아침이다. 에효. 그럴 때가 있다. 가끔 ‘못된 깜빡이’가 올 때 … 


하루하루가 데칼코마니 같을 때가 있다. 반 접어 열어보면 똑같은 모양처럼,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이번 주가 지난주 같고 다음 주도 이번 주 같고… 


몇 날 며칠 잠을 설칠 때도 있다. 그런데 매일매일 내가, 엄마인 내가 온 맘을 다해 돌봐야 할 아이들이 눈에 들어올 때 자괴감에 빠진다. 엄마인데 나는.. 


볶아보자. 모든 것을. 뜨거운 불에 다 털어 넣고 볶아보자. 뭐가 되든 뭐가 될 테니. 


부모들은 망각의 늪에서 내 아이를 바라본다. 

‘왜 채소를 안 먹니? 채소를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지’, ‘김치랑 된장은 꼭 먹어야 해. 천연 유산균이야. 다른 애들은 채소도 김치도 잘 먹는데… 너는? 왜 그러니? 누굴 닮아서?” 

누굴 닮긴.. 그 이야기를 하는 바로 당신네들을 닮은 것이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들의 요리 솜씨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먹어 맛없는 것은 애들도 맛없어한다. 


이른 아침, 하루가 더 남은 날.. 밥통에 밥이 없다? 어허.. 이를 어쩐다.. 

냉동고의 얼린 밥 한 봉지, 채소 보관 칸의 자투리 채소들 그리고 몇 개 남지 않은 달걀이 눈에 들어온다면 제대로 이 모든 것을 볶아보자. 맛있게.. 


재료: 얼린 밥(아니면 햇반, 아니면 뭐 밥통에 24시간 이상 보관된 밥), 자투리 채소(양파, 대파, 당근, 버섯, 호박, 양배추. 파프리카, 피망 등…), 계란, 굴소스, 후추, 등… 


1.     자투리 채소는 잘게 썰어 준비한다. (말 그대로 채소다. 냉장고에 남은 채소는 모두 다 꺼내보자. 그리고 크기는 크지 않게 잘게.. 특히 아이들에게 먹일 거면.. 아가들 새끼손톱 크기로) 

2.     웍에 현미유(나는 현미유를 쓴다. 발화점도 놓고 특유의 향도 적도 건강에도 좋고) 넉넉히 두르고 잘게 썬 대파와 양파를 볶아 향을 낸다. 


TIP: 현미의 갈색 보호층인 미강과 쌀눈에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B, 미네랄, 섬유소, a-토코페롤, r-오리자놀과 필수 아미노산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이나 LDL의 수치를 낮춰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현미유는 트랜스 지방에 대한 염려가 없으며, 현미의 영양성분인 배아(쌀눈)와 호분층(미강)에서 추출 정제된 오일이다. 


3.     향이 올라오면 나머지 채소를 넣고 볶는다. 이때 햄 자투리나, 다진 쇠고기 등이 있으면 넣어 함께 볶아도 좋다. (남의 살 들어가 맛없는 것은 거의 없다. ^^) 

4.     채소가 적당히 익으면 웍의 가상 자리로 옮기고 가운데에 계란 한 알을 넣어 지글지글 익혀보자, 적당히 계란이 보글거리면 스크램블 하듯 휘젓는다. 

5.     계란이 몽글거리게 익으면 가장자리 채소와 함께 섞어 다시 한번 볶는다. 그리고 굴소스 조금, 후춧가루 조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6.     불을 끄고 식은 밥을 넣어 함께 잘 섞는다. 잘 섞이면 센 불로 불을 올려 빠르게 볶아 낸다. 간이 모자라면 참치액이나 소금 조금^^ 


TIP: 이때 간을 피시소스나 멸치액젓, 까나리 액젓 등으로 하면  동남아 풍의 맛깔난 볶음밥이 된다. ^^ 


7.     불을 약불로 내리고 모짜렐라 치즈, 체다치즈, 슈레드치즈 등 냉장고 구석에서 꿈꿈 거리는 치즈를 넣어 풍미를 더한다. 

8.     아침이니.. 기분 좋게 과일과 곁들여 내어 보자. 아이 들도 남은 하루 파이팅할 수 있게.


나는 남이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고 좋다. 내 아이들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 말이 부담으로 거추장스러운 장식으로 마음에 걸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마음을 감추기 좋은 한상이 바로 볶음밥이다. 


복잡하고 처치 곤란인 것들도 볶아내면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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