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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Dec 04. 2021

12월의 일기

- #1일

#1일 


열두 달에 마지막 달이 왔다. 1월엔 12월이 올까 싶었는데 지극히 현실적으로 12월이 왔다. 작년에는 갑자기 지구를 뒤덮은 코로나로 인해 12월이 왔는지 1월이 오는지도 모르고 해넘이를 했었는데… 올해는 그 녀석이랑 피곤한 힘겨루기를 하고 나니 12월에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은 가장 존재감이 없는 달이 11월이라 한다. 휴일도 없고 이렇다 할 계절적 매력도 없고. 성대하고 화려한 12월로 가기 위한 깔닥고개 고개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가장 힘겨운 달이 11월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나는 11월이면 몸과 마음이 저릿저릿하다. 


바람과 비가 많았다. 11월에.. 아마도 떨쳐내고 싶은 것들이 많은 모양이다. 

아침 출근길에 신호 대기에서 창밖을 보면 나뭇가지들이 심한 바람에 진저리 치듯 가지 끝 나뭇잎들을 떨쳐낸다. 서로 다신 만나지 말자고 이야기하듯 치열하게 흔들리고 끈질기게 매달리다 떨어진다. 길가에 가득 떨어진 낙엽에 있기에 우리는 발걸음을 천천히 하고 아래로 시선을 보내본다. 10달 동안 죽기 살기로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에게 잠시 주위를 둘러볼 시간을 준다. 11월이.. 


11월에 마지막 날 나무들을 보니 어느새 훌훌 털어버렸다. 그것들을..

왠지 코끝이 시큰해졌다.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편히 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11월을 우리에게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다시 시작하라고 이야기하며 조용히 곁을 내어주고 떠났다. 


12월의 첫날이지만 오늘은 잠시 11월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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