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양한 키보드를 모아 왔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부턴가 전부 구식 제품이 되어버린 상황...
자신의 소장품이 아쉽게 느껴지곤 한다. 지난 8월 키보드 모임을 진행하면서, 요즘 밋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다음번에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거 같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과 여유가 생긴 10월의 끝자락... 드디어 요즘 밋업에 가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왕십리역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은 거리에 있다. 원래는 1호선에서 바로 갈아타고 가려고 했지만 경의중앙선 고유의 불편을 느껴서 5호선이나 2호선을 생각하며 이동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왕십리역에서 내리면서 키보드 가방을 양손에 들고 있는 잘생기고 훤칠한 사람을 만났다. 나는 평상시에는 사람들에게 말을 잘 걸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키보드 이야기라면 다르다. 바로 가까이 가서 밋업에 가시는지 여쭤봤다. 그분은 몽땅님이었다. 나는 키보드 쪽에 유명하신 분들은 정말 조금만 알고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닉네임이다. 지난 여름에 가고 싶었던 밋업을 진행하셨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키보드에 대해서 다양하게 물어볼 찬스를 얻게 된 거 같아서 짧은 시간을 동행하며 기쁜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들고 계시는 키보드의 무게감이 궁금해서 "혹시 제가 들어 드릴까요?" 여쭤봤지만 소중하게 갖고 계신 모습에서 왠지 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 물건이 "어떤 물건인지" 알게 되고 밋업에서 만져보면서 영상과 실물의 차이를 느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서스의 느낌은 언제나 옳았다. 이어서 만난 분은 Hebby님이었다. 나는 키보드에 대해서 글을 주로 읽고 키보드 영상은 정말 조금만 보는 편인데, 영상미와 다루시는 키보드가 좋아서 즐겨보곤 했었다. 내가 20주년 기념으로 개별로 만들어드린 자작 키캡을 좋아해 주셔서 속으로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난다. 헤비님의 로고는 선이 참 예뻤기 때문에 키캡으로 만들면서 혼자 좋아했던 생각이 난다. 밋업이 끝난 지금을 다시 생각해 보면 자작 키캡을 사용하시면서 어떤 부분이 좋으셨는지 여쭤볼걸... 그런 생각과 함께, 어떤 키보드에서 잘 어울렸을까요? 라며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고 싶었다는 그런 후회를 했던 거 같다.
밋업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에 가까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12시에는 이미 커스텀 키보드 밋업방 분들께서 간단한 식사모임을 하고 계셨다. 동행한 몽땅님과 헤비님의 말씀이 재미있어서 계속 듣게 되었다. 나도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돈까스의 바삭한 식감과 키보드의 촉감에 대해서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1시에 있을 키보드 밋업에 대해서 생각에 잠겼다.
이전에 진행했었던 모임에 참석했던 분들과 간단한 인사도 하고, 8자 모양으로 계속 돌면서 다양한 키보드를 만졌다. 그런 중에 2005년 이후로 오랜만에 eun님을 만났다.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키보드 하우징이 있어서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밋업에 가져오신 알또뀨를생각해보면... 그건 알프스 핑크 슬라이더였을까? 오렌지 였을까? 오랜만에 만져본 구분감을 구별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크림이나 화이트의 가능성도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당시에 알루미늄 하우징에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자 그건 올드델이나 왕핑크일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8113이나 8200의 포스 키캡과 함께 구성된 체리 순정이색사출을 지켜보면서 나도 참 좋아하는 조합이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갖고 계신 컬렉션을 계속 유지하고 소장하신다는 것이 새삼 부럽다는 그런 생각을 하였다. 밋업 뒤풀이로 갔던 치킨집에서 말씀하신 대화에서 오늘 내 키보드가 가장 마음에 드셨다는 말씀이 기뻤다. 그래서 혼자서 한참을 웃었던 거 같다.
요즘 키보드에 관심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면, 텐키리스라면 역시 키컬이었다. 밋업에서 만난 베베나 돌고래2024도 마음에 든다. 키컬, 가람컬, 키컬 순으로 올려진 모습을 보면서 "역시 나도 이제는 키컬이 갖고 싶은건가?"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키컬의 하우징 표면이 예쁘다 생각을 하던 중, 그 옆에 있던 알루미늄 자작 하우징의 키보드를 만져 보았다. 체리 3000이나 1800에서 보던 디자인 요소와 7.5도의 경사각이 인상적이었다. 키캡과 스위치, 그리고 보강판도 여러모로 고민한 모습이 느껴져서 제작자분과 대화하면서, 나도 내 이름으로 키보드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는 그런 시간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옆에 있던 쏠이님의 매랩 키보드들을 보면서... 매랩도 뭔가 한대 들이고 싶다는 것을 보면, 이 세계는 아직 나에게 너무 넓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외로 내가 가져간 키보드로 알아봐주셨던 분이 계셨는데, 그 중에 한분은 사막의카프카님이셨다.
카페에 F1-8X 계열의 영상을 올려주시면, 새벽에 들어보면서 내가 주문한 V2를 어떻게 구상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가져오신 쿠앤크한 표면의 F2-84를 보면서, 역시 저것도 샀어야 했던건가... 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역시 갖고 싶은 키보드는 많고, 손에 닿는 제품은 너무 한정적이다. 특히 Hyun님의 키보드는 매번 나를 놀라게 한다. 내가 갖고 싶은 조합은 전부 가지고 계신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 가져오신 알프스 옐로우 슬라이더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일본옥션에서 구했던 스위치는 키압이 높아서 손의 저항이 큰 편이지만, 마치 그린슬라이더 처럼 느껴지는 착 가라 앉는 듯한 세팅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의미로 보드락님의 자개 키캡과 세라키 세라믹 조합도 참 신선하게 느껴진다. 특유의 가공으로 제작하신 자개의 빛깔과 차가운 특성을 가진 키캡이 손가락 표면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상당했다. 8월에 처음 만났던 SPD님의 엔보이는 이번에는 구리 세팅으로 구성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보강판 이외에는 분명 같은 키보드고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뭔가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요즘 키보드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을 때는 팡신욱님과 별가님의 의견이 도움이 되었다. 별가님은 3월 자작키보드 원데이 클래스, 팡신욱님은 8월 모임에서 뵙고 그동안 조합한 구성에 대해서 들려주셔서 요즘 키보드를 구상하고 구입전 참고를 했었다. 그리고 이번 밋업에서 메탈 키캡의 키보드를 접하면서 키캡의 무게와 스위치의 키압에 대해서 이론이 아니라 실전으로 접한 분의 대화가 머리속에 많이 남는다. 옛날에는 키캡의 무게를 높여보려고 납으로 채워보곤 했었지만, 금속키캡의 곱고 예쁜 각인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MyFi님의 자작 키보드 목록이 화려하게 느껴진다. 나는 기성품과 구식 키보드만 너무 많은 기분이다.
처음에는 원래 이름표와 함께 볼펜도 받았지만, 이름을 쓰려고보니 볼펜이 어느새 사라져 있어서 무기명으로 이름표를 계속 목에 걸고 다녔다. 그래도 알아봐주셔서 감사했던 나인키님과 함께 요즘 하는 일이나 자신의 일을 말씀해주셔서 서버관련 엔지니어라는 말씀에서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고, 조금 더 자신에 직업에 대해서 자세히 말할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나가다 만난 아이가 손가락으로 키보드 누르는게 귀엽다고 생각하던중, 옆에 있던 분과 자작 키캡 이야기를 하다가 인스타그램을 서로 맞팔하는 재미있는 경험도 했다.
이번 밋업에는 글로 담지 못할만큼 많은 키보드가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660C에서 반가움과 편한 느낌을 받았다. 660을 가져오신 YoonELEC님은 내가 카페에 올리는 구식 키보드에 댓글이 전혀 없던 시기에도 많은 좋아요를 눌러주셔서, 고마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가져오신 키보드도 취향 저격이었는데, 질리오스와 블루포티... 그리고 HG화이트+카일박스제이드까지 스위치 구성부터 소장품까지 내 취향에 가깝다. 대화를 조금 해보면서 수집구성이 왠지 나와 비슷한 분일꺼 같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거 같다. 그리고 미니배열애호가님의 JIS각인의 GMK키캡이 머리속에 많이 남는다. GMK라고 한다면 ANSI와 ISO위주로 생각했던 자신에게, 다양한 각인과 애드온 파츠에 대한 망각을 다시 살려주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ㄱ엔터는 사용도 편리하고 너무 예쁘다. 적응도 못할거면서 밋업에서 만난 휴지통40 생각이 많이 난다. 해피해킹보다 더 작지만 해피해킹과 비슷하게 사용할수 있는 FN레이어를 좌우로 구성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로 내가 가져간 87년산 스페이스 세이버와 볼텍스 모델엠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모델엠을 19년 가까이 쓰다보니, 아이보리한 오리지날과 다른 검정색의 볼텍스 버전도 꽤 좋아한다.
이제는 넌클릭에 가까운 택타일 스위치가 인기가 없는 시기지만, 볼텍스 모델엠은 그래도 요즘 대중적인 스위치를 넣어서 어떻게든 조합성이 좋은 키보드로 만들어 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스테빌라이저도 기성품에 자주 들어가는 느낌으로 조합했지만... 역시 틀렸던 걸까? 그러한 생각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바다소금 넌클릭으로 어떻게 이런 느낌이 날수 있냐는 말과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아서, 다행스럽다며 마음을 조금 쓸어내렸던거 같다. 나는 내 키보드를 좋아하지만, 매번 자랑할만큼 자신이 없었던건 아니었을까? 밋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