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8X V2 Barebone Kit (Green - Brown/WK)
F1-8X V2 키보드는 Geonworks(지온웍스, 지엠아이-상우정공)에서 CNC로 가공한 알루미늄 하우징입니다. 지난 2024년 8월에 새로운 컬러가 추가되고 재공제가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8월에 주문하고 2025년 5월에 수령했으니, 조립까지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인기 하우징의 재공제라서, 구입시기는 다른 분들보다 많이 늦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관심 있던 키보드를 직접 조립하는 과정을 글로 담고 싶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조금 풀어봅니다.
본래 F1-8X는 이전에 출시했던 722 버전을 먼저 구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공제는 몇 년 전에 끝난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공제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리는 중고를 구입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V2가 다시 공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다면 구입 시기를 공제 시기에 맞춰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V2는 722와 디자인에서 다른 면이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새 하우징으로 조립하면서 천천히 내 키보드로 구성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번 알루미늄 하우징을 선택하고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색상이었습니다.
키캡과 하우징 색상을 편하게 구성하고자 처음에는 검은색을 고려했지만, 함께 구입하는 분과 대화하던 중에 그린-브라운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금속 제품에서 투톤 컬러는 조금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상단의 녹색은 브리티시 그린의 레이싱 머신이 떠올려지고, 하단의 브라운은 열에 그을린 배기라인이 떠올려져서 오히려 좋은 조합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키캡까지 동일하게 맞출 생각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새로 맞추는 커스텀 키보드에 넣고 싶었던 키캡은 따로 있었기에 한동안 그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그래서 F1-8X V2의 하우징 색상이 무엇이든 이번 키보드는 Handarbeit 색상으로 키캡을 장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검은색과 빨간색의 랩터 구성이나, 차가운 네이비와 어두운 올블랙 하우징에서도 무난히 어울렸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비슷하게 구성한 색상에서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유난히 선택이 어려웠습니다. 물론 오리지널 키보드가 검은색이었기에 더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F1-8X와 한다바이트(Handarbeit) 키캡으로 구성된 조합을 검색하다가 722버전에 장착한 R2 사진을 참고하게 됩니다. 이번 V2 버전은 상당히 어두운 다크그린으로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2023년에 구성된 722와 비슷하지만 제법 다른 분위기가 아닐까라는 예상을 하면서 조립 준비를 진행하였습니다.
진짜 로드스터(FREQ1-8X, Roadster)는 아니지만 나만의 로드스터라 생각하면서...
물론 이번 구성에서도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2007년부터 한다바이트 오리지날을 장기간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이 구성한 색상을 참고한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 속에 얼룩처럼 남을 듯합니다. 2019년에 오리지날과 비교용으로 구입한 복각 버전의 GMK Handarbeit+도 갖고 있지만, 이것도 소장용으로 1세트만 구입했고 새것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사용으로 편하게 쓰려면 무엇이 좋을까?라며 생각하던 중에, PBT재질의 염료승화 버전을 추가로 구입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무튼 한다바이트를 체리 오리지널 키보드, GMK 복각 버전, PBT재질의 모조품까지 총 3가지를 소유하게 되었네요. 굳이 이럴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구입할 당시에는 비교급으로 키컬트나 TGR의 하우징도 함께 고려하긴 했었습니다.
그러나 편하게 사용하려는 하우징을 그렇게까지 구입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되돌아보면 알루미늄 하우징에 대한 지루함과 그와 비슷한 기분을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다만, 요즘 키보드가 대부분 CNC로 가공된 금속 하우징 중심으로 타건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2024년에는 공제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텐키리스를 몇 가지 조립하면서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트랜라는 출시 전에 2024년 2월 체험단을 통해서 조립했던 키보드입니다.
당시에는 최근 키보드를 무엇으로 구입하고 조립해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하던 시점이었는데, 우연한 기회가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스위치도 구입하고, 추가로 막테빌이나 Hammerworks의 키캡도 주문했으니... 수년만에 재미있는 키보드 쇼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키캡은 갖고 있던 란토 키캡을 사용해 버려서, 햄승은 아직도 사용할 키보드를 따로 찾고 있습니다.
반면 볼텍스 모델엠은 출시하고 수년간 지켜만 봤었던 그런 하우징입니다.
1987년산 스페이스 세이버를 중고로 구하고 거의 20년 가까이 사용해서 그런지, 새롭게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검은색의 모델엠은 탐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에 필요한 시기에 조립킷을 구입했으니, 원하는 키보드는 언제든 손에 넣게 되는가 봅니다.
이 두 개의 키보드는 택타일 계열의 넌클릭한 세팅이지만, 리니어가 중심인 요즘 키보드 밋업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기에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고 생각합니다. 테스트용으로 두 키보드를 조립하면서, 원하는 조합성을 얻었으니... 이제는 다음 키보드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다음 키보드인 상컬(F1-8X V2)이었습니다.
구입 금액은 하우징(378,8000원), 보강판(40,000원), 기판(60,000원)까지 총 478,000원입니다.
요즘 커스텀 키보드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라고 하지만, 과거 버전을 30만 원대에 조립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에 저렴한 키보드가 많아졌지만 전체적인 물가는 상당히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환율 덕분에 해외 판매 경로는 더 비싼 경우도 종종 벌어집니다. 그리고 시중에는 100만 원대 하우징도 자주 보이는 상황이라서 가격에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해외 공제품은 1초 만에도 품절이 되는 편이라, 오히려 여유 있게 구입할 수 있는 국산 하우징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해서 약 8~9개월 만에 받은 하우징과 기보강 구성입니다.
전용 가방 안에는 하우징, 기판, 보강판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비닐 포장에 사양 라벨이 붙어있는 점이나 하우징에 QC표기가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니, 새삼스럽지만 설레는 구입과 지루한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마음속으로 깊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번 상부 하우징의 그린 색상은 상당히 짙은 녹색입니다. (*Dark Green)
기존에 갖고 있던 녹색 알루미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색상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전체적인 색상이 어둡기 때문에 어쩌면 밝은 색보다 고급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채도가 낮은 덕분에 조금은 무게감 있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뒷면의 브라운 색상은 그린과 잘 어울리는 갈색입니다. (*Light Brown)
금빛과는 미묘하게 달라서 녹색과 가까운 밝은 색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샴페인 골드색과 비교하면 조금 더 녹색끼가 있는 갈색처럼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뒷면은 깔끔하면서 상당히 독특함이 느껴지는 색상이기 때문에, 그린-브라운의 투톤 하우징은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남을 듯합니다.
구리추에는 따로 코팅이 없어서, 얼룩을 지우고 싶다면 따로 구리용 광택제나 클리너 사용이 필요합니다.
우측 상단의 무게추는 도터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뒤집어서 매끈하게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렌더링 이미지와 다르게 하우징의 브라운과 구리색은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기판과 보강판은 따로 구입해야 하는 품목이지만 바이톤 오링, 메탈 택 플레이트, 나사, 범폰과 함께 케이스에 포장되어 있습니다. 추가로 하우징 분해와 조립을 위해서 H2.0 육각렌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드라이버 세트가 없다면 미리 구해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조립까지는 금방입니다.
그동안 배송을 기다리면서 스테빌라이저는 여러 가지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나테빌과 최근에 구입한 사막안정기를 우선적으로 생각했었지만, 일단은 손이 가는 대로 Owlab 스테빌을 먼저 써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세팅한 이후에 장착한 느낌이 현재 키보드와는 어울리지 않아서, 나중에는 막테빌 종류로 교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위치는 좌측부터 듀훅 비터 티 v2, MZ Y1X 45g, 복각판 체리 닉시, 게이트론 로랑주입니다.
앞으로 F1-8X에서 스위치를 여러모로 사용하겠지만, 그간 궁금했던 조합부터 쓰기로 마음먹어서 복각 닉시부터 장착했습니다. 하지만 택타일 계열의 넌클릭 스위치를 오랜 기간 사용해서 그런지, 아직도 리니어는 장시간 사용 시 손가락 끝에서 저항감을 느끼곤 합니다.
기판은 하얀색을 좋아하지 않지만, 스위치 색상 덕분에 내부 모습은 제법 잘 어울려 보입니다.
제가 구입한 보강판은 알루미늄 리프 스프링 V1.1 (1.5mm), 기판은 RGB 6.25u FR-4 화이트 (1.6mm)입니다. 이번 공제 기판은 오른쪽 시프트의 Fn키의 위치 문제로 나중에 교체할 예정입니다. (*Nova87H)
메탈 택은 나중을 위해서 아예 안 붙이는 것도 생각했지만, 이왕 새 키보드이니 붙여보기로 했습니다.
표기된 내용에는 하우징 재질인 A6063 알루미늄 합금, 무게추는 C110 무산소동, 중량 3KG, 자체 경사 9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브라운 컬러의 하우징과 비교하면 구리색은 도드라지는 면이 있습니다.
투톤 키보드로 출시되었지만, 실제로 자주 보는 정면은 상부 하우징의 그린색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위치만 넣었을 때는 위장색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실제로 키캡까지 넣어본 상태에서는 매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자주 봐서 그런지, 녹색이라도 너무 튀지 않는 부분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좌우측의 디자인은 머릿속에서 이해하더라도,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뒤집거나 옆에서 측면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V1에서 발전한 형태로 투톤에서는 색상이 선으로 구분 지어진 멋진 하우징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살포시 들어간 부분은 키보드를 좌우로 잡을 때 유리한 부분이 있고, 상하부가 겹쳐지면서 덮은듯한 V2만의 디자인 요소가 인상적이기에 각도에 따라서는 눈으로 보기에 재미있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키캡은 조립하는 막판까지 GMK와 PBT 복제품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지만, 앞으로 실사용이 많아지는 상황이라서 아무래도 ABS의 번들거림이 신경 쓰였습니다. 아무튼 예정대로 PBT 복제품으로 장착하였고, 얼핏보기에는 예상했던 만큼이나 색구성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F1-8X는 알루미늄 하우징이 다소 차갑고 딱딱하다는 인상과 다르게 편안한 키보드였습니다.
타건감은 일반적으로 둥둥거린다고 말씀하시는데, 비교적 정숙하게 세팅해서 그런지 저음에서 우퍼가 살살 흔들리는 듯한 그런 착각이 들었습니다. 밋업에서 만났던 F1 키보드가 대부분 GMK 키캡 세팅이라서 다소 큰 소리가 났던 반면에 PBT 키캡에서는 상당히 차분하고 조용한 파동이 느껴집니다. (* Frequency 1)
하우징이 사용자 방향에서 앞이 가볍고 뒤가 무거운 탓에 저음과 진동이 울려 퍼지는 표현도 재미있었습니다.
어두운 녹색 바탕에 자극적인 한다바이트 컬러는 그럭저럭 원하는 색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각인에서는 GMK나 체리순정이색에서 벗어난 폰트라서 오히려 나은 부분도 보입니다만..... 펑션열의 두꺼운 글꼴이 가끔씩 눈을 어색하게 만들어서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역시 오리지널 느낌으로 간다면 ISO배열에 윈키리스로 갔어야 했지만, 87키 파츠들이 여러모로 구하기 쉬운 편이라 호환성을 위해서는 평범하게 사용해도 되겠다 싶습니다. 오히려 요즘 키보드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BT로 구현한 색감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비교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외로 녹색과 갈색의 투톤 사이에서 길게 늘어진 선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덕분에 공개된 장소에서 사용할 때 책상을 보면, 키보드의 색상이 참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예전부터 V2를 갖고 계신 분들이 케이블 포트가 있는 후측면 사진을 좋아하시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이번 키보드는 색상이 잘 나와서 여러모로 보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이번 상컬은 2005년에 많은 활동을 했던 과거의 내가 아닌, 2025년의 새로운 내가 다시 키보드를 한다면... 이라는 가정이 들어간 조립 구성이었습니다. 물론 2004-2024라는 20주년 기념 키보드가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전부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키보드라는 오랜 취미와 한다바이트라는 질긴 숙명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앞으로 좋은 키감을 보여주기를 기원해 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우팅 80HE가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2024년 펀딩시기에 구입해서 사용했던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다음에 촬영하는 키보드 사진에는 F1-8X 순서를 어디쯤에 위치하게 될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번에는 작은 배열부터 시작했으니, 이번에는 텐키리스부터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F1-8X V2 조립가이드: https://cafe.naver.com/geonworks/68
* NOVA PCB Firmware Update Guide: https://geonworks.notion.site/NOVA-PCB-Firmware-Update-Guide-1ba8dcc8feb680d4bca9efd34cc920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