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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87 V1 커스텀 키보드와 나만의 리빌드

TX87 V1 Rebuild, Champagne Gold 2016.04~

by 루습히

혹시 여러분은 오랜 기간 사용하신 키보드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TX87을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약 9년 정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키랩에서는 2015년 12월에 공제가 진행되었으니, 공개되고 약 10년이 지난 키보드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 사용하고 있던 제품이지만, 현재 키보드 커뮤니티에서는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는 키보드이기도 합니다.


리빌드 이전의 보강판과 스위치 구성 - https://brunch.co.kr/@ruseupi/203


예전에는 구흑 중심의 커스텀 빌드가 다소 과하게 유행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체리계 리니어 스위치와 알루하우징으로 조립된 금속하우징이 너무 많았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특주 스위치가 나오고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TX87을 구입했던 당시에는 고민 끝에 반골적인 성향으로 체리 백색축 클릭을 넣어서 조립해 버린 기억이 납니다. (*CHERRY MX White, Hard Click)



TX87에 납땜했던 스위치 (CHERRY MX with click tactile feel, White) - https://brunch.co.kr/@ruseupi/203


물론 키보드는 스위치와 기판만으로도 작동은 가능하지만, 사용에는 큰 불편함과 제약이 따릅니다.

그만큼 키캡과 하우징이 키보드에서 큰 중요성을 갖는다는 의미가 되겠지만,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키보드는 조합성으로 만들어지는 키감과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타건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2016년 구입 당시의 가격과 구성품 - https://kbdlab.co.kr/index.php?_filter=search&document_srl=3310041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CNC로 가공된 금속 하우징을 일부러 피하곤 했었습니다.

이유는 블랙과 실버로 주로 출시하는 색상에서 기시감이 있었고, 한동안 갖고 싶은 제품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이때가 2004년부터 키보드를 모으기 시작하고 100여 대가 넘었던 시점으로 기억합니다. 갖고 싶었던 키보드는 대부분 구매했어도 평범함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특한 컬러의 키보드가 유난히 갖고 싶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2015년 8월에 구입했었던 란토 키캡의 활용처를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샴페인 골드 하우징과 어울리는 란토 베이지(카라멜) 키캡 - https://www.instagram.com/p/DRRESBEEzUx


란토 키캡은 독일 바스프의 최고급 순수 PBT 원료가 사용된 사양으로, 국내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생산된 염료승화 키캡입니다. 현재는 중국산 키캡이 90%가 넘은 상황에서, 이제는 이런 키캡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체리 오리지날 베이지보다 너무 누렇게 출시된 색상도 문제였습니다. 누렁이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더욱 유저들에게 호응받지 못하는 색상입니다.



2015년 8월에 특가로 구입했던 란토 키캡 (Geek PBT Caramel, 영문 염료승화)


그래서 이 키캡은 좋아하는 분들이 극히 소수였고, 중고장터에서는 이른바 암템으로 취급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에 제가 소개한 샴페인 골드 하우징과의 조합성이 알려지기 이전까지는 적어도 그랬습니다. https://kbdlab.co.kr/index.php?mid=board_Lsno50&document_srl=3650873



2024년 7월에 주문했던 황동보강 - https://txkeyboard.com/31/?idx=82


오래 사용한 키보드인 만큼, 이번 리빌드는 2~3년 전부터 천천히 계획하였습니다.

그래서 TX Keyboard에서 특가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보강판과 기판을 눈여겨보곤 했었고, 괜찮은 가격에 황동 보강판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EO87의 호환 파츠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TX87 전용 보강판을 그것도 원래 공제자에게서 새것을 구할 수 있었다는 부분은 정말로 다행스럽습니다.



TX 84/87 v1&v2 황동 보강판 - https://txkeyboard.com/31/?idx=82


본래 이번 리빌드에서는 단순히 보강판만 황동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그동안 샴페인 골드색 하우징 사이에 비치는 은색 보강판이 유난히 신경 쓰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 출시되는 스위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단순히 한 개의 하우징에서 고정된 스위치만 쓰는 것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일을 크게 벌렸으니, 핫스왑 기판도 구하고 남는 파츠는 다시 클래식에 넣어주는 것이 좋겠다며 또.. 키보드를 구입했습니다.



2025년 11월에 구입한 TX TKL Classic - https://txkeyboard.com/24/?idx=164



채도가 낮은 상태에서 샴페인 골드와 베이지의 색상 차이 - TX87, TX TKL Classic


추가로 TX87의 복각 하우징인 TX TKL Classic과의 차이점이 그동안 궁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EO87을 지난 5년간 잘 사용하고 있었기에, TX키보드에만 낮은 평가가 존재한다는 것에는 이상함을 느끼곤 합니다. "대체 뭐가 나쁘다는 거지?"라고 말하기에는 대체품이 너무 많이 출시한 상황이긴 합니다. (예: CRUSH80, EVO80, Hertz 87, Fueycube GT80, Eweadn Smart875, PMO Aurora80 등등)



프랑스어 순승 키캡(G81-1600 SAF)과 조합한 TX TKL Classic (WKL) - https://brunch.co.kr/@ruseupi/203


이번 조립에는 ISO 배열로 추가 조립이 가능하게끔, ISO 아크릴 보강판과 솔더링 기판도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TX TKL Classic의 조립은 TX87보다 먼저 편안하게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줄이오님께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합니다.


추가적으로 TX87과 TX TKL classic의 차이점을 단순 비교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부하우징에서의 가공 차이 - TX TKL Classic (Beige), TX87 V1 (Champagne Gold)


TX TKL Classic에서는 하우징 좌우에 아노다이징용 클립 자리가 생겼습니다.

예전 TX87에서는 없었던 가공이라서, 따로 이 부분을 TX 키보드에 문의하여 답변을 받았습니다.

키캡 소리에 변화를 주기에는 너무 작은 틈이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모서리 비교 - TX TKL Classic (Beige), TX87 V1 (Champagne Gold)


동일한 제조사의 복각 하우징이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부분이 꽤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모서리의 모따기 각도가 커지면서 클래식은 TX87보다 선이 굵은 하우징처럼 느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이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이라면, TX87은 조금 더 날렵한 느낌이 듭니다.



뒷면 차이 - TX TKL Classic (Beige), TX87 V1 (Champagne Gold)


뒷면은 아무래도 무게추 때문에 TX87이 더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시선이 TKL classic 각인에 익숙해지고 구매하기까지는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뒷면에 +×로고만 남아있는 것을 많이 좋아하는가 봅니다.



TX87 V1의 알루미늄 보강판 세팅 - TX87 V1 (Champagne Gold, 2015)


TX87 V1 시절에는 보강판을 바텀 마운트로 장착할 수 있어서, 비키 스타일처럼 사용도 가능합니다.

저는 샌드위치 구조에서는 이러한 결합성이 오히려 맞는 세팅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당시 키보드는 핫스왑 소켓이 유행하기 이전이라, 기판과 보강판에서 호환되는 배열이 많아서 참 좋아합니다.



TX87 V1, V2용 황동 보강판 - TX87 V1 (Champagne Gold)


그러나 이번 황동 보강판에서는 따로 바텀 마운트가 불가능해서, 그냥 샌드위치로 체결했습니다.

TX87에서 샌드위치 마운트(Sandwich Mount)의 장점이라면, 보강판과 상부 하우징의 사이즈가 거의 같아서 보강판 특유의 감각을 상부하우징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형상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유행은 탑마운트와 다양한 가스켓 종류이니... 조합성을 늘린다는 개념이 아니라면, 대중적으로 이런 체결방식은 큰 의미를 못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TX87도 이젠 옛날 하우징이라서 특별한 부분은 없지만, 그만큼 단순함에서 주는 매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재조립에 사용된 기판: LDN KEYBOARD PCB (SUO WK87 RGB V1, 2024-11-12)


KEYGEEK X MZ Y1X LINEAR SWITCH (45g) - https://www.instagram.com/p/DB02gkYzosN/


TX87의 리빌드에 사용한 스위치는 MZ Studio Y1X입니다.

무슨 스위치를 사용할지 오래 고민했었지만, 결국은 황동 보강판의 독특한 밀도감과 공장윤활 특유의 리니어함이 의외로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조금은 새 키보드처럼 사용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슷바에는 보드락님께서 나눠주신 모딩 스위치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8THgiyLkM8X305uQtmTItQ)



어느 쪽이 마음에 드시나요? 저는 역시 상부 하우징이 있어야 좋습니다.
물론 키캡을 장착하면, 보강판이나 스위치 색상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TX87 V1 (Champagne Gold), brass plate, suoR_87WK PCB // @Ruseupi


TX87.. 그중에서도 샴페인 골드 색상은 저에게 특별했던 키보드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제 전용기처럼 조합하려 노력했던 특징도 있지만, 누구보다 TX87을 오래 사용했다는 엉뚱한 자긍심도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다시 솔더링 기판과 체리 스위치가 그립기도 하지만, 언제든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가끔은 새 키보드 구입을 방해하는 제약처럼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표준적인 커스텀 키보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답에 가까운 제품은 F1-8X V2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 https://brunch.co.kr/@ruseupi/142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근 2년간 많이 만졌던 키보드는 따로 있었습니다.

무엇인지 궁금하신가요? 평범한 트랜라입니다.

: https://brunch.co.kr/@ruseupi/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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