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출시했던 코다치(TEX Kodachi)가 SK-8845 배열을 기본으로 구현했다면, 시노비(TEX Shinobi)는 ESC키와 Delete키가 커진 SK-8855에 가까운 배열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배열은 비슷하지만 ESC와 Delete키의 사이즈, Insert와 F1~12키의 위치가 조금 다릅니다.
TEX Kodachi와 TEX Shinobi의 키보드 배열
2012년 이후에 씽크패드를 접한 사용자들은 6열의 아이솔레이션 배열에 익숙해서, 이러한 7열 배열이 키가 너무 많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7열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6열로 축약된 배열이 너무 협소하고 불편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물론 키보드 배열에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사용자라면 빨콩만 있다면 뭐든 적응하기 마련입니다.
IBM USB Travel Keyboard with UltraNav SK-8845, Lenovo ThinkPad USB Keyboard With TrackPoint SK-8855
보편적으로 이 두 가지 제품은 모두 씽크패드 키보드 혹은 울트라나브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본래의 울트라나브(UltraNav)는 터치패드와 트랙포인트 모두 있는 키보드를 통칭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터치패드가 없는 키보드는 울트라나브가 정확히 아니라는 의견도 이따금씩 접하곤 합니다.
2020년 5월 가격 - https://tex.com.tw/collections/all
Shinobi는 TEX 공식 사이트에서 완제품이 185불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기준)
보통의 키보드보다는 다소 비싼 느낌이 들지만, Kodachi의 경우 $349~399 정도에 판매되었기 때문에 염가형으로 구입하기에는 시노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CNC 가공된 알루미늄 하우징과 플라스틱 하우징 키보드 간의 가격 차이도 생각해야겠지만, 요즘은 중량감 있는 금속 제품만큼이나 편하게 쓰는 플라스틱 제품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Shinobi와 Kodachi는 비슷한 디자인의 키보드지만 하우징 재질부터 성향까지 다르게 느꼈고, 조립하면서 시노비는 시노비만의 특성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약구매 당시의 구입 내력 - https://tex.com.tw/account/orders/
예약주문을 받던 당시에는 할인기간이라서, 현재보다 10불 정도 더 저렴했습니다. 그래서 스위치 옵션이 빠진 DIY TYPE과 블루투스 업그레이드 킷까지 포함해서 129불에 결재가 가능했습니다. 조립 작업이 번거롭고 그냥 바로 써야겠다면 비싸더라도 완제품을 구입하는 게 편리하고, 개조를 위해서 어차피 뜯는다면 부품으로 구성된 조립 킷을 선택하는게 가격도 저렴하며 세팅하는 편의성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판에 홀타이트 작업을 준비하거나, 좋아하는 스위치를 이식하고, 슬라이더를 윤활하며, 스위치에 유격방지 필름을 붙이고, 사제 스프링으로 바꾸는 등.. 조금 마니악한 조립에는 시간과 번거로움이 동반됩니다.
조립 후의 TEX SHINOBI
그래도 조립 킷은 키보드를 내 것으로 완성해가는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품들로 조립하면 오리지널 부품도 여분으로 남기 때문에, 수년 후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해결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물론 조립할 때는 두 번 다시는 뜯지 않을 생각으로 조립하지만, 완성 후에는 빠르던 늦던 뜯어야 하는 순간이 언젠가 찾아오게 되더군요.
TrackPoint (Pointing stick) - TEX SHINOBI
트랙포인트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Soft Dome이 아닌 오목한 Soft Rim으로 적용했습니다.
예전부터 손에 닿는 오목한 느낌을 좋아했고, 마우스 포인터 움직임이 직관적이라서 즐겨 쓰고 있습니다.
마우스 버튼 영역은 안으로 깊게 들어간 공간과 체리 LP스위치의 짧은 스트로크 덕분에 스페이스바 키캡과 간섭은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타이핑 중에 함께 눌리는 경우는 아직까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옛 느낌의 키보드로 연출하고자 마우스버튼의 키캡은 울트라나브와 비슷한 색상으로 장착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촌스러운 색구성이지만, 빨간색과 하늘색의 구성이 포인트 키캡으로 뭔가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검정색 바탕에 빨간색 음각선을 넣은 키캡을 따로 제작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냥 이대로 쓰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봅니다. 언젠가 사진을 보고 다른분이 "비슷하게 해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IBM 메탈스티커 - TEX SHINOBI
메탈 스티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붙이기로 했습니다.
노트북에 붙이는 씽크패드 스티커도 고민했지만, 손목이자주 닿는 팜레스트 주변에 무언가를 붙이는 것은 거부감이 들더군요. 손에 부드럽고 매끈한 플라스틱 표면이 마음에 들어서, 일부러 불편함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좌측 상단이나 중앙은 어울리지 않아서, 결국 우측 상단으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사용량에 따라서 가끔씩 배터리 교환이나 충전을 번거롭게 느끼는 편이라서 아직까지는 유선으로만 쓰고 있습니다. 배터리는 AA사이즈가 들어갑니다.
키보드 뒷면의 딥스위치 - TEX SHINOBI
편의 기능으로 시노비에서는 딥스위치를 통해서 Fn 키를 Ctrl 키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씽크패드 키보드를 사용하면 흔하게 받는 질문이 Control키와 Fn키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느냐로 기억합니다.
필요한 분들은 바이오스 설정에서 컨트롤키의 위치를 변경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윈도에서 캡스락을 컨트롤키로 사용했기에 안 바꿔도 크게 상관은 없었습니다.
TEX SHINOBI User Manual, TEX BLe Upgrade Kits User Manual
게다가 시노비에서는 딥스위치로 기능이 바뀌는 키의 키캡도 따로 제공하기 때문에, 맥에서 시노비를 쓰는 분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2번 스위치를 올려주면 좌우의 Alt 키가 Command키로 변경되고, 윈도키와 메뉴키가 알트키로 변경되기 때문에 따로 시스템 환경설정에서 보조키 설정을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3번 포트만 올려주면 앞서 설명한 1~2번 기능이 전부 적용됩니다.
TEX SHINOBI - DIY TYPE의 제품 박스와 구성품 (https://tex.com.tw/products/shinobi-diy-type)
스위치와 LED는 물론이고 라벨도 사용자가 직접 붙이는 말 그대로 DIY한 조립킷 입니다.
시노비는 누구에게나 훌륭한 키보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키보드입니다.
손목에 편안한 팜레스트 공간과 키보드에서 마우스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기본적인 활용성을 가늠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각지고 두터운 디자인과 컴팩트한 배열에 비해서 제품이 크게 보이는 덕분에 외형이 씽크패드처럼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옛날 플라스틱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목하고 평평한 TEX ADA키캡은 키보드 고유한 특징과 어울리는 편이고, 플라스틱 하우징 특유의 빈 공간이 신경쓰이는 분이라면 나중에 흡음재로 채워줘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마우스 버튼으로 기본 제공되는 체리 로우프로파일 스위치 때문인지, 넌클릭이나 클릭 방식에서는 간혹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립에는 체리 적색축을 강제하는 기분이 왠지 들었습니다.
원래는 각진 구분감의 백색축이나 부드러운 갈색축, 혹은 말랑한 흑색축으로 시노비를 만들려고 했으나 소유한 다른 스위치와의 조합에서 전부 실패하고 결국은 조립가이드처럼 체리 적색축으로 이식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고 무난하게 시노비를 사용하고 싶은 분이라면, 가벼운 리니어 계열의 스위치를 먼저 고려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