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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엽 Feb 21. 2017

피로사회

리뷰: 피로사회(한병철, 문학과 지성사, 2012 )

설 연휴에 읽은 재독 철학가 한병철 교수의 ‘피로 사회’.
책의 주제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부정의 힘’.
‘부정’이란 말 그대로 음험한 무엇이겠지만 ‘모두 다 그렇다고 할 때, 아니다’ 할 수 있는 에너지이자

‘부’를 통해 ‘정’을 확인할 수 있는 ‘테제’ 

마찬가지로, 근대 이성의 탄생이라고 하는 데카르트의 ‘의심하는 인간(방법적 회의)’ 역시 

‘부정하는 인간’이라 볼 수 있을 듯.
지금까지의 과학이 어떤 ‘가설’에 대해 의심하고 부정하는 절차를 통해(이를 테면 ‘검증’) 발전해 왔듯이.  


그런 의미에서 ‘피로사회’는 현재의 문제점을
부정이 사라진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긍정 사회는 적과의 대립이 아닌 수용의 시대이자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 


하지만 지나치게 긍정으로 획일화된 사회는 생기를 잃고 모두 것을 긍정해야만 하는 

전체주의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 흐름 속에 개인은 ‘할 수 있다. 노오오력하면 이루어진다’며 타자가 아닌 

스스로 착취하고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 ‘피로 사회’가 말하고자 하는 바.


책이 국내에 발행된 것은 2012년.
아마도 긍정 사회의 도래는 기술 발전에 따른 낙관적인 전망과 활발히 소비되던 만연한 

성공 신화 때문이지 않을까? 도 싶은데,
아쉽게도 책은 문제 제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진 못하고 있다.
그 점에서 비판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런 문제제기가

‘열정 페이’와 ‘노오오력’이란 말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모두가 ‘선’이라 하는 ‘긍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재밌다.
생각해보면 결국 ‘정’과 ‘반’이라는 변증법적 인식.
즉, 부정으로 드러나는 긍정과 긍정으로 드러나는 부정에 관한 이야기.


*사족] 뉴턴의 ‘프린키피아’
1. 뉴턴의 제 1 법칙, 관성의 법칙 
긍정 사회는 에너지가 발생되지 못하고 관성이란 이름 아래 스스로를 착취하며 개인이 지쳐가는 사회이다
부정 사회 역시 반동의 힘은 사라지고 억압이란 이름 아래 타자에 의한 착취만이 남은 세상이다..

2. 뉴턴의 제 2 법칙, 가속도의 법칙
지쳐가는 개인은 소진되며 우울증은 이 시대의 대표적 질병이다.
반대로 부정만이 존재하는 사회는 억압으로 인한 히스테리가 만연한다.

3. 뉴턴의 제 3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힘이란 항상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한 쌍으로 나타나듯이 

긍정과 부정 그 어느 것만이 절대 ‘선’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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