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IMC는 유효하다
광고하지 마라 / 다바타 신타로, 혼다 데쓰야 / 북카라반(2015.06.19)
광고하지 마라! 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에 끌려 산 책이긴 한데,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정말 “광고를 하지 마라!” 라기 보다는 목적과 상황에 따른 ‘광고의 역할론’ 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이 급부상, 약 2000년대 초반부터 매스 미디어(TV, 라디오, 신문, 잡지)에 집중되었던 관행에 회의가 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디어 중립(Media Neutral: 특정 매체 편중 지양)이 큰 화두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당시의 광고 대행사 ‘크리덴셜 PT’의 첫 장이 아마도 Media Neutral 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네요. 광고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스미디어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360도) 전략을 펼치겠다 하는.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라는 개념이 각광을 받고 마케팅은 IMC로 일컬어지기 시작했었던 때이기도 했지요? 통합 마케팅이라는 논리적 당위성과 함께.
IMC는 광고 회의론을 타개하기 위해 광고대행사로부터 먼저 적극적으로 도입된 전략적 제안이기도 한데,
고객의 ‘태도’가 아닌 ‘행동’을 추구하는 사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목표 고객(Target)의 하위 세그먼트 별로 행동을 유발케 하는 IMC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먼저, IMC에서의 목표 고객 하위 세그먼트라 함은,
예를 들어 ‘잇몸 치료약’이라 할 때, 목표 고객은 막연히 ‘50대 이상 잇몸 질환을 가지고 있는 남/녀’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 중에서도 경미한 증상을 가진 집단,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집단(심각한 욕구 보유), 치료를 마쳤으나 재발 공포를 가지는 사람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각의 목표 고객 그룹이 그리는 브랜드이미지는 동일해도 그룹 별 전달할 메시지는 틀려져야 할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 통증은 없더라도 조금의불편을 느끼는 사람(경미한 욕구 보유)에게 막연히 ‘잇몸 치료엔 우리 브랜드가 좋아요’ 보다는 ‘잇몸! 안심하지 마세요!’ 라는메시지를 감기 때문에라도 들리는 약국 데스크 위에 POP를 세워 환기시켜주고 감기약 살 때 우리 브랜드를같이 구매하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겠지요.
위의 표는 IMC Board의 핵심을 요약해 옮겨본 것입니다.
전체적인 사업 목표 아래 목표 고객을 세그먼트 하고 각각의 목표 집단에 전달할 메시지, 미디어, 브랜드 개성, 그리고 그들에게 원하는 행동(Desired Action)과 그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직접적인 혜택을 정리합니다.
그러나 각 세그먼트별 전달해야 할 메시지, 도달방법은 틀리더라도 전체 목표고객에게 남겨야 할 브랜드 이미지와 WTBL은 동일해야 할 것입니다.
WTBL은 Word to be Left의 약자로서 결국 목표 고객에게 ‘남겨야 할 한 마디’ 즉 브랜드를 표현할 핵심 제안이 될 수 있습니다.
※ WTBL은 Brand Image 안에 포함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이미지라는 총체를 좀 더 직접적인 언어적(Verbal) 표현으로 정리한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IMC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것은,
고객 그룹 전체 혹은 하위 세그먼트 별의 행태적 특성(혹은 고객 반응)을 DB로 구축하여 예전에 비해 훨씬 쉽게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것과 메시지 도달이 좀 더 세밀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석적인 측면에서는 웹사이트의 회원 가입과 유형별 통계, 이벤트 참여, 메시지 변경에 따른 판매 추이 변화와 반응에서부터 요사이의 SNS 텍스트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이 발전하고 있고, 메시지 도달 측면에서는 TV CF가 관심을 유발하면 웹사이트를 통해 상세한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온라인 전문 미디어,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기존 미디어가 미치지 못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누군가가 그랬었죠.
각기 다른 모두를 대상으로 같은 메시지를 발산한 후 그 중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는 것은 강 한가운데 그물코가 넓은 그물을 던져놓고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기도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냐고.
물론, 강에 사는 물고기에 따라 다른 이야기겠습니다만, 적어도 큰 그물코에 낚일 물고기는 요사이 많이 없어진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IMC의 행동 유발 목표는 지금까지의 태도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전제에서 행동이 그 사람의 태도를 만든다는 요사이의 행동주의 패러다임과도 맞물립니다.
하지만 사실 제대로 된 IMC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많지 않은 채 ‘IMC 허상론’이 대두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는 사실 ‘통합’이라는 논리적 타당성만을 가지고 IMC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 그친 나머지 ‘One Sight One
Voice’라는 명제를 One Sight One Message 라고 받아들인 데에서 많은 부분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One Message 는 순도 높은 단 하나의 ‘Insight’를 목표 고객을 구성하는 하위 세그먼트에 대한 이해 없이, TV, 라디오, 신문, 잡지,온라인, 판매 채널을 포함한 모든 고객 접점(Touch Point)에 행여 ‘Insight’가 상할까 글자 한자 수정 없이 그대로 전해야 하는 것으로 시작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은 유효했습니다.
디지털이 도래하며 바야흐로 웹의 시대를 열었다고는 해도 그 수가 많지 않았고 TV를 중심으로 아직 획일적이었던 당시의 미디어 혹은 마케팅 상황을 볼 때 오히려 상당히 획기적인 개념과 사고 방식이었지요.
광고 대행사는 아직은 통제할 수 있는 미디어의 대행폭을 넓히며 수익을 확대할 수 있었고
광고주 역시 전방위를 커버할 수 있는 브랜드 환경으로 고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IMC 허상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일 것입니다.
그때의 미디어 환경과 고객은 판이하게 틀리다.
커뮤니케이션 영역과 고객 경험을 연결해야 할 이때에 아직도 흘러간 유행가를 부르고 있느냐고.
맞습니다.
'웹'이 있다지만 지금처럼 페이드(Paid) – 온드(Owned) – 언드(Earned) 미디어로 개념과 실체가 분화되기 이전으로 크게는 매스미디어와 브랜드라는 객체만이 존재, 미디어의 병렬적 전개만을 부각하여 강조한 것도 어느 정도의 사실이었고
고객 경험에 관한 체계적 관리 대신 데이터 베이스와 분석만이 있었던 당시의 고객 관리 개념으로는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영역(Advertising) 과 브랜드의 실체적 영역(Reality – 광고를 포함한 모든 고객 접점)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던 것도 어느 정도의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측면의 IMC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미디어의 병렬적 전개에 불과하다는 오해는 IMC를 제안한 ‘돈 슐츠’가 IMC는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라는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영향 받았다는 가장 중요한 대목은 그냥 지나쳐버린 것과 다름 없을 것입니다.
게슈탈트 측면에서 볼 때,
One Voice 라 함은 전하고 싶은 하나의 ‘아이덴티티’ 아래 각각의 하위 세그먼트 별 그리고 그들이 접촉하는 미디어 별 특성에 맞춰 변주되어 전달되어 한다는, 즉 ‘목소리’라는 넓은 주파수의 메시지 전달 폭과 고객 반응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요사이 말하는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란 그 자체의 미디어 표현 전략이기도 하지만 One Voice를
위한 IMC의 전술적 수행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둘 째, 커뮤니케이션 영역과 고객 경험을 연결하라.
IMC는 무엇보다 ‘콘텐츠’를 매개로 커뮤니케이션과 고객 관리가 하나로 연결된 사상입니다.
요새 이야기되는 Shared Value 가 될 수도, User Engagement가 될 수도 있는 브랜드와 사용자와의 ‘담화’이며 각 미디어(고객 접점) 전반을 흐르는 ‘Dynamics’ 인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하위 세그먼트 별 고객 경험 관리를 통한 재무적 성과입니다.
돈 슐츠의 IMC 관리론에서도 그렇고 국내에 IMC를 제대로 소개한 ‘정해동 님’의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이 하위 세그먼트 별, 투입 대비 결과의 ROI(Return on Investment) 였습니다.
하지만 고객 경험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2000년 초반 당시 데이터 베이스라는 틀에서만 논의되었던 CRM 열풍이 기억납니다.
결국, 데이터 베이스가 아니라 고객 경험이라는 사고 방식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 것이죠.
물론 IMC가 고객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틀에 치우친 나머지 질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할 측면이라 할까요?
고객 접점이라는 말도 예전의 ‘브랜드 컨택 포인트(Brand Contact Point)라는 다소 무미건조한 정의에서 요사이에는 마음을 건드린다는 공간적 의미의 ‘터치 포인트(Touch Point)라는 말로도 많이 인용되고 있는 것을 볼 때, 틀에서 질적으로의 전환은 이미 무르익은 것 같습니다.
※ 터치 포인트라 함은 번 슈미트의 ‘경험 마케팅 이론’에서 제시된 용어입니다.
그 가운데 국내에서는 코카-콜라의 ‘코크플레이’ 처럼 Youth Target을 목표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TV, 옥외, 온라인 등이 연결되어 ‘구매(Desired Action)’ 후 ‘코드 입력 - 혜택 발생(Motive Benefit)’이라는 행동을 이끌었던 좋은 캠페인도 나왔습니다.
정확히 정의된 타겟에게 Cool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즐거움이라는 참여와 보상, Coke는 PLAY라는 연대감 혹은 WTBL, 고객 하위 세그먼트 별 경험 수준 진단과 매출(구매 후 코드 입력)측면의 투자 수익 검토 등,
해당 캠페인 모델이 국내에서 글로벌로 수출되기도 했었지요.
다만 IMC 허상론을 생각할 때 아쉬운 것은,
이제 통합이라는 ‘Integration’이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미디어의 단계적 역할론으로 적극 해석되고,
또 ‘병렬’보다는 ‘융합’ 그리고 ‘전달’보다는 ‘연결’이라는 맥락으로 제대로 해석되고 실행되어야 할 IMC가
그 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한 채 이젠 유효기간이 지난 방법론 – 지금의 시각에서 당시의 개념이 전부라고 비판하며 본질마저 전도하는 - 이라는 오해가 안타까울 뿐이죠.
그 점에서 ‘광고하지 마라’가 반가운 이유는 고객의 행동을 유발하는 방법이라는 IMC의 본질적 측면으로 접근한 관점입니다.
책은 이미 디지털인 요즈음의 시대를 이야기하며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시작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행동이 되기 위한 씨앗인 1,000명에서 최대 도달할 수 있는 10억명까지.
고객의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어떤 한 단계는 전체의 단계를 포괄하는 개념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책은,
앞으로 갈고 닦아야 할 것은 상품과 서비스와 스토리라고 말합니다.
광고란 것은 단지 그것들을 빛나게 할 뿐이라고.
결국, 앞으로의 IMC란 고객과 같이 공유할 브랜드 세계관(상품과 서비스와 스토리)을 만들고 고객에게 세계관의 참여를 권유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그리고 그 세계관을 매개로 고객과 브랜드간의 연대의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법론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트랜스 미디어 마케팅 시각에서 볼 때 같은 신화(Brand Story)를 가진 부족 공동체(Brand Society)로서.
앞으로의 IMC가 IMC의 귀환이 될지, 콘텐츠 마케팅이 될지, 경험 마케팅이 될지, 아니면 트랜스 미디어 마케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근저에 있는 사상은 동일하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상을 추진할 '동인'인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합의(경험 마케팅 등)가 지금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고도 생각하지요.
여담으로 책은 살짝 ‘병맛’인 부분이 있긴 하죠. 좀 과한 ‘네이버 라인 용비어천가’라는 것?
하지만 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여하튼 책은, 기 – 승 – 전 - 라인 인 책으로
리뷰 내용은, IMC 배경 – IMC에 대한 오해 - 광고하지 마라 – IMC 본질적 해석의 필요 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