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토리텔링 진화론, 이인화(2015)
스토리텔링 진화론, 이인화 / 해냄(2015)
‘스토리텔링’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책의 정의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이란 ‘사건의 진술이 지배적인 담화 양식’을 말합니다.
Story + Telling이라고 볼 때
사건의 진술에 해당되는 것이 ‘스토리’이고
말하는 방식 즉 담화라는 것을 ‘텔링’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링’을 고쳐 말하면 ‘어떤 사건의 진술(스토리)을 관점을 담아 이야기 하기(담화)’쯤? 될까요?
신데렐라가 겪은 일생을 스토리라고 한다면
신데렐라가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로부터 구박받는 순간부터 이야기하거나, 유리구두를 신고 왕자님의 자격을 증명한 순간 그 이전의 설움과 아픔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것은 화자(이야기 하는 사람)가 선택한 담화의 형식이라 할 수 있지요.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보통 아마 계모로부터 구박받는 어느 날에서 왕자님의 신부로 행복한 결혼을
치르는 일까지 일 것입니다. 어떤 ‘성인 동화’에서는 결혼 후의 뒤 이야기가 새로 창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같은 주제와 소재라 하더라도 담화의 형식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편의상 설명이었지만 ‘스토리텔링’을 ‘스토리(사건)’와 ‘텔링(담화)’으로 구분 지어 생각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을 이해하기 위한 올바른 ‘개념 잡기’가 아닐 수 있다고 하지요.
작가는 여러 서사 학자들의 연구를 들어 이를 논증합니다.
스토리와 담화의 구분을 주장한 ‘시모어 채트먼’에 대해,
바버라 헤른스타인 스미스
- 채트먼의 스토리란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과 마찬가지라고 비판
- 스토리는 언제 어디서나 담론화 된 구조물로 존재하며 스토리와 담화의 구분은 개념적으로야 가능하지만 실제로 검증되지 않는다.
조너선 컬러
- 이야기는 스토리에서 담화라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리처드 웰시
- 채트먼과 반대로 먼저 담화가 있고 나중에 스토리가 존재한다.
모니카 플루더니크
- 기존 담화 버전의 신데렐라가 새로운 담화 버전의 신데렐라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런저런 논의가 있겠지만 쉽게 말해,
사건의 진술이 담화라는 형식으로 표현되지만, 스토리가 변형 없이 그대로 담화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관점에 따라 혹은 화자에 따라 새로운 사건이 첨가되기도 하고 생략되기도 하면서 담화로 구체화된다는 것.
우리가 감동하고 흥분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결국 ‘담화’라는 것.
예를 들어 어떤 역사의 주인공이 겪었던 사건의 진술(스토리)이 시대의 해석에 따른 담화를 통해 ‘영웅’이 되기도, 용서 못할 ‘악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담화 중심주의’로읽히기도 하겠지만 ‘스토리’와 ‘텔링’은 둘이 딱 나누어져 있다기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변해간다는 의미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 변해간다는 의미를 ‘모니카 플루더니크’의 해석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 보편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는 둘 사이의 행복한 결혼으로 마무리되지만 결혼 후의 뒤 이야기가(청중의 호응을 얻어) 많이 퍼진다면,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그때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많이 틀려져 있겠지요?
예전에, 정확히는 2002년 월간 ‘웹 디자인’ 10월호에 ‘기획서를 잘 쓰려면’이란 타이틀로 기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ISBN을 가진 정기 간행물의 첫 데뷔작이었지요. ㅋ
당시, 디지털 에이전시에 재직하면서 느껴왔었던 기획서 작성에 대한 현업의 고민에 대해 나름의 조언(?)을 담아보고자 했는데 어떤 ‘의도’를 가진 기획의 가치를 설득력 있는 안(기획서)으로 옮기고자 하는 일종의 생각할 거리쯤 될지 모르겠습니다.
부끄럽긴 하지만 그 후 여러 블로그에 인용되거나 게재되면서 꽤 인기(?)를 끌기도 했답니다. ㅋ
[어느 분의 블로그에 실려 있는 당시 기사 ]
http://blog.naver.com/s7562/100009508360
기획의 내용을 기획서로 담는다는 것은 바꿔 말해,
일으키고자 의도하는 사건에 대한 진술(스토리)을 관점을 가지고 말하는 방식(담화), 즉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트먼의 개념’이 부정되듯이 기획은 기획이고 기획서를 쓰는 것은 기획서를 쓰는 것이라고 구분 지어 생각할 수는 없겠지요.
기획이라는 어떤 ‘추상적 사고’는 기획서에 담을 항목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고
기획서에 담을 항목을 생각하여 기획을 보강할 수도 있으며
기획서에 담을 목차는 처음 세웠던 그대로가 아니라 기획을 풀어가는 가운데 다시 수정되고 다시 구조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고문에서 말했던 ‘기획서를 잘 쓰는 방법’ 이란 기획을 하기 위한 여러 고려 요소들을 생각해 보고 구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감정 장치’가 빠졌네요.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의 ‘제안’이 기획이라면 기획을 기획서라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극적 효과’라 칭할 수 있는, 그 기획을 잘 드러내기 위한 ‘메타포’라든지, 문제의 단순화라든지, 첫머리에 슬쩍 제시되는 결론의 복선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죠.
‘기획’과 ‘기획서’, ‘스토리’와 ‘텔링’.
결국 각각의 개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 영향을 통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적 순환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가 말하는 ‘스토리텔링’ 역시 이 두 가지가 통합된 본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음으로 작가는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말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 비범한 능력자의 천재적 발상이 아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발상(모티프)을 보편화시킬 수 있는 방법(모티프를 구체화할 표상 찾기)을 찾는 것에 달려있다고 하며 대문호 ‘빅토르 위고’ 조차도 ‘레미제라블’을 평생에 걸쳐 수백 번 고쳐 쓰며 완성했듯이 형편없는 초고를 몇 번이고 고쳐 쓰며 완성(구성)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이를 위해 작가는 그가 그의 연구진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며 개발한 ‘스토리헬퍼’라고 하는 스토리텔링 저작 툴을 제안합니다.
‘스토리헬퍼’는 모티프라 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를 제안하고 관련된 유사 스토리 제공을 통해 글을 쓰려는 사람이 그를 참조로 표상을 찾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디지털 저작 툴입니다.
※ 참고
- 작가인 류철균 교수는 현재 이화여대에 재직 중으로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 툴 ‘스토리헬퍼’를 개발, 다양한 저작 활동을 지원하고 계시죠. 참고로 필명으로는 이인화라는 이름을 쓰시며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 스토리헬퍼: http://www.storyhelper.co.kr
먼저 모티프라 함은,
보통 이야기가 처음 안정된 상태에서 어떤 문제의 제기를 통해 불안정해지고 서로 대립하다 결말이 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면, 처음의 안정된 단계에서 불안정을 이끌어 내는(위반 혹은 모순) 어떤 계기나 사건, 표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킬러’라는 모티프라고 할 때, 그냥 살인을 하고 돈을 받는 이야기로 끝이라면 사실 이야기 치고는 좀 심심하지요. 하지만 어떤 이야기의 모티프가 될 만한 ‘킬러’라면,
냉혈한 살인 청부 업자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거나(#레옹)
킬러였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나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쫓김을 당하는(#본 아이덴티티) 등
이 같은 모순된 위반 혹은 어떤 문제 발생 가능성을 가진 힘을 모티프라 합니다.
‘스토리헬퍼’가 제공하는 이야기의 모티프는 모두 205개입니다.
‘조셉 캠벨’이 평생에 걸쳐 전 세계의 신화와 민간 이야기를 수집한 후 몇 개의 사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었듯이 작가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수집, 분류한 205개의 모티프란 사실 지금 우리 가 살아가는 삶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모티프를 결정하면 ‘스토리헬퍼’는 해당 모티프를 가지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 설정에 따라 3막 8장 110개의 신(장면)으로 나뉜 여러 유사 사례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유사 사례까지 추출하면 이제 우리는 선택한 모티프를 가지고 사례를 참조하며 구체적인 표상을 선정하여 글을 쓸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셈이죠.
이로서 ‘스토리텔링’과 우리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한 작가의 문제의식과 제안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와 텔링의 융합(Convergence)이다.
모티프라 함은 크게는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고 작게는 감정적 반응을 일으켜 행동을 유발케 하는 힘의 원천을 말하며
유사 사례의 제공은 모티프를 나타낼 구체적인 표상을 떠올리고 초고를 계속 다듬어 가며 우리 모두의 보편성으로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글쓰기란 어느 비범한 능력을 가진 자만의 일이 아닌 꿈 꾸는 자라면 모두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토리헬퍼’를 제안하는 바,
신비로운 힘으로, 상상의 세계를 펼치고,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추어진 인간 본성의 비밀을 알려주고, 고귀한 행동에의 열망을 불어넣는 위대한 이야기를 누구라도 만들어보자
근대라는 ‘철학의 시대’를지나 SNS로 대표되는 지금은 다름 아닌 ‘문학의 시대’이니까.
작가가 말하는 문학의 시대를 좀 더 부연하면
글을 쓴다는 것(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들어줄 수 있는 청자가 있는, 즉 우리가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
책에는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겨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구조적 특성은 과연 어떠한지,
이야기를 만드는 작법과 견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에 따라 다른 스토리텔링 저작 툴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위의 남은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가 작가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논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짧게나마 정리해 본 내용입니다.
그리고 ‘스토리헬퍼’를 소개드리며 여러분들의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