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씬의 형식과 기술 방법
사전 공부장. 씬의 형식과 기술 방법 익히기
본격적으로 씬을 쓰기 시작해야하는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에 작가들이 극대본을 쓸 때 사용하는 필수적인 용어, 대본의 형식과 그 기술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작가는 사전에 약속된 용어와 방식에 따라 대본을 집필해야 연출과 스텝, 배우에게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을 기술하는 방법을 잘 익히는 것은 매우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씬(Scene)번호 문장과 컷(Cut), 지문과 대사의 기술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씬 (Scene) 번호 문장(Line)의 기술 방법
1. 씬 번호 문장은 ‘동일한 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한정하여 쓴다.
장소가 바뀌면 예외 없이 씬 번호를 바꿔주어야 한다.
동일한 건물이나 집 안에 있는 다른 장소라도 마찬가지로 씬 번호를 바꾸어 준다.
예를 들어 S1. 집 – 안방 / S2. 집 – 거실 처럼 같은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도
장소가 다르면 씬을 구분해서 써야한다.
2. S1. 병원 응급실 / 낮 처럼 씬의 번호를 붙이고,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를 쓴 후
그 뒤에 사건의 시간을 붙인다.
3. S1. 병원 응급실 / INT / 낮 처럼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건물의 내부냐 외부냐에
따라 INT(내부) / EXT(외부)를 장소 뒤에 쓰기도 한다.
영화 시나리오에 주로 사용하고 드라마 대본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4. 시간은 크게 낮(D)과 밤(N) 두 가지로 구분하여 쓰는데 새벽/아침/낮/황혼/저녁/밤
으로 세분화하여 써도 좋다.
촬영팀은 작가가 대본에 쓴 여러 시간들을 크게 낮과 밤으로 구분하지만
촬영 과정과 후반 DI 작업에서 대본에 표시된 세분화된 시간을 노랗거나(황혼)
푸른(새벽/저녁) 빛의 화면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시간을 정확하게 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컷 (Cut)의 기술 방법
컷은 한 장면의 시작과 끝이다. 기본적으로 한 컷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컷을 나누고 싶을 경우 문장을 나누어 쓰고 줄을 바꾸어 준다.
만약 주인공이 여러 동작을 이어서 하는데 그 장면이 한 컷으로 찍히기를 원한다면 한 문장으로 쓴다. 반면 여러 컷으로 동작을 표현하고 싶다면 여러 문장으로 나누어 쓰면 된다. 예를 들어,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가 컵에 물을 따른 뒤
벌컥벌컥 마셨다.
라고 한 문장으로 쓰면 작가가 그 장면을 한 컷으로 찍기 원한다는 표현이다. 반면,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식탁으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물 컵에 물을 가득 따랐다.
그는 목이 매우 말랐던 듯 벌컥벌컥 그 물을 마셨다.
라고 세 문장으로 쓴다면 이 장면을 세 커트로 나누어 좀 더 세밀하게 찍기를 원한다는 표현이다. 최근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기 때문에 후반 작업에서 컷을 잘게 쪼개어 다양한 각도의 화면으로 편집하는 경향이 있다.
씬 번호 문장과 컷을 쓰는 기본적인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지문의 기술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지문은 크게 상황 지문과 행동 지문, 감정 지문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문은 독립된 문장으로 쓰기도 하고 대사의 앞뒤와 중간에 괄호를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대사는 등장인물과 그가 할 말을 대본의 형식에 맞추어 쓰면 됩니다.
지문 기술 방법
1. 상황 지문은 장소의 디테일을 지정하는 지문이다. 주로 공간의 분위기와 미술에 관련된 디테일을 기술한다. 작가가 촬영 공간인 세트와 세트 안에 들어갈 소품을 세세하게 지정하는 것은(작가의 설정이 실현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만) 촬영팀에게 큰 도움이 된다. 연출과 스텝들은 이런 상황 지문에 충실하게 혹은 더 적절하게 촬영 공간의 디테일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상황 지문은 다음의 예와 같은 지문이다.
천장부터 늘어진 거미줄이 여기저기 드리워져 있고 바닥에는 묵은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오래된 원목 가구들이 방 한 중간에 넘어져있고 중간이 듬성듬성 찢어진 벽지
위로 빛바랜 그림들이 비뚜름하게 걸려 있다.
2. 행동 지문은 인물의 행동을 기술하는 지문이다. 독립된 문장으로 쓰기도 하고 대사 전후의 행동이라면 괄호 안에 써준다. 다음의 예와 같다.
그는 잠든 범인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는다.
그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린다.
납치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야... 너 지금 어디 가?
피해자 (화들짝 놀라며) 그게 저, 화, 화장실요!
3. 감정 지문은 인물의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행동 지문과 마찬가지
로 독립된 문장으로 혹은 대사 전후 괄호 안에 쓴다. 주로 배우들의 대사와 감정 표현
을 돕기 위해, 혹은 표현해야할 감정을 정확하게 지정하기 위해 기술한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의자에 묶여있는 아이를 보자 그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다.
납치범 (능청맞게) 왜? 니가 한 짓은 기억이 안 나고, 기분이 나빠?
아버지 (분노를 억누르며) 아, 아닙니다.
대사 기술 방법
대사 기술 방법에는 중앙에 등장인물명을 쓰고 아래 대사를 쓰는 방법과 좌측에 등장인물명을 쓰고 일정 간격을 비운 다음 대사를 쓰는 방법이 있다.
환희
넌 꼭 그런 데 나가야 되냐?
준희
왜, 그런 덴 꼭 너만 나가란 법 있냐?
위의 방식은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형식으로 페이지당 1분 분량의 대본을 쓰는 방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고 아래의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환희 넌 꼭 그런 데 나가야 되냐?
준희 왜, 그런 덴 꼭 너만 나가란 법 있냐?
지금까지 기술한 씬 기술방법에 따라 완성해본 씬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S1. 버려진 폐가 / 낮
천장부터 늘어진 거미줄이 여기저기 드리워져 있고 바닥에는 묵은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오래된 원목 가구들이 방 한 중간에 넘어져있고 중간이 듬성듬성 찢어진 벽지 위로 빛바랜 그림들이 비뚜름하게 걸려 있다.
환희는 의자에서 잠든 범인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는다.
환희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린다.
납치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야... 너 지금 어디 가?
환희 (화들짝 놀라며) 그게 저, 화, 화장실요!
납치범 누가 가래?
환희 ..예?
납치범 누가 너보고 화장실 가랬나고!!!
환희 그러니까 그게.. 오,오줌보가 터질 거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납치범 자리로 돌아가.
환희 ..예.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