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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음료 Jan 08. 2023

두근두근 내 인생

떠나보내는 아쉬움이라고는 1도 없을 정도로 2022년은 나에게 힘든 한 해였다. 그래서 그런지 묵은 2022년을 보내고 새로운 2023년을 맞이한 요즘, 마치 목욕탕에서 막 목욕을 마치고 나와 바람을 쐬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작년에 나를 괴롭히던 여러 문제들 중에는 나의 진로 문제도 끼어 있었다. 고3도 아니고 대학 졸업예정자도 아니고 마흔이 훌쩍 넘은 아주머니에게 진로 문제라니 조금 웃기기도 하지만 나는 정말 심각했다. 나름 성실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니 이런 갈지자 행보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과거의 모든 경험이 합쳐져 지금 ‘최미선’이라는 고유한 사람이 만들어졌겠지만, 그 사실로 스스로를 위로하기엔 나는 이 거대한 사회에서 자아실현을 이루어 스스로를 먹여 살리며, 즉 돈을 벌며, 떳떳하게 살아가기에는 내밀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나의 모든 경력은 제각각이었고 기간마저 많이 짧았다. 거기다 외국에서 오래 살며 애 둘 낳고 기르느라 경력 단절이 되었노라고, 겨어우 새로운 경력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외국으로 나와야 했다는 변명과 하소연은

속풀이는 조금 될지언정 나의 진로에는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게다가 이곳은 타국이다.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너무나 좁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내 내면 속에서 꿈틀대던 자아실현의 욕구는 작년에 폭발적으로 나를 뒤흔들었다. 아무리 옆에서 남편이, 친구들이, 차근차근히 해 나가면 된다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돈은 조금 천천히 벌어가면 된다고, 지금은 좀 즐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이야기를 해주어도 나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였다. 이미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았고, 앞으로 얼마동안 불안정한 해외생활이 이어질지 알 수가 없는 것 같았고, 정당한 사회활동에 대한 대가로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을 지금 당장 보고 싶었다. 뭔가를 할 수 없다면 돈이라도 벌자, 돈은 어떻게 벌지? 스마트 스토어? 구매대행? 별별 생각을 다 하며 이 아이디어를 주변인들에게 나누었지만, 나의 성격을 잘 아는 남편은 딱한 눈길로 날 쳐다볼 뿐 별 말을 못 했고,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콧웃음을 쳤다. 컴퓨터 클릭하는 것도 싫어하는 언니가 무슨!

맞다.. 나는 나를 위한 온라인 쇼핑도 싫어한다. 물건 고르기도 귀찮고 온라인 결제하는 것은 더 귀찮다. 그러는 내가 무슨…


그렇게 심하게 흔들리는 갈대였던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건 한국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 세 시간 동안만 일했지만 내가 어딘가에 속하여 있는 사람임을 느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고 즐거웠으며, 독일 한인 사회에서 한국학교 교사라고 하면 다들 아주 조금은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내가 애틋하고, 그래서 얘가 좀 잘됐으면 좋겠고, 좀 행복했으면 좋겠고 이런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이었던

것이다(나르시시스트와는 다르다).


그렇게 일 년 동안 나의 가엾은 두뇌는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 주인의 어쩌지 못하는 고민을 꽉 채운채 이리저리 굴림을 당했다. 그러다 2022년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기적처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가닥이 잡혔다. 그 일환으로 다시 글쓰기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큰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한국학교에서  적지만 급여를 받고 있긴 하다. 당연하다, 일을 조금 하고 있으니..) 본래 나의 가치보다 자신을 훨씬 폄하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사라졌다. 갑자기 나의 두뇌에 물밀 듯이 들어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야 할 일들, 준비해야 할 일들로 나의 가엾은 두뇌는 다시 팽팽하다. 하지만 이번엔 좋은 일로 팽팽하여 다행스럽다.


부디 바라옵기는, 2023년 열심히 살아볼 것인데 적절한 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막힐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떠올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올 한 해 몸과 정신은 바쁘지만 나의 마음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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