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폭발적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
성공을 만드는 '1'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것 같은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저것도 많이 해 보는데, 정작 하나도 제대로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을 놓친 걸까?
여객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엄청난 크기의 물체가 가뿐하게 공중에 떠오르는 모습은 중력의 절대적 영향력아래 있는 지구인들의 눈에는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기적과도 같이 놀라운 광경이다. 우리가 이루는 성공도 가끔은 이런 기적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적에는 이를 충분한 힘으로 밀어붙인 노력이 있었다.
항공기는 비행에 최적화된 항공역학구조로 설계되어 가벼운 소재의 유선형 기체에 날개가 더해졌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공중에 뜨지 못한다. 항공역학구조는 양력을 전제로 설계되었으므로 여기에 적절한 속도운동(Velocity)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양력을 받아 중력을 거스르고 공중에 뜨는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출발해 이륙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속도는 V1 - VR - V2 3단계로 진척된다. V1은 이륙결심 속도로 일반 제트여객기의 경우 통상 시속 260 km 수준이다. 이 시점 전에 파일럿은 항공기를 이륙시킬지 말지를 최종 결정해야 되고 이 시점을 넘어설 경우 항공기에 이상이 발견되더라도 반드시 이륙시켜야 한다. V1을 넘어선 시점에서 이륙을 포기하게 될 경우 관성운동으로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V1을 넘어서서 항공기 기수를 들 수 있는 최소 속도 VR에 이를 때 항공기는 땅을 박차고 도약하게 되며, 안전상승속도인 V2에 도달하게 되면 마침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게 된다.
사실 이 3단계는 순식간에 진행되고 일반인의 눈에 각 단계는 잘 구별이 가지 않아 이를 이륙속도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각 단계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거의 순식간에 넘어가는 이륙 결심속도인 V1과 기수를 들 수 있는 최소속도 VR 간에는 비행기를 공중에 띄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이륙 결심 속도인 V1도 지상 교통수단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하지만 이 속도로는 아직 항공기의 기수를 들지 못한다. 이 속도로 아무리 오래 달려도 항공기는 뜨지 못한다. 항공기가 뜨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수를 들 수 있는 최소속도(VR)에 도달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V1과 VR의 차이가 시속 10km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작은 차이가 항공기를 땅에서 계속 질주만 하게 할 것인지 뜨게 할 것인지를 나누게 된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차이도 그렇게 크지 않다. 일단 성공의 문 앞에 선 사람들은 이미 엄청난 노력으로 그 문 앞에 도달한 것이다. 그 시점에서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느냐의 차이가 성공으로 도약하게 될지 실패로 좌절하게 될지를 나눈다.
육상이나 빙상경기에서는 마지막 한 바퀴에서 순위가 바뀌는 일이 허다하다. 운동경기에서 자주 사용하는 ‘라스트 스퍼트(Last Spurt)’라는 용어는 마지막에 분출하는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모든 선수들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누가 더 고통을 견디고 마지막 에너지를 뿜어내느냐에 따라 경기의 순위가 정해지게 된다. 여객기 전체 연료 중 이륙을 위해 사용되는 연료 비중은 80%라고 한다. 전투기는 비행 중에도 전투기동을 위해 급격한 방향 선회나 고도 변경으로 연료를 많이 사용하게 되지만, 여객기는 이륙 후 일정 고도를 유지한 후에는 기류를 타고 순항하기 때문에 연료를 크게 사용하지 않는다. 여객기에 실리는 그 많은 연료가 대부분 짧은 이륙시점에 다 소모될 정도로 이륙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폭발적이다. 이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부어 시속 10km의 속도를 더 만들어내지 못하는 비행기는 하늘을 만날 수 없다.
일단 하늘로 날아올라 일정고도를 유지하게 되면 여객기는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 순항할 수 있다. 지구자전이나 지역적 기온과 기압차에 의해 발생되는 제트기류를 타고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성공을 이룬 후에는 그전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탄력을 받아 순항할 수 있게 된다. 그 직전까지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S.E.S. 그룹의 ‘달리기’라는 노래 후렴구에 나오는 아래 가사는 지금 힘겨운 노력에 지쳐 도약 직전인 VR 앞에서 포기를 고민하는 이들을 좀 더 다독여주는 응원이 될 것 같다.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편히 쉴 수 있다는 것’
특정 상황에서는 더 낮은 속도에서도 이륙이 가능하다. 바로 맞바람이 강하게 불어올 때이다. 이 경우에는 통상적 V1 속도 이전에도 기수를 들 수 있는 속도인 VR로 진입이 가능해진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련이 다가와 더 속도를 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오히려 이 시련이 자신을 넘어서게 하는 더 큰 양력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시련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 속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그 장애를 뛰어넘어 도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린다고 모두가 다 하늘로 도약하는 것은 아니다.
다운포스(Downforce) 차체설계가 적용된 포뮬러 레이싱카는 아무리 속도를 내도 하늘을 날 수 없다. 다운포스는 항공기를 띄우는 양력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해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체가 받는 하방 압력과 바퀴의 접지력이 높아져 차량의 고속주행 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항공역학과 다운포스 둘 다 동일한 유선형의 바디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에어로 다이내믹 구조에 날개까지 동일하게 갖추고 있다.
유일한 차이는 날개의 방향이다.
항공역학에서의 날개 방향은 앞부분이 위로 향해 날개 아래로 양력을 일으켜 기체를 뜨게 만드는 구조이다. 이에 반해, 다운포스의 날개 방향은 앞부분이 아래로 향해 공기가 날개 위에서 차체를 짓눌러 땅과의 마찰을 극대화시키는 구조이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S.E.S. 의 신나는 응원가 뒤에 바로 김새는 다운포스 이야기를 늘어놓았는지 다들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열심히는 다 한다. 잘해야 한다.’ 이 잘하는 것에 바로 이 방향설정이 있다. 항공역학에 의거한 제대로 된 날개의 방향설정이 되어있다는 전제하에 충분한 속도가 받쳐주면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