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7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작년에 글을 써야겠다 마음 먹고 브런치에 글을 몇 번 올렸는데 오래 쓰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첫문장을 시작하면 그 다음 글을 써내려 가는 건 술술인데 딱 그 첫 시작이 어렵다. 인생에 루틴이란 걸 만들어 본 적 없는 나는 글쓰기를 하고 싶어만 하고 정작 그 시작 앞에서 늘 머뭇거렸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쓰면 써진다. 허나 그 다음이 문제다. 일단 쓸 내용이 없어진다. 호기롭게 무언가 써봐야지 하고 썼지만 그 다음 글은 더 의미 있고 좋은 통찰력이 담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뒤따른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떤 것도 다시 쓸 수 없다. 편안하게 마음 먹자고 늘 다짐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고 있는게 맞다. 그러니 일기장이 아니라 굳이 브런치에 로그인까지 해가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
언제쯤 이 기대를 버릴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글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건가 싶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은 그냥 하게 되어 있다. 좋아하니까. 보여지고 말고가 아니라 그냥 내가 즐거워서. 그것이 돈이 되든 말든, 사람들이 봐주든 말든. 그런데 내 상황은 그리 넉넉치 않아서 자꾸 글 너머 사람들의 관심과 돈을 생각하게 된다. 글쓰기는 아는거야.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자꾸 딴 곳에 시선을 돌리는걸.
근데 어쩔 수 없어. 나는 전문 작가도 아니고 여전히 삶의 종착역을 찾아가는 방랑자이니까. 가난한. 그러니 관심과 돈이 궁할 수 밖에.
요즘의 관심사는 뭐냐며 간간히 물어오는 브런치의 알림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언제든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고맙기도 하다. 허나 쉽게 마음이 동하지는 않는다.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싶다. 아주 실용적이고 객관적이다. 감정적이고 물러터진 사람 주제에.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여 글을 써보기로 한다.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최근에 원의 독백을 사서 읽었는데 그 사람의 꾸준함이, 또 그의 성장과 변화가 글에 여실히 드러나는 점이 좋아서. 그래서 나도 나를 기록하는 일을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매일 하나의 글을 쓰기로 다짐한다. 벌써부터 얼마못가 흐지부지 될거 같은 예감이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완벽하지 않게, 그저 기록의 용도임을 나에게 인지시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