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7
화요일 저녁,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그 시간대가 제일 반응이 좋았으니까.
그런데 반응이 영 시원찮다. 요 근래 계속 그랬다. 아니 어쩌면 지난 몇 년간 그랬던걸지도 모른다. 남들은 몇개월만에 팔로워수가 몇 천을 넘고 좋아요도 수백을 기본으로 받는데 나는 3년동안 계정을 운영했으면서도 지지부진했다. 그럴만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올리고 또 이 핑계 저 핑계로 안 올리던 기간도 많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걸 다 해야했기에 피드 주제도 없고 일관성도 없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 새해를 맞이해서 다시 해보자 싶었는데 문득 깨달았다. 바뀌었다는 걸.
일단 세상이 바뀌었다. 인스타그램을 사람들이 하지 않냐고?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 계정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다른 인스타툰 작가들도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데 잘 나가는 사람은 여전히 잘 나가더라. 그러니 인스타그램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제 사람들은 포화상태의 인스타툰 시장에서 비슷비슷한 캐릭터와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는 거겠지.
게다가 요즘 사회문제로 시끌시끌하다. 그것에 신경쓰기도 바쁜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만화같은게 눈에 들어올리가. 그 내용이 대단히 싱거운 무언가라면 더더욱. 릴스니 쇼츠니 도파민 터지는 걸 찾기 바쁜데 한장짜리 네컷에 낙서같은 캐릭터로 시덥지 않은 얘기나 주고 받는 인스타툰을 그리는 내 만화가 사람들의 눈에 들리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내 게시물의 좋아요수는 급감했다. 언팔도 야금야금 생겼다. 게시물을 다시 올리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언팔이 늘었다. 게다가 팔로워들조차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았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싶은데 이미 내 행동이 수시로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새로고침 하고 있었다. 그냥 솔직해져야 했다. 나는 그런 것에 연연하는 사람이고 목을 매는 사람이라고. 예전엔 그래도 좋아요가 100까지는 갔었는데 이제 그것조차도 못한다. 아니 사실 숫자는 괜찮아. 팔로워들이 보고도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서 퓨즈가 나갔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니 나도 변했다. 이제 더이상 즐거움이 아니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그런것이다.현타가 왔고 뒤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뭘 위해서 만화를 시간내어 그리고 있는가. 생각의 표현? 그럴거라면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주저리 쓰는 편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 나만의 브랜딩? 삼년동안 해놓고도 이 지경이면 그건 실패한거지.
이렇게 자기객관화가 되어 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이 일로 어떤 성공에 다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걸. 그렇지만 포기가 빠른 내가 그래도 몇 년째 나름 계정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아득바득 모른 척 했던 것이다. 같이 인스타툰을 그리던 작가들도 하나 둘 인스타그램에서 사라지는 와중에 그래도 난 남아서 그리고 있다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너머 실체엔 그들은 빠르게 정리할 건 정리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간거지. 나만 미련하게 에너지를 쏟은거고.
그 계정 덕분에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건 너무 감사한데 이제 그 계정의 수명이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처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어디 털어놓을 곳이 없었던 나,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나는 없다. 할 말이 너무 많아져 함축된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 않다. 그냥 글로 쓸게.
그래서 계정을 삭제 했냐 하면 삭제하지는 않았다.(반전) 삭제하려고 하니 그래도 그것 역시 나의 지난 시간을 기록해 둔 건데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비활성화만 했다. 그런 기능이 있더라고. 다시 돌아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만 보내주고 싶다. 함께 해서 즐거웠어.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