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8
어제 인스타 계정을 비활성화했다는 글을 올려놓고 이제와 릴스를 만들어보자는 글을 쓰는 게
어불성설처럼 느껴지지만 있는 그대로다. 오늘은 릴스 만들기에 도전했다. 어제 지운 건 인스타툰 계정 및 기타 자잘한, 여러 용도로 만들어 놓고 잘 들어가 보지 않았던 계정들을 정리한 것이었고 오늘 릴스를 만든 계정은 하나 남은 미니 진 만드는 계정이다.
인스타툰을 그려오면서 릴스를 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릴스를 해야 계정이 뜰 수 있다고 여기저기 소문이 났는데 정작 나는 고집스럽게 만화만 그려 올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인스타그램은 나를 버렸다. 내 만화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의 관심도 식고 결국 비활성화라는 비참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그래서 어제는 내내 우울했다. 친구에게도 그 소식을 알리며 위로를 받았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그래 맞아. 수고했다. 아득바득 만화를 그려왔던 나 자신, 분명 수고했다.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그래서 이번 연도에는 미니진, 그리고 영상에 주목하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여러 번 유튜브나 쇼츠에 도전했었다. 프로크리에이트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을 올려보기도 했고 짐벌을 사서 길거리 로드뷰 영상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오래가지 못했다. 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몇 번 찍다 제풀에 나가떨어졌다.
그렇지만 너도나도 유튜브에 도전하는 이 시대에 포기할 수 없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나만의 관심사가 없었다. 나는 매니아적인 기질이 없다. 이것저것 다 관심을 보이지만 무언가 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뭘 하려고 할 때 내가 주력할 만한 아이템이 없는 것이다. 뭘 해도 다 맛보기만 했으니 제대로 설명할 수도, 남들에게 알려줄 정보도 없는 것이다.
그러다 작년에 진(zine)을 만들었다. 미니 진. 종이에 내 그림을 넣어 인쇄해 접고 붙여 한 장의 책을 만드는 것. 그 독립출판물로 부산에서 열리는 마우스 북페어에 나가 판매도 해봤다. 그렇게 나에게도 관심사가 생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진을 구경하기 위해 진 만들기 모임에도 일부러 가서 본 적이 있다. 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진 만들기에 대해 찾아봤다. 내 관심사의 정도를 뾰족함으로 나타내자면 펜싱 칼은 아니고 압정정도? 하지만 그게 어딘가. 늘 젤리처럼 둥글하던 나에게도 무기가 될 무언가가 생긴 걸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새해에 프린터도 하나 장만했고 진도 만들어 인스타에 올렸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릴스를 찍었다. 제대로 준비된 것은 없었다. 어떤 주제로 할까 고민하다 고양이 사진 모아뒀던 걸 이용해 고양이 진을 만들기로 했고 이미지를 만든 후 프린터 해서 만들었다. 이 과정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았다. 그리고 업로드.
업로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조회수가 야금야금 올라가지만 어딘가 아쉽다. 그래.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이제부터 내 영상의 개선할 부분과 잘 나가는 영상의 특징을 공부해서 더 발전해 나가야지. 그래도 오늘 릴스 하나를 올린 건 대단한 도약이라고 생각한다. 릴스 해야지, 유튜브 해야지 말만 하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고 각종 강의에서 얘기하지 않나. 그러니 오늘 내가 올린 건 대단한 일이야. 칭찬해.
이제 남은 건 이 관심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이 취미를 더욱 사랑해야 한다. 좋아해야 한다. 강제적이거나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아주 뾰족하고 날카롭게! 나는 모서리 공포증이 있지만 그럼에도 가능한 위협적인 파괴력을 지닐 수 있는 뾰족함을 가지자.
첫 릴스는 인스타그램 @hjmn_zines 여기서 볼 수 있다. 혹시나 보시는 분이 있다면 '좋아요'도 눌러주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