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9
오늘 날씨가 무척 추웠다. 공기가 차가웠다. 나는 날씨가 몹시 추울 때 공기가 차다는 표현을 쓴다. 하루 종일 따뜻한 집에 있다 카페라도 가서 글이라도 쓰자 싶어 나갔는데 공기가 차가웠다. 진짜 겨울 날씨. 그냥 추운게 아니라 찬 공기가 피부를 못됐게 스치고 지나가는 날씨.
어딘가 떠나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쏙 들어가게 만든다. 경주를 갈까 아님 대구? 작년에 혼자 간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가볼까?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말해볼까. 그런 생각을 며칠 전만해도, 그러니까 날씨가 이 정도로 춥지 않았을 때 나는 그런 계획을 세웠다. 가서 영감이라는 걸 채워오면 좋겠다고. 요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으니까 그런 곳에 가서 환기를 좀 하자고.
그런데 오늘 그 생각이 싹 달아났다. 이 날씨에 돌아다니는 건 말이 안된다고. 아무도 같이 가주지도 않을거고 당장 나부터 집 밖을 나가기가 싫었다. 한파주의보 문자가 날아오는 마당에 여행은 무슨 여행.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이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있다. 겨울에는 모두 따뜻한 곳을 찾아 숨는다. 햇볕도 별로 없으니까. 식물들도 잎을 모두 떨구고 에너지를 보존한다. 그래. 겨울은 쉬어가야 하는거야. 괜히 나대지 말라고 강추위가 불어오는거야. 그런 생각을 했다. 왜냐면 나는 요즘 나대고 싶었으니까.
릴스를 하니, 글을 매일 쓰니 염병을 떨었다. 새해라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일을 벌였다. 작년에도 그랬고 그 작년에도 그랬다. 새해 버프로 인해 나는 1월 1일부터 의욕이 넘쳤다. 근데 사실은 그러면 안됐던거야. 겨울은 웅크리고 그동안 모았던 도토리나 까먹고 있어야 하는 시기였던거야. 그게 자연의 섭리지. 그걸 모르고 나대다 결국 여름이 오기전에 나가떨어진거야. 그걸 오늘 밖에 나가 추위를 온몸으로 겪으며 깨달았다.
그러자 마음이 풀어졌다. 겨울은 힘든시기라고. 그러니 괜히 힘빼지 말자고. 지금 벌여놨던 일도 너무 의욕적으로 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더 새로운 일을 벌이지는 말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템도, 아이디어도 다 그냥 차곡차곡 쌓아두자. 겨울에는 아니야. 이 추운날, 풍경도 을씨년스럽고 해도 금방 떨어지는 이 겨울에는 아니야. 봄을 기다리자. 여름을 기다리자. 추위보다는 더위를 더 견딜 수 있는 유월생인 나는 이 겨울을 이길 수 없어. 그러니 참고 기다리자. 겨울잠을 자듯. 그렇게 생각했다.
그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