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1
오늘도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하나 올렸다. 조회수가 그래도 조금 더 올랐다. 그래봤자 200대에 좋아요도 거의 없지만. 내 영상의 아이템이 대중적이지 않다. 늘 관심사가 시시각각 바뀌던 나에게 하나의 주력 아이템이 생겼다고 기뻐했는데 이 아이템은 전혀 대중적이지 않다. 마이너 중에 마이너다. 왜 맨날 마이너만 사랑하는 거야. 언제까지 마이너의 인생을 살 거야. 모두가 좋아하는 거, 모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걸 해야 돈을 벌 거 아냐. 어쨌든 꾸준히라도 올리자 싶어 오늘도 한 개 만들어 올렸다. 그래. 아직 세 개 밖에 안 올렸으니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이유였다. 꾸준히 해본다 치자. 영상도 계속 올리고 진도 계속 만들고 했다 치자. 그렇게 돼서 운 좋게 인기도 생겼다 칩시다. 그럼 그다음엔 뭘 할 생각인 거야.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생각해 보니 없다. 돈이 목적이었는데 유명해지는 것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에 요즘 인스타그램 계정 키우는 법에 대한 영상이 알고리즘으로 계속 뜨는데 그러다 한 영상을 보게 됐다. 가전주부이자 말 많은 소녀(?)인가 하는 분의 영상.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계정에 대한 큐앤에이 영상이었는데 거기서 그런 얘길 하더라. 인스타그램을 팔로워 이만 넘게 키워놓고 자기가 그걸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접었단다. 그 말을 듣고 띵했다. 팔로워가 이만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을 모아 뭘 할 게 없었다는 얘기였다.
그 말을 듣는데 자연스레 나는 만약 팔로워를 많이 모으면 뭘 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근데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팔로워 50인 내가 그런 상상을 해봤을 리가. 하지만 그 말대로 팔로워들을 모아 어떻게 돈으로 연결시킬 계획인지 나는 전혀 생각해 놓은 것이 없다. 게다가 내가 잡은 계정의 주제는 마이너 중에 마이너. 계정이 성장하는 것도 어려운데 성장해도 할 게 없다. 뭘 할 거야? 내가 만든 진을 판매하는 것 말고는 딱히 돈이 될 궁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구나. 오늘도 나는 띵했다. 결국 유명해져 뭘 할 건지가 정해져야 하는구나. 유명해져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그걸 정해야 돈이 되는 거였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또 현타가 왔다. 나는 그럼 또 뭘 하고 있는 건가. 적지도 않은 나이에 책상에 앉아 진을 만드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맞나. 그런 생각들.
근데 왜 나는 돈이 되는 일을 못 하지. 그렇게 스스로 믿고 있어서 그런 건가. 왜 이렇게 비주류를 좋아해. 왜 아웃사이더를 자처해. 병이다, 병. 이렇게 돈 벌 궁리를 못하는 것도 정말 병이다.
뭘 해야 할지 또 고민되는 밤이 될지도. 즐거운 일로 돈을 벌고 싶다만. 어쩌면 돈을 버는 일은 애초부터 힘들고 고생스러운 걸지도 몰라. 즐거운 돈벌이 같은 건 없는데 마케팅에 또 놀아난 걸지도 몰라. 진짜 가슴이 답답해지는 밤이다. 주류가 되고 싶어. 근데 되고 싶은 거 맞아?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