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성장하는 것에 요즘 관심이 많다. 예전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어느 정도 초연해졌고 다시금 숫자에 집착했다. 팔로워 1000명에서 멈춰버린 인스타툰 계정은 비활성화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는데 그 계정의 주제는 진 메이킹이라는 힙하지만 마이너 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어딜 봐도 돈과 연결되기는 글렀다 싶은 얘기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성장시키고 싶어서 유튜브를 뒤져 영상을 몇 개 찾아보면 놀랍게도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시물은 사람들의 좋아요나 댓글, 또 저장이나 공유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주제를 잡고 게시물을 만들라는 것. 근데 그런 주제 중 제일 반응 좋은 게 뭔지 아나? 바로 돈이다. 부수입, 부업, 파이프라인, 돈 버는 법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유하고 저장하는 콘텐츠.
나도 돈 얘기 하고 싶다. 이거 해서 수천 벌었어요. 달에 몇 십만 원 부수입 올렸어요. 이런 얘기 나도 해보고 싶다. 근데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올려요. 난 이런 내용의 유튜브를 볼 때마다 닭과 달걀의 관계성에 대해 생각한다. 돈을 벌고 싶어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은 건데 정작 돈을 이미 많이 번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봐준다는 게. 경력 5년 차 신입사원을 바라는 느낌. 이미 가진 게 있어야 유튜브를 하든, 인스타그램을 하든 할 수 있는 느낌.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누군가는 '아냐~ 너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야.' 라며 나에게 손을 내밀겠지만 내가 그 손 위에 내가 요즘 만들고 있는 미니 진을 올려주면 과연 그 누군가는 나에게 계속 웃어줄까. 아마 정색을 하며 이런 건 돈이 되지 않는단다. 하고 싸늘하게 손을 털어버릴 것 같다.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 이렇게 생각하니까 백날천날 돈을 못 버는 거긴 한데 세상의 다양함과 재미는 돈이 안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모든 유튜브 영상이 돈 얘기만 한다고 생각해 봐. 인스타그램 탐색탭 모든 썸네일이 단색 배경에 글자로 "이것만 하면 월 100만 원 부수입 가져갈 수 있습니다."만 적혀있다고 생각해 봐. 그게 재밌겠냐고. 그게 돈이 되겠냐고. 근데 그럼 내가 만들고 있는 다양성은 결국 다수가 좋아하는 돈 얘기 속에 간간히 뿌려지는 별미 정도인가. 아니 그 정도도 못되나?
세상살이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건 안다. 그래서 더 돈에 목을 매는 것도. 나도 그러니까. 근데 그 명백한 현실이 슬프다. 그걸 슬퍼할 만큼 감성적이라 돈을 못 버는 것도 슬프다. 그러다가도 짜증 나고 화나. 진짜 유튜브에 돈 영상만 올라와버려라. 인스타그램 썸네일에 전부 돈 밖에 없는 세상이 돼버려라. 그래서 다 망해버려라. 다 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