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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r 06. 2022

취향의 발견

1. 그만한 노동을 할 가치가 있는 맛인가?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음식'이다. 수만 가지 음식 중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나누는 것은 쉽고 누구나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생각보다 먹을 것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며 그것을 편식이라는 이름 아래 잘 엄수하고 있다.


그런데 나에겐 음식을 선호하는 기준에 맛 이외에 한 가지가 더 들어간다. 그것은 바로 '편리성'. 먹기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라 하면 그 고유의 맛 이외에 먹는 사람에게 거추장스러워서는 안 된다. 아무리 산해진미라고 한들 그것을 한 번 먹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 해야 한다면 나에겐 미식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해산물, 특히 게와 새우가 있다. 껍질을 까야만 안에 있는 속살을 먹을 수 있는 이것들은 나에게 전혀 탐낼만한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값비싼 가족 대게 파티에 나는 쏙옥 빠져있다. 귀하디 귀한 거라며 다리를 하나씩 잡고 살을 발라내는 가족들을 나는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가족들이 왜 안 먹냐 물으면 구태여 나의 신념(?)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고 고갤 저을 뿐이다. 과거에 몇 번 얘기를 해봤지만 '촌놈이 맛도 모른다'는 어머니의 핀잔과 '입 하나 줄었다'며 신난 누나들이 남을 뿐이다.


얼마 나오지도 않은 게살을 위해 그 딱딱한 껍질과 씨름하고 싶지 않다. 나에겐 그만한 노동을 할 가치가 있는 맛인가 늘 생각해보게 만드는 음식이다. 진짜 촌놈이 맛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게살을 먹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나도 예전엔 그 게살을 좋아했다. 단지 그 과정이 싫어 이제와 기피할 뿐이다. (참고로 게를 좋아하는 사람을 폄하하고자 하는 건 아님을 밝힌다. 이 글은 내 취향에 대한 글임을 다시 한번 알린다.)


바다를 고향으로 둔 부모님 아래 하루가 멀다 하고 식탁을 차지하는 생선과 해산물에 질릴 대로 질린 탓일까. 참고로 난 비슷한 이유로 생선도 싫어한다. 어쩌면 생선 가시 바르는 걸 귀찮아하던 것이 편리성을 찾는 내 식성의 기원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특히 갈치! 그 얇디얇은 살을 먹고자 참빗처럼 붙어있는 그 가시들을 발라내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또 그걸 잘 못한다고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에게 들은 꾸중은 또 얼마나 사람을 질리게 하는지. 생선 하나 안 먹는 게 무슨 대수라고.


바다생물뿐만 아니다. 비슷한 이유로 감자탕이 있다. 생선이나 게, 새우보다는 사정이 좀 낫지만 어쨌든 통뼈에 붙은 살 조각조각들을 샅샅이 찾아 발라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고기를 씹기도 전에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순살이 떡하니 나오는 시대에 이렇게까지 살을 샅샅이 발라야 한다고? 가끔 삼겹살을 먹지만 고기에 붙은 작은 뼈조차도 나는 미리미리 제거하거나 아예 없는 상품을 찾아 구매한다.


그런데 이 기준이랄 것이 뚝심 있게 명확하진 않다. 이런 논리라면 치킨도 좋아해서는 안된다. 치킨도 뼈를 발라 먹는 거니까. 허나 나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자면 치킨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닭고기를 좋아한다. 일단 치킨은 맛있고 아주 오랫동안 발라왔던 그 노하우를 적극 이용해 이제는 성가심이 아닌 당연함의 영역으로 인식된다. 그러니 치킨은 그 맛을 얻기 위한 필수적인 노동이고 난 그것을 적극적으로 할 의지가 있다.


이렇듯 기준은 그때그때 다르다. 간편하다고 소문난 요리라도 내 눈에 지금 당장 주방이 정신 사납다면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꼭 먹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치우는 과정 역시 포함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외식이라 하면 고깃집을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그것도 싫다. 누가 집게를 들고 구워야 하는 그 과정을 내가 하는 것도, 누가 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불편하다. 외식을 할 때 나는 이미 완성된 요리가 나와 나는 그저 수저를 들고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음식을 선호한다.


미식가들에겐 정말 맛도 모르는 촌놈일지언정 그게 나만의 기준이다. 먹는 것은 즐거움이요, 즐거움이니 불쾌해서는 안된다. 편하게 준비하고 편하게 먹고 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음식이야말로 식사시간을 가장 즐겁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맛은 기본 중에 기본이고.(이래서 패스트푸드를 사랑하는 걸까?)


이런 별 것 아닌 까탈스러움에 사내자식이 뭘 그렇게 구냐는 말은 사양하겠다.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나의 게살과 게껍딱지 모두 가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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