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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r 14. 2022

취향의 발견

3. 초코맛은 호(好)지만 초콜릿은 불호(不好)

초코맛을 사랑한다. 하지만 초콜릿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지만 분명 나 같은 사람이 있으리라 믿는다. 초코맛과 초콜릿은 엄연히 다르다. 그건 마치 짜장면과 짜장면을 닮게 만든 짜파게티가 전혀 다른 맛으로 각자 사랑받는 것처럼 나에게 있어 초코맛은 초콜릿에서 따온 것이나 그 맛이 다르다.


초코맛 사랑의 기본은 초콜릿 우유! 초코맛 우유를 먹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콜릿에 가까울 진한 함량의 맛일수록 맛있다. 바나나우유도 좋고 딸기우유도 좋지만 역시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과감히 초콜릿 우유를 고를 것이다.


초코를 찾는 또 다른 곳은 빵. 빵과 초코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초코크림이 들어가거나 초코칩이 박히거나 초콜릿이 발려지거나 어쨌든 모든 초코빵은 언제든 환영이다. 제과점 빵뿐만 아니라 기성품 간식을 고를 때도 몽쉘이나 오예스 같이 초코가 들어간 걸 고른다. 단 것이 먹고 싶을 때 당기는 것은 나에게 있어 당연히 초코다.


아이스크림도 빠질 수 없다. 31가지 맛을 판다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도 다른 건 보지도 않고 초코볼이 들어간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가장 먼저 주문한다. 민초니 샤베트니 나에겐 전혀 의미 없는 논란이다.(민트 초코의 초코는 초콜릿으로 치지 않겠다.) 그런 메뉴를 입에 담아본 적이 없다. 일반적인 아이스크림 역시 가장 좋아하는 건 빠삐코 초코맛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빨간색에 미친 아주머니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당연히 초코맛만 먹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맛을 다 좋아하고 맛본다. 다만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질 때 가장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걸 물어본다면 초코맛이다.


근데 여기서 잠깐, 초콜릿은 싫어한다면서 오예스나 몽쉘의 초코 코팅은 괜찮은 것인가? 내 입에게 물어보자면 답은 '괜찮다'이다. 왜냐하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초콜릿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네모반듯한 진갈색의 고체를 말하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혐오하는 건 아니다. 남들이 가끔 던져주는 혹은 어쩌다 선물로 얻게 된 초콜릿을 꼴 보기 싫다며 다 녹아 흐물어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지는 않다.


다만 돈 주고 사 먹진 않는다. 초코맛 과자와 빵 등을 그렇게 사먹으면서 초콜릿을 사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럼 왜 불호인 걸까. 그 이유는 입안에서 초콜릿 혼자 나대고 있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초코맛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입안 가득 초콜릿이 녹으면서 여기저기 헤엄치고 다니는 게 싫다. 심지어 서서히 진해지는 그 단맛이 싫다. 빵에 묻혀있거나 우유에 희석되어 있는 건 그 집요한 단맛을 중화시켜주지만 초콜릿만 단독으로 입에 들어오면 너무 달아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럼 달지 않은 초콜릿은 괜찮은 걸까? 씁쓸한 맛이 가미된 수제 초콜릿 같은 걸 먹어본 적 있는데 단 맛이 없다 해도 그 녹은 초콜릿이 입안 한가득 있는 느낌이 싫다. 뭔가 빵조각으로 닦아주고 우유로 중화시켜 줘야 할 것 같은 그 원액의 성질이 별로다.


이 얼마나 애매하고도 모호한 기준인가. 그렇지만 입이 거부하고 뇌가 구분하는 것을 그저 글로 표현하고 있을 뿐인데 어쩌겠는가.


초코맛을 사랑해!!! 근데 초콜릿은 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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