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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r 20. 2022

취향의 발견

4. 더 넣어주세요! 감질나게 그러지 말고 인심을 쓰란말입니다.

더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빵 가격도 오르는데 더 실하게 가득가득 넣어달라고.


내가 말하는 건 바로 빵 속에 들어가는 고구마와 밤이다. 빵 가격은 매해 오르면서 자주 사먹는 밤식빵과 고구마빵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우리 집 앞에 있는 프랜차이즈 기준) 제과제빵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심지어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아주 짧게 일해본 경험까지 있는 주제에 재료들의 조화를 모르고 이런 소리를 해도 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된다. 난 이제 완벽히 소비자니까.


안에 들어가는 밤, 고구마 다이스가 많으면 빵이 덜 익고 흐물흐물해진다는 걸 안다.(아이러니하게도 그 질척거림을 싫어한다. 모순이야.) 하지만 밤식빵을 갈라보았을 때 빈약한 내용물을 보고 있자면 가격이 괘씸해진다. 밤 다이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좀 더 넣지! 그거 먹으려고 밤식빵 사는 거 아니오.


빵을 고를 때 초코와 관련된 빵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사실 더 자주 고르는 건 밤과 고구마가 들어간 빵이다. 초코맛은 다른 곳에서 채우면 되지만 밤과 고구마는 빵 이외에 잘 충족할 곳이 없다. 요즘엔 음료로도 잘 나오지만 기왕이면 알갱이가 듬뿍 씹히길 바란다.


좋아하는 다른 알갱이는 견과류다. 빵 안 가득 견과류가 씹히는 건 밤과 고구마와는 또 다른 식으로 입을 즐겁게 한다. 그 중 선호하는 건 호두파이. 호두파이는 홈베이킹을 할 때 꽤 자주 시도했던 과자다. 파이지를 만들고 호두와 설탕, 버터, 시나몬 등을 더해 굽기만 하면 되는 호두파이는 만드는 과정도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가격 생각않고 내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홈베이킹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재료를 가득 넣고 싶다면 역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최고다. 고구마 다이스가 잔뜩 들어간 머핀도 직접 만들고 호두를 탈탈 털어넣은 호두파이도 모두 직접 만들었을 때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과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내 입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나만 만족시키면 된다.(최근에 호두파이 아주 작은 조각 하나에 3000원이 훌쩍 넘어가는 걸 보고 홈베이킹 생각이 간절했다.)


집에서 베이킹을 하지 않는 요즘, 밤과 고구마 그리고 견과류가 가득 들어간 간식이 먹고싶다. 자기가 먹는 것처럼 만들어 파는 훌륭한 제과제빵사가 어디 (우리집 주변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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