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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Mar 24. 2022

취향의 발견

5. 만다린도 좋고 시트러스도 좋습니다.

향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굳이 향이 들어간 무언가를 살 때 우선하는 기준은 '상큼함'이다. 특히 귤 종류가 가지는 그 새콤함을 좋아한다. 귤류의 과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눈살 찌푸려지는 시고 씁쓸한 냄새가 좋다.(오렌지 껍질 향을 일부러 맡아보기도 한다.)


물론 시트러스 계열 외에 다른 향도 좋아한다. 냄새란 것이 워낙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렵고 비슷한 것들이 많아 구체적인 이름을 알진 못하지만 꽤 다양한 향을 좋아한다. 그런데 왜 핸드크림이나 향수, 방향제, 인센스 스틱 등을 구매할 때 꼭 귤과의 향을 선호하는 걸까.


그걸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풍겼으면 하는 향의 이미지이다. 의아할 정도로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그저 이런 향이 나에게 났으면 좋겠다의 수준이 아니라 그 향을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사람들 사이로 내가 스쳐 지나갈 때 머스크 같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향도 좋겠지만 그보단 밝고 경쾌한 인상이 남으면 좋겠다.(나쁜 냄새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려나) 아직도 내 마음속에 프레쉬한 느낌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이 있나 보다.


근데 또 웃긴 점은 길을 가다 좋은 향이 나 고갤 돌릴 때가 종종 있는데 정작 그런 순간에 맡은 향은 시트러스 계열이 전혀 아니다. 타인에게서 맡은 좋은 향은 대부분 강렬하지 않은 차분한 분위기의 향이다. 좋아하고 나에게서 나길 바라는 향과 타인에게서 맡으면 좋은 향은 전혀 다른 취향의 문제인가 보다. 확실히 나에겐 직접적인 향보다는 그 향을 통해 가지고 싶은 이미지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좋아하는 향수는 따로 없다. 사실 한참 동안 향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향수 뿌리기를 내켜하진 않는다. 신혼여행 간 누나가 유명 향수를 선물로 준 적이 있는데 누나가 애 둘을 낳고 그중 큰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이 시점까지 반 이상 넘게 남았다.(심지어 현재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향수를 뿌리는 습관이 없다.


내 돈 주고 처음으로 산 향수는 유명 제품도 아닌 그냥 개인 인터넷 스토어에서 파는 꽃향이 나는 향수다. 그걸 살 때 당시 은방울꽃에 꽂혀 꽃 자수가 박힌 다이어리며 향수까지 사게 되었다. 때마침 은방울꽃의 향이 시트러스 계열에 가깝다고 하여 그 우연에 감탄하며 샀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도 나갈 일이 있으면 가볍게 뿌리고 나가는데 내가 나를 맡을 일이 없으니 프레쉬한 느낌이 나는지 안 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최근에 향에 대해 선택할 일이 있었던 건 인센스 스틱. 꽤나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우선 지인이 작업실에서 인센스 스틱을 켜는 모습이 머리에 남았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구매할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최근 들어 친구와 뜬금없이 절에 방문하면서 향을 피울 일이 많았다. 그리고 최근에 누나가 인센스 스틱을 샀다고 얘기하면서 나도 방에 나는 이런저런 냄새를 잡아볼까 하여 구매하게 되었다.(나는 이렇게 연관성을 가지는 게 참 좋다)


그래서 일단 확신이 없으니 값싼 스틱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향 종류가 굉장히 다양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는 시트러스나 만다린 계열의 향을 찾아 구매했다. 달콤하기만 한 건 싫고 또 머리 아프게 무겁고 칙칙한 것도 싫다. 기분을 환기시키기 딱 좋은 정도의 가벼움과 독특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계열이지만 설명이 조금씩 다른 스틱을 여러 개 구매했다.(싸서 가능한 일.) 피워본 결과 만족은 하지만 솔직히 향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막입인 내가 향이라고 엄격할까.


생선을 사랑하는 우리 집의 고질적인 냄새에서 조금이라도 해방시켜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귤, 오렌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유자, 자몽 모두 모두 사랑해~(빠진 귤과 친구들이 있다면 섭섭해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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