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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Apr 10. 2022

취향의 발견

8. 차갑고 서늘하지만 그 안에 따뜻함 한 스푼이 존재하는 얼굴



※이번 편만큼은 굉장히 덕후적인 글이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나이를 먹으니 외모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게 꺼려진다. 누군가의 외모를 험담하는 건 물론이오 칭찬하는 것까지 조심스럽다. 내가 다른 이에게 외모로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것이 싫으니 나 역시도 되도록 그러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눈이 가고 호감이 생기는 외모의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니 여기서만큼은 나의 얼굴 취향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세상에는 무척 다양한 생김새가 있다. 그중에서 내 취향을 꼭 짚어 특정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굳이 간결하게 적자면 ‘차갑고 서늘하지만 그 안에 따뜻함 한 스푼이 존재하는 얼굴’이 내가 내린 얼굴 취향의 정의다. 하나도 간결하지 않고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괴변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처음부터 이 정의를 기준으로 삼아 좋아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건 아니었다. 여태껏 좋아했는 얼굴들을 살펴보니 그런 느낌이 들더라 하는 귀납적 추론에 따른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정의를 풀어보자면 차갑고 서늘한 얼굴은 어떤 걸까? 일단 깔끔함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얼굴형이나 이목구비의 조화가 이 깔끔함을 좌우한다. 흔히 아나운서들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개성이 뚜렷하기보단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게 정돈되어 있다. 하지만 깔끔함만으로는 어딘가 불충분하다. 차가운 인상이 완성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눈이다. 그저 찢어지고 날카로운 눈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크기와 형태보다는 무심하고 시크한 느낌을 가득 머금은 느낌이 필요하다.


깔끔한 얼굴과 차가운 눈빛만 완성되면 되는 걸까? 또 그렇지는 않다. 쓸데없이 까다로운 나는 그 얼굴로 하는 표정과 행동에서 따뜻함 한 스푼을 찾는다. 그건 어쩌면 외모와는 별개의 것일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있다면, 특히 그 대상이 연예인이라면 내가 하는 말이 뭔지 이해할 거다. 처음엔 외모를 보고 빠지게 될지 몰라도 후에는 그 사람의 행동 역시 중요한 애정 포인트가 된다. 반전 매력이랄까?


그럼 도대체 누굴 좋아해서 이런 기준을 갖게 된 걸까?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예인을 갖다 대는 건 조금 식상하고 뻔할지 모르지만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다. 그 ‘차갑고 서늘하지만 그 안에 따뜻함 한 스푼이 존재하는 얼굴’의 대표적인 예시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던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이다. 냉미녀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니 어느 정도 차가운 인상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무대에서나 화보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냉랭함이 좋다. 하지만 팬이라면 이런저런 떡밥들을 찾아보며 그 시크한 얼굴로 하는 귀여운 행동이나 에피소드들을 알게 마련이다. 거기서 얼굴과 반대되는 매력을 찾게 된다. 얼굴만 보면 냉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영업 포인트!


남자 아이돌에서는 ‘NCT 재현’이 있다. 그룹 특유의 뜨겁고 거친 컨셉들을 하면서도 그 사이에 끼인 얼음처럼 차가움을 맡고 있어서 좋다. 딱히 그런 얘기들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난 두 아이돌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눈매라던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결국 한결같은 취향의 소나무가 내 안에도 자라고 있다는 얘기겠지. 요즘은 NCT에 대한 관심이 줄어 잘 찾아보진 않지만 지금도 잘생긴 남자 아이돌을 꼽으라면 우리나라 공식 미남인 차은우보다도 NCT 재현이 먼저 떠오른다.


아이돌 외에 배우를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 배우도 많지만 외국 배우들이 먼저 떠오른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노다메 칸타빌레’에 출연한 ‘우에노 주리’. 우리나라에서도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코믹스러운 영화나 드라마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편이라 차가움과는 거리가 있을 거 같지만 얼굴만 놓고 보자면 그 안에 특유의 서늘함이 있다. 그래서 일본 드라마에서는 의사 같은 진지한 역할을 많이 맡기도 했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나 스윙걸스 같은 코믹 장르에서 보여주는 상반된 모습에 어느새 푹 빠지게 된다.


남자 연예인으로는 ‘중경삼림’의 ‘금성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중경삼림 하면 경찰 모자를 벗는 그윽한 눈빛의 양조위를 기억하지만 나에겐 공중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금성무가 훨씬 인상 깊었다. 깔끔한 인상과 눈빛에서 느껴지는 날렵함, 그러면서도 볼에 약간 홍조가 든(화면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참 부럽고 부럽고 부럽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조화롭게 공존한 그 얼굴은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중경삼림을 여기저기 검색해보게 만든다.


내 딴에는 이들 사이에 어떤 일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글을 적지만 이 글을 읽으며 전혀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느낌이라는 건, 취향이라는 건 참 모호하고 애매하니까. 어쨌든 꽤 미남미녀를 좋아하는 건 맞는 거 같다. 그렇다. 서두에서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태도를 취했지만 솔직히 난 지독한 ‘얼빠’다. 절로 눈이 가고 관심이 가는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아마 앞으로도 이 외모 취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차갑지만 차갑기만 해서는 안되고 따뜻함은 있어야 하지만 대놓고 티가 나서는 안 되는 이 까탈스러움이 난 싫지 않다. 앞으로도 이런 얼굴들이 많이 많이 대중매체에 나와 눈이 즐겁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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