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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Apr 19. 2022

취향의 발견

9-1. 어쩌다 SM의 노예가 되어버렸는가?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의 입장부터 정리하고자 한다. 아이돌을 좋아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아이돌 팬과는 다르다. 선긋기처럼 보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확실히 차이가 있다. '덕후' 불리는 팬들은 똑같은 앨범을 여러  사고, 팬사인회에 가고, 콘서트에 가기 위해 격렬한 티켓팅을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쓰는 자린고비 팬인 걸까? 애초에  정도의 애정이 뿐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언제부턴가 무언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게 대단히 좋아하는  되어버린다. 그냥 그때 당시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냥 나쁘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 것일 수도 있는데 '좋아한다'  한마디가 확대 해석되어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군대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걸 알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가 열애설이 터졌을 때 그들은 나를 불쌍하다며 놀렸다.(농담이었겠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에게 열애설은 당연히 팬심에 타격을 입는 일이다. 그런데 솔직히 난 별생각 없었다. 그들의 연애가 나랑 무슨 상관이람? 하지만 동료들은 내가 탈영이라고 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그 정도로 티 내진 않았는데...)


그래서 내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아이돌을 좋아하긴 하는데 사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이돌 컨셉'이다. 그 그룹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 또 컴백할 때 가지고 나오는 독특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티저 이미지, 뮤직비디오, 노래와 안무 등에 녹인 그 세심한 스토리텔링(일명 떡밥)에 관심이 많다.


여담이지만 이런 컨셉에 대한 관심은 아이돌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적용된다. 특히 게임. 남들은 게임의 재미에 관심을 두지만 나는 게임의 컨셉이나 캐릭터 디자인에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하지도 않는 게임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 캐릭터 설명 창만 들여다보기도 했다.


아무튼 나에 대한 해명은  정도로 하고 그래서 ' 하필이면 아이돌일까'  '많은 기획사 아이돌 중에서 SM일까' 하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개인적으로 어떤 분야보다 아이돌은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유행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나 확실히 예술적으로 새로운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만들어내는 트렌디함이 있다. 노래도 국내외 유행 흐름을 가져오고 의상도 명품 브랜드 컬렉션을 입거나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퍼포먼스가 중요해진 요즘, 떠오르는 신예 안무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돌 컨셉은 유행을 알기 좋다. 만약 내가 아이돌에 관심이 없었다면 유행에 대해 더욱 몰랐을 것이다.


그럼  에스엠일까?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에스엠이 아이돌컨셉을 가장  만드는 기획사라 생각한다. 모든 아이돌이 저마다 컨셉을 정해 나오지만 사실 단조로운 경우가 많다. 어찌어찌 스토리를 붙이긴 하지만 평면적이고 귀여움, 섹시, 파워풀 등의 카테고리로 구분될 정도로 단순하다.  안에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경우가  없다.(그 그룹을 정말 좋아하는 팬들에겐 사소한 건 없겠지만)  앨범당 하나의 컨셉을 소모하고 그걸로 끝이 난다.


그에 반해 에스엠 소속 그룹들은 작정하고 그룹의 세계관을 정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내가 초반에 좋아했던 소녀시대나 에프엑스는 그런 경향이 덜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컨셉은 결코 진부하지 않았다.  후에 나온 레드벨벳, EXO, 에스파, NCT 그룹을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 컨셉만은 확고하다. 외계인 초능력이나 광야처럼 정확하게 밝혀진 컨셉부터 멤버 뱀파이어설이, 의 연결이라는 팬들의 추측이 담긴 뒷이야기까지. 특별한 컨셉이 있으니 쏟아져 나오는 떡밥들을 물고 뜯고 씹는 재미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물론 다른 소속사에서 나온 아이돌들도 좋아한다. 그런 경우도 정해진 확고한 컨셉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아이돌들은 예전보다 컨셉이나 그룹의 색깔을 더욱 중요하게 여겨 신선한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야기들이 늘어나는  재밌지만 그래도 가장 기대되는  에스엠 소속 가수들의 컴백이다. 요즘엔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새로 나왔다고 하면   번은 찾아보는 편이다.


이름도 모르는 아이돌들이 새로 생겼다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시대에 컨셉을 제대로 갖추고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러니 컨셉에 대해 고민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그룹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 아이돌을 늘 방구석에서 응원하고 있다.


*아이돌 전반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니 내 취향의 아이돌 얘기가 짧아진 거 같아 두 편으로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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