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필름카메라에서 시작된 이야기

오래된 것의 매력을 느껴 옛날 물건, 빈티지 소품을 수집합니다.

by 녹슨금
‘오래된 것, 옛날 물건이 왜 좋아?’

묻는다면, 선뜻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다. 추억이 서려 있어서, 이제는 희귀해서, 디자인이 아름다워서, 옛날 물건이 더 튼튼해서,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기 위해. 내가 느끼는 매력들을 하나씩 공유해 보려 한다.


관심의 시작은 2017년에 사용한 금성 카메라였다. 당시에 지금은 남편인, 만난 지 5년 차인 남자친구가 먼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구해 사진을 찍었다. 나도 호기심이 생겨 집 창고에 잠들어 있던 금성 카메라(Goldstar G7-M)를 꺼냈다. 부모님께 물어보니 20대 때 쓰셨던 거라고 카메라 나이가 내 나이와 비슷하다 하셨다. LG의 옛날 이름이 ‘금성’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오래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꼭 어딘가 손볼 데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세운상가 있는 위치쯤 카메라 전문 수리점에 가서 물어보니, 렌즈 안쪽에 곰팡이가 있어 제거해 줘야 한다고 하셨다. 당시 용돈 받고 생활하던 대학생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리비를 청구했다. 앞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수리를 맡겼다.


며칠 뒤 수리된 카메라를 찾으러 갔다. 바로 카메라에 함께 잠들어 있던 10년 넘게 묵은 필름을 넣었다. 첫 롤은 서울 종묘와 창덕궁에서 촬영하였다. 필름 카메라의 단점은 한 롤에 24장밖에 찍지 못한다는 것이다. 셔터를 누르고 나면 지우거나 수정하거나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 이런 점이 내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한 장 한 장 찍을 때 정성을 다해서 셔터를 누른다. 내가 찍고 싶은 중심 피사체는 무엇인지, 구도가 수직수평이 잘 맞는지, 빛은 적당한가 고민하게 된다. 컴퓨터, 핸드폰 등을 초등학생 때부터 접해 수정하고 삭제하는 데 익숙한 MZ 세대기에 이런 경험은 더욱 생경하다.


2017년 여름 교토 오하라 산젠인 사원에서

2017년 그 해 여름, 교토 여행에서도 금성 카메라와 함께 했다. 내가 주로 찍는 소재는, 푸릇푸릇 한 자연, 파란 하늘 등 자연이다. 특히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햇빛이 과하게 쨍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좋다. 해상도가 높고 선명한 최신 DSLR 카메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고유한 감성이다.


금성 카메라를 들고 김포 외가댁에 가고, 남한산성, 하회 마을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또 서울새활용플라자 개관식에도 참여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는 폐종이로 만든 예술작품, 소방호스로 만든 화분, 폐차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재활용 병을 활용한 전등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비단 카메라뿐 아니라 뭐든 버려지는 것을 새롭게 탄생시켜 재사용하는 것에 꽤나 관심이 있었나 보다. 버리는 게 부자연스럽다.


금성 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지 6년이 흘렀다. 나는 한 가지 취미에 푹 빠지기 않고, 자꾸만 새로운 것에 관심을 돌리는 편이다. 그런 연유로 금성 카메라도 다시 장식장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당시 금성 카메라와 함께다닌 일들은 모두 추억으로 남았다. 부모님의 추억에 내 것까지 덧입혀져 두 세대의 모습을 기록한 필름 카메라. 이제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가보이자 역사의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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