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책방골목 탐방기

보존하고 지켜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 헌책방 골목

by 녹슨금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의 헌책방 거리로, 전국 유일하게 헌책방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올 4월 초 부산 여행을 계획하며 꼭 다시 가보자 했다. 고가구, 민화에 관심이 생겨 제대로 공부하고 알아보고 싶은데, 마땅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참이었다. 그러다 이곳에서는 온라인 서점에서는 구하지 못하는 전문서적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고 방문하였다.

골목에 도착하자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하늘을 향해 쌓여 있는 헌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골목길 입구의 ‘보수서점’ 사장님께서는 손님분이 찾으시는 책을 구석구석 뒤져가며 찾고 계셨다. 외국인 손님도 와서 질문을 하는데 이런 상황이 익숙하신 지 꽤나 유창한 영어로 답변을 하고, 책을 파셨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넘쳐나는 골목이다.


보수서점에서 고가구 관련 전문서적을 찾아 주셨는데, 아쉽게도 그 한 권만 팔지는 않고 세트 구성이어서 한꺼번에 판매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안쪽 골목으로 좀 더 들어와 몇 군데 더 수소문을 해보았다. 그다음 만난 제일서점에서는 <한국의 목칠가구>라는 크고 두꺼운 양장본 책을 찾아왔다. ‘칠’이라는 한자를 몰라 한자사전에 검색하면서 책 제목을 확인한 후 네이버 검색을 했다. 알라딘에서도 품절이라 여기서 사지 않으면 영영 언제 다시 이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살펴보니 목차나 내용 구성도 사진과 글이 함께 알차게 들어있고, 1981년도에 출판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책 상태가 좋았다. 10만 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고민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주인분께서 “힘들게 높은 곳에서 꺼냈는데 사야 한다”,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고 하셔서 구매했다.

그 옆의 알파서점은 전시 도록 등 예술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었다. 노부부가 함께 운영하시는데, 고가구, 민화 관련 책을 질문했을 뿐인데 이건 여기 있고 저건 저쪽에 있고 척척 답변이 나왔다. 대단하시다고 어떻게 다 아시냐고 했더니, 40년 넘게 운영하니 다 알게 된다고 하셨다. <화가가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 <목가구 나무에 생명을 더하다>라는 책과 <행복이 가득한 그림, 민화>를 구매했다. 명함도 주셨는데, 서울에서 도저히 못 구하는 책이 있으면 전화드리면 뭐든 찾아주실 것 같아 소중히 받아 두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이번이 3번째 방문이었다. 그냥 느끼기에도 몇 년 전보다 가게가 줄어들고 휑한 게 느껴져 안타까웠다. 헌책방 사업이라는 게 신규로 창업한다고 해서 바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 게다가 온라인 책 판매를 하게 된 이후로는 사양산업 취급을 받아, 기존에 운영 중인 오래된 서점들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의 역사가 담긴 책방골목이 없어지지 않도록 적극 지원했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서울 올라오는 KTX에서 다큐멘터리 3일 <보수동 책방골목>편을 보았다. 2009년에 방영된 편인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여러 인터뷰에서 느껴졌다. 일부러 여행을 계획하지 않으면 부산에 자주 올 수는 없어 아쉽다. 수도권에 있는 가까운 헌책방들을 다니며 방문기를 남겨 봐야지. 언젠가 내가 헌책방을 차릴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사업 매출, 돈에 구애 받지 않는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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