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4일 월요일 저녁 해 질 무렵의 동네 풍경이다. 쨍한 햇빛의 느낌보다 저물어가는 햇살의 느낌이 좋다. 눈이 따갑지 않고 노란 빛깔로 따스하게 감싸준달까. 낮과 밤의 색상이 섞이기 시작한 변화의 중간 어디쯤이다.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영국의 겨울을 아직 경험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영국은 연중 햇빛이 귀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웃통을 벗고 공원에 누워 선탠을 하는 관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반나체를 드러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휴식을 취하는 자신감이 부럽다. 감탄사를 내지르며 애써 시선을 거두었다. 너무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는 탓에 그렇게까지 할 용기는 없고. 현지인 느낌을 내보려고 반팔로 선크림 바르지 않고 햇볕을 쬐다 보면 어느새 빨갛게 가려움증이 올라온다. 아무도 양산을 쓰지 않지만 나는 너무 빛이 강할 땐 쓰기로 했다. 역시 나에겐 너무 과해!
나는 강렬하고 극단적인 것보다 애매한 걸 선호하는 사람인가 보다. 색깔은 원색보다는 파스텔톤이나 톤다운된 살짝 어두운 색이 좋고, 음식 맛은 단짠보다는 심심한 게 낫다. 인간관계는 깊지도 얕지도 넓지도 좁지도 않다. 좋아하는 게 뭔가 생각해 보면 이것저것 발을 담갔다 뺀 취미들이 많아 뭐 하나 콕 집어 말하기 애매해서 머뭇거리게 된다.
이런 내 성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 어학원에 와서 처음으로 토론식 수업에 참여하면서 나에 대해 스스로 설명하다 보니 이제 조금씩 나에 대해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매주 새로운 외국인 학생들이 오고, 처음 만난 관계다 보니 오히려 더 나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기 편했다.
그동안은 여러 가지 핑계들로 좋아하는 글도 잘 안 쓰고 말은 더욱 아끼며 지내온 30년이었던 것 같다. 나를 더 표현하는 법, 삶의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는 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대학까지 치면 15년 넘게 학교를 다녔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들인데, 일상에서 벗어나니 배울 시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