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슨금 Aug 31. 2023

버스킹 선율에 맞춰 춤을 춰

영국생활 중 에든버러 여행

에든버러 중심 거리의 한복판, 버스킹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모여있다. 너덧살 되어보이는 여자 아이와 젊은 엄마가 뭉툭한 분필을 들고 나와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거 누가 지우지? 청소하는 사람이? 아니면 비 오면 지워질까?' 나는 대뜸 이 생각부터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 규율 속에서는 엄마는 아이에게 공공장소니까 낙서하면 안 된다고 소리쳐야 한다. 하지만 이 곳의 엄마는 오히려 분필을 챙겨나와 아이가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할 자유를 주었다. 여전히 자유가 익숙하지 않은 나, 꼬마 시절부터 자유를 경험해본 여자 아이. 괜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다 갑자기 아이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바닥을 기며 빙글빙글 돌며 엉덩이를 흔들며. 재밌는 점은 엄마가 그걸 고대로 따라하며 함께 즐기고 있다는 거다. 심지어 옆에 앉아 음악 감상 중이던 모르는 여자분도 합세하여 함께 아이의 춤을 따라했다. 길거리의 주인공이 순식간에 뮤지션이 아니라 아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뮤지션도 연주 중 다가가서 아이에게 맞춰 연주해주었다.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고 몸소 표현하는 감상 방법이다. 음악이 다 끝난 후 '정말 음악이 좋았고 즐거웠다'며 따로 감사 인사를 남기는 센스까지. 이런 표현법은 좀 배워야겠다. 언제까지고 딱딱한 자세로 살 수만은 없어.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의 목소리는 부러우리만큼 멋있었고, 자작곡들의 선율도 아름다웠다. 한 곡은 연주하기 전에 '남편을 사별해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작곡한 곡'이라는 설명도 곁들이니 안들리던 가사도 귀에 들어왔다. 영어 문장이 기억나진 않지만 이런 가사가 반복되었다. 더 이상 곁에는 없지만 살다보니 그 존재를 느낄 때 함께 있는 거라며. 가까운 사람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렵기만 하다. 음악을 통해 죽음에 대하 생각해보게 되고 위로를 받았다. 음악과 자유, 그리고 표현하는 법. 해가 져가는 에든버러 시내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여유를 선물받은 느낌이었다.


이전 09화 타지에서도 일상은 흐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