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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Sep 09. 2023

낯선 이에게 건네는 친절 Friendly Scotish

Spirit of Speyside 행사의 유일한 동양인이라니?

spirit of speyside 금요일 저녁 행사에 2달 전에 예약해서 참여했다. 이번 2주간 스코틀랜드 여행 일정도 spirit of speyside 행사 날짜에 맞춰 앞뒤로 동선을 짰을 정도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9월 초쯤 스코틀랜드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위스키 러버라면 꼭 일정을 확인해 보고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1인당 25파운드에 티켓을 예매하면 글렌케런 잔 1개와 시음할 수 있는 토큰 8개를 받을 수 있다. 8개로 부족할 것 같아 문의해 보니 부스에서 추가로 지불하고 시음하면 된단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과하게 마셔서 취한 사람들이 나오면 안 되니까 제한한 거라고 한다. 그런데 부족할 걸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토큰을 받지 않고 무료로 시음을 하게 해주는 부스들이 많아서 결국 다 쓰지 못하고 남겼다.

이 날 행사에 온 동양인은 우리뿐이었다. 대부분 지역 주민이거나 업계 관계자들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 주류박람회는 보통 아침부터 저녁까지 쭉 즐길 수 있는데, 이 행사는 제한 시간이 18-22시 4시간으로 되어 있어서 20곳이 넘는 부스를 모두 경험해 보려면 빠르게 돌아봐야 했다. 하지만 처음 테이스팅해보는 위스키들이다 보니 직원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시음을 했더니 금방 어느새 10시가 다 되었다. Spey 양조장의 직원분은 특히나 우리의 스코틀랜드 여행의 일정 추천까지 해주며 대화에 열성을 다했다. 단순히 위스키 영업을 위한 목적으로 대화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10곳도 둘러보지 못했는데?! 즐거웠던 만큼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한 행사였다.

spirit of speyside의 메인 행사는 매년 4월 말 5월 초에 열린다. 그 지역의 각 양조장에서 이벤트를 기획해 많은 방문객이 몰려든다는데 그때 한번 다시 와보고 싶다. 방문해보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오늘 마셔본 위스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처음에 마셔본 캐스크스트랭스! Inchgower 2009 58.5%짜리 고도수 위스키다. 알코올 도수가 50도를 넘어가면 특유의 소독약 먹는 찌릿한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정말 부드러웠다.


10시가 다되었을 무렵 메인테이블에 합석한 여성 4분과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이곳에서 양조기기 쿠퍼를 제작하는 회사 직원들이라고 했다. 10시 정각에 행사가 끝나는데도 지인 찬스를 이용해 마지막까지 위스키를 한 잔 더 시음해 볼 수 있도록 갖다 주는 수고로움까지 베풀어 줬다. 역시 좁은 동네라 알음알음 다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니 가능한 건가 싶었다. 멀리서 온 동양인들이 위스키에 관심을 가지는 게 신기했는지 애프터 파티에 초대해 주었다. 금요일 밤 불금에 바로 집에 가긴 아쉬우니 엘긴에서 핫한 펍 2곳을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로컬 펍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현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진토닉과 위스키를 각 3잔씩은 얻어마신 것 같다. 세 잔 째에 한 잔은 우리가 사겠다고 했더니, 극구 안 된다고 말려서 결국 얻어먹기만 했다. 런던에서는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 우리끼리만 지냈었는데. 낯선 곳에 온 이방인에게 베푸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친절은 낯설면서도 감사한 일이었다. 다음에 또 인연이 닿는 누군가에게 되돌려 베풀어야겠다.

특히나 두 번째로 간 펍은 금요일 밤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굉장히 북적거렸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신청곡을 함께 따라 부르며 춤을 추고 술을 마셨다. 워낙 발을 동동 구르며 흔들었더니 그 시간대에 많이 칼로리 소비한 걸로 스마트워치에 나온 건 덤이다. 우리도 ABBA 대표곡들이 나올 때는 목청껏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역시 글로벌 슈퍼스타의 노래는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보려고 하니 별 신기한 인연이 다 생기는구나 싶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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