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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Oct 06. 2023

타지에서도 일상은 흐른다

어학원과 헬스장 그리고 숙소

Ealing Broadway에 위치한 성당 Christ the Saviour Parish Church

런던을 여행하는 것과 런던에서 생활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벌써 온 지 3개월 꽉 채워 지났으니 웬만한 유명한 관광지는 다 가봤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남은 시간이 아직 많이 있으니 '다음에 언제든 갈 수 있겠지' 생각하고 안 다니게 된다. 서울에 살면 서울 관광명소를 잘 찾지 않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매일 5시간씩 어학원 강의가 있어 루틴대로 일상을 산다. 7시에 기상해서 씻고 아침 먹고, 8시 30분 숙소를 출발하여 E7, E9, E10 버스를 잡아 탄다. 9시 20분경 어학원이 위치한 Ealing Broadway의 정류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바로 보이는 게 바로 이 성당이다. 날씨 좋을 때 글라스가 햇빛에 비추며 나뭇잎 그림자가 흩날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5분 정도 걸어가면 어학원이 나오고, 바로 앞엔 공원과 THE GROVE PUB이 있다. 공원이 정말 많아서 매일 집을 나가는 순간 잔디를 꼭 밟게 된다. 잔디는 시멘트 인도에 비해 폭신폭신하여 기분이 좋다. 비가 온 뒤엔 잔디가 축축해 신발이 젖게 되니 주의해야 하고, 혹시 바닥에 강아지 똥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펍은 영국 사람들에게 동네마다 어디든 있는 사랑방이다. 학교 바로 앞에 있는데도 THE GROVE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여기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펍들은 꽤나 가봤는데 말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오히려 더 간절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줄어드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9시 30분부터 15시까지는 어학원 수업, 15시부터 17시까지는 도서관, 17시에는 30분 정도 걸어서 헬스장으로 간다. 날씨가 우중충하면 가기 싫지만, 화창한 날엔 걷고 싶어서 빨리 도서관을 나선다. 걸어가는 길에 하늘, 나무와 집, 정원을 구경하며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금방 헬스장에 도착한다.


18시, 운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우리가 다니는 Sports Hub는 Gunnersbury Park에 위치해 있어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곳곳에 까마귀와 참새같이 작은 새들, 뛰노는 강아지들이 반겨준다. 


이제 점점 영국의 밤이 빨리 찾아오고 있다. 처음 7월에 왔을 때는 밤 9시에도 낮인 것처럼 환했는데 이제 7시면 캄캄해진다. 숙소 근처 정류장에 도착하니 구름 사이로 노을이 보인다. 오렌지와 선홍색이 섞인 듯한 오묘한 색감, 노을이 주는 아름다운 색감은 도무지 사진에 담기가 어렵다. 


이렇게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순식간에 월화수목이 지나가버리고, 금토일은 그래도 런던 근교나 중심가로 나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고 한다. 초기의 적응하는 정착기를 지나 런던 생활이 편해지기까지 꽤나 걸렸다. 한결 안정된 일상의 반복이 싫지만은 않다. 역시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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