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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Jul 27. 2023

영국에 비가 내리면

영국 생활에 적응 중입니다.


비가 내리면


영국은 알다시피 정말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해가 쨍하게 떠있는데 여우비가 오는 일이 자주 있다. 오죽하면 우산과 바람막이, 선글라스를 세트로 항상 챙겨 다녀야 한다고 할까. 'BBC Weather'가 그나마 예측이 제일 정확한 편이라고 해서 어플을 깔고 매일 확인하고 있다. 이번주는 일주일 내내 비 소식 예정이었어서 내심 우울했는데, 막상 맑은 날이 많아 '와 오늘 생각보다 날씨가 좋네' 말을 연신 반복하고 다녔다. 내려쬐는 햇빛만으로도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봄가을의 청량한 날씨의 소중함을 전혀 모르고 누렸었던 것 같다. 이제야 감사함을 느낀다. 매일매일이 서프라이즈 선물이다.


막상 날씨가 좋지 않다면? 사실 그것도 상관없다. 영국 사람들은 비가 오든 말든 상관없이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한다. 장대비가 오는데도 우산 하나 쓰지 않고 공원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주인이 강아지와 함께 사이좋게 비를 맞으며 산책을 하기도 한다. 나는 워낙 비 맞는 걸 싫어하는 터라 한국에 있을 때도 비 소식은 항상 무언가를 하지 않을 핑계가 되곤 했다. 여기서는 핑계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우리도 장대비를 뚫고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남편은 그룹사이클, 나는 요가 클래스를 1시간 정도 참여했다. 신발이 잔뜩 축축해져 불쾌했지만, 오늘의 할 일을 하나 해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영국 사람들은 으레 모르는 사람과도 스몰토크를 하게 되면 날씨 얘기로 이야기를 꺼낸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밥은 먹었어?'하고 물어보는 안부인사과 비슷하다. 나도 어학원 같은 반 학생들을 만나면 호구조사보다는 날씨 얘기를 자연스레 먼저 꺼내게 된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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