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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칠호 Nov 09. 2021

금쪽같은 내면 아이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요즘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베테랑 육아 전문가들이 맞춤형 육아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어린이집 선생님 덕분이었다. 50대 후반의 선생님은 본인이 옛날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할까 스스로 의심하고 끊임없이 공부하시는 타입이셨다. 믿을 만한 전문가가 추천해준 전문가 프로그램을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프로그램에는 말 그대로 ‘난리 난리 생난리’를 치는 금쪽이들이 나온다. 학교에선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 초3 아이, 부모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자해까지 하는 사춘기 아들, 엄마에게 욕을 퍼붓고 침을 뱉는 아이, 5년째 구토를 멈추지 않는 아이….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속을 썩이는 아이라고 생각했건만. 별난 축에도 못 드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별난 금쪽이들의 문제 행동을 해결해줄 마법사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바로 오은영 박사다. 그녀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부모들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고민과 문제까지 콕 집어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AI 스피커가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아이의 속마음을 들어보는데, 여길 볼 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난다. 아무리 속을 썩이는 아이들도 마음속에는 부모를 향한 크고 무겁고 깊은 사랑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부모를 향한 고백을 듣다 보면 흐르는 눈물을 막을 도리가 없다. 언젠가 한 번 동생의 뺨을 때리고 엄마에게 침을 뱉는 아이가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어”라고 말할 땐 아이코 입을 틀어막고 오열까지 했더랬다.


엄마에게 물어볼게요. 엄마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아이들의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 열에 여덟은 부모와의 정서적 교류가 어려웠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에게 불안이나 결핍을 느끼게 하는 부모의 양육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모의 어린 시절을 되물어본다. 부모 행동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이에게 마음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던 엄마에겐 사랑은커녕 원망만 하던 아버지가 있었다.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부모에게도 어린 시절 상처를 잊지 못하는 내면의 아이가 있었다.


당신은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입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고 문제를 깨달으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


이제는 다 커버린 어른이의 어린 시절 결핍을 보듬어주는 오 박사님. 이제는 <금쪽이>를 보면 자연스레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눈물도 많고 고집도 세고 질투도 많은 아이의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프로그램 속 부모들 만큼이 내 부모님 또한 노력했을 것이다. 엄하고 단호히 대할 수 없었던 부모님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격하고 단호한 부모님 아래 자란 나는, 시한폭탄 같은 나약함과 결핍을 가슴 한켠에 품고 살아왔다. 나약한 세계가 맞닥뜨렸던 좌절감은 어쩌면 내가 다시 부모가 되었을  적당한 통로를 찾아  모습을 터뜨리고  것이라는 불안함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조차 보듬어주지 못한 어린 시절을 부모가 되어서야 꺼내보며 다독일  있게 해준 <금쪽이>에게 고맙다. 스스로의 결핍을 위로하고  보살   아이에게까지 결핍이 이어지지 않겠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되는 기분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아이를 기르지 않는 젊은 세대의 시청률도 크게 늘었다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결국 사람들에겐 마음을 들여다봐줄, 들여다보는 법을 가르쳐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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