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상담사로 산다는 것

<상담과 코칭 이야기-상담사의 정체성>

by 다정코치

난 우연한 기회로 상담사가 되었다.

물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마음이 전혀 없는데 상담사가 된 건 아니다. 나와 너무 다른 큰 아이를 키우면서 도대체 통제가 안되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아이가 이해할 수 없어 감당이 안돼서 그나마 내 마음의 출구로 찾은 것이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로 편입한 거였다. 그 안에는 아이를 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20대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늘 너는 상담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사이버라고 해도 아이 둘을 키우며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별 다른 생산성 없이 집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것 같은 내 삶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막상 집에서 맨날 아이들과 싸우는 내 모습이 그렇게 한심하고 처량하고 부족해 보이는 것도 있었다.


다행히 사이버대학교라는 것이 생기면서 어린 두 자녀를 키우느라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나 같은 전업주부-주변에 아이를 맡길 가족도 없는 상황-에게도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기술의 발달에 다시금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당시만 해도 떨어지는 사람이 반이라는 사이버대에 다행히도 한 번에 붙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상담심리학이라는 영역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그 이후 상담대학원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를 맛보았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아이 둘을 키우면서 대학원이 어불성설이었던 것 같고 이후 늦둥이 셋째도 태어나 나의 대학원은 다시 날아갔다. 셋째가 주는 기쁨이 너무 크고 첫째 둘째도 많이 크면서 느끼는 안도감이 그나마 내겐 큰 위로였지만 마음 깊숙이 좌절감은 늘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후엔 더 도전할 생각을 안 하게 된 것 같기도..




포기하면 주어진다는 말이 있던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대학원..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제안에 내 안에 꼭꼭 묻어 두었던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좌절감과 패배감이 너무 크니까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있나? 싶으면서 어차피 더 내려갈 곳도 없다는 마음으로 용감하게 서류를 준비해서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았는데 떡하니 합격..!! 지난 20년간 수차례 떨어졌던 대학원을 이렇게 쉽게 붙다니..


이게 내 길이라는 건가? 하는 마음으로 다니게 되었고, 아이들을 키우며 오랜만에 맞는 학교 생활이었기에 더욱 치열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상담심리사 2급도 너무 운이 좋게 한 번에 합격했고 이어 친한 대학원 선생님의 소개로 지원했던 EAP 상담 업체에 들어가서 프리랜서 상담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지난 20년, 모든 것이 좌절이었던 삶에서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너무 잘 풀리는 삶이 감격스럽고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지난 20년 가까이 육아만 하던 내게 새롭게 시작된 프리랜서의 삶은 내겐 너무 큰 유능감과 가치감을 갖게 했고 아무리 상담이 많아도 너무 좋기만 했다. 물론 프리랜서인 만큼 상담 횟수가 일정하지 않아서 늘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내겐 일이 있다는 것만도 감사하고 즐거웠다. 어느 회사에 출장을 나가도 무조건 오케이였다. 내담자를 만나며 나누는 시간이 참 즐겁고 보람이 느껴져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상담을 통해 새로운 통찰이 일어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EAP 상담을 시작한 지 3년이 다된 지금, 난 다시 나의 삶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어떤 상담사로 존재할 것인가..


대학원 전공이 코칭심리여서 코칭 기법을 활용하는 기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오히려 더 유용하고 좋았지만 지금은 나를 더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상황에 박쥐같이 느껴지는 나 자신을 어느 쪽으로 더 전문성을 키워야 할지가 고민인 거다. 두 가지 모두 전문성을 키우기에는 내 나이도 있다 보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역부족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다.


일단은 주어진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있지만, 조금은 더 장기적이고 계획이 필요한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영역이든 나는 상담사라는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삶에 숨통을 틔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너무 기쁜데 그렇게 살고 싶은 내 길이 막히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살면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없이 스스로 과소평가하며 산다는 얘기를 많이 듣곤 했기에 이제는 조금 더 나를 자랑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막상 나는 괜찮은 사람인데 사람들이 나를 몰라준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혹시 내가 그만큼 괜찮은 사람으로 준비되지 않은 것도 있을까 하는 물음표도 생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인데 사람들이 몰라준다기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누군가는 나를 알아주고 찾을 거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더 맞는 건 아닌가 싶다. 괜히 억울해하지 말고 말이다. 나에 대한 차별성을 찾는 과정.. 이게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늘 명확하지 않은 삶을 살았어서인지 더 모르겠고 혼란스럽다.


그냥 이렇게 안갯속으로 걸아가며 사는 걸까? 아니면 안개를 걷어내도록 애써야 하는 걸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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