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코칭 이야기-나 표현하기>
"그건 여기서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
애써 했던 말이 단칼에 잘렸다.
난 나름 생각하고 의미 있는 것 같아 한 말인데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 때 입이 탁 막혀버린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거절의 말에 왜 이렇게 쉽게 입을 닫아버릴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이 말이 이럴 때 적절하지 않은지 물어볼 만도 한데 말이다.
늘 이런 상황에 스스로를 철수하고 혼자 이해해 보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야지, 말을 줄여야지, 저 사람을 조심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솔직히 그러고 말면 특별히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후에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부당하다는 느낌도 들고 왜 꼭 그래야 하는지 영 납득이 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니 속이 괴롭다.
그러다가 이번에 내가 그런 내 마음을 전혀 표현하지 않는 것이 문제임을 상기하게 되었다. 스스로 만든 후퇴가 나의 마음도 힘들게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원하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솔직히 평소 그런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겨버리고 속으로 삭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의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반응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나 스스로 나를 보며 내가 답답한 거다.
솔직히 나는 내가 대꾸하지 않고 철수하는 이유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로 집에서 육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일이나 이해관계가 있거나 꼬이는 일이 별로 없던 탓에 그런 상황을 직면할 일도 별로 없었고 직면하면서까지 계속 함께 갈 사람도 없었기에 굳이 시도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번에 기회가 생겼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고 더 이상 단순히 철수로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냥 할 수 없지 뭐 하고 넘겼던 상황을 그동안 내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이제는 바꾸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일어났다.
그래서 말했다.
"내 말에 그렇게 말하고 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라고..
답변을 설명하는 상대의 말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 하기에 말했던 것인데 그렇게 미리 단정하여 말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라고 다시 또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했다.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며 대화를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맙고 반가웠다"라는 답변의 말을 들었다.
이번 일은 상대가 누구냐보다 내가 새로운 행동 양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정확한 의도를 담아 정리해서 말했을 때 상대도 오해 없이 받아들이면서 충분히 수용하는 것을 경험했다.
남들이 보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불편한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나로서는 속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한 경험이었다. 상담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 잘 말하지 못하니까 상담 장면에 많이 오는 것 같다.
그나마 가까운 사람에게 하루 중 있었던 부정적인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또 누구에게 표현할 수 있겠나.. 이 가까운 상대는 대부분 배우자나 가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까운 사람이 가장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일으키는 것이 웃픈 현실인데, 그건 좋은 관계를 위해선 그만큼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야 함을 의미하나 싶다. ㅎㅎ
어떤 모습으로든 내게 다가오는 거절이라는 반응이 아무런 힘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나를 더욱 속으로 숨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내 안에 숨어 드러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인식하고 겉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시간, 막상 해보니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 아님을 재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해 줄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동안 속에 숨어서 표현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던 나 자신이 여전히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이제는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한지 느낄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