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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거지 워킹맘, SNS 끊고 시간이 남다

알고리즘 노예 탈출기-3

by 뚜벅초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듯이, 당초 내가 SNS와 익명 커뮤니티 이용을 끊으면서 바랐던 건 바로 '마음의 평화'였다. 나는 너무 많은 의무와 관계들로 지쳐있었고 기왕 속세를 떠나지 못할 바에야 마음속에 소란스러운 잡음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정보들이라도 차단하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짜증도 덜 내고, 마음도 더욱 평화로워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보다 어찌 보면 더 먼저 찾아온 변화는, 바로 부족하기 짝이 없었던 시간이 남기 시작했단 것이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이들은 이것이 얼마나 놀랍고 믿을 수 없는 변화인지 알 것이다. 타임 푸어(Time poor), 시간거지의 대명사와도 같은 워킹맘의 바쁘고 정신없는 삶에서 시간이 남을 수 있다는 건 아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할 일을 내팽개치고 놀러 다닌 것도 아니다.


이동을 하면서도 사실상 업무를 일부 해야하는 내 직업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에도 업무를 해야할 때가 있다. 이전 같으면 하릴없이 SNS를 새로고침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헐레벌떡 일을 마무리하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어차피 할 게 없으므로) 여유롭게 그날의 할 일을 미리 정리해두기도 한다. 출근을 해서도 종종 딴짓을 하며 업계 단톡방을 들여다보고 키들거리거나 커뮤니티 삼매경에 빠져 정신을 차려 보면 늦은 오후가 되곤 하던 것과는 다르다. 좀 더 빠른 시간에 집중해 일을 끝마치고 다음날 일까지 일부 준비해 놓을 수 있게 됐다. 일을 다 마치지 못해 집까지 일거리를 가지고 들어와 아이를 재우고 피곤한 눈으로 남은 일을 하던 때와는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일이 빨리 끝나니 마음의 여유도 함께 생겼다. 집에 돌아와서는 찝찝한 느낌 없이 아이와 집중해서 놀아줄 수 있게 됐다. 그 전에는 몸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명랑하게 역할놀이를 하는 척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마치지 못한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성의없게 아이에게 대꾸를 하면 아이는 또 자신과의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는 엄마가 미워서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이것이 그저 워킹맘의 숙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업무 시간 짬짬이 하느라 티도 잘 나지 않던 딴짓의 시간이 줄어드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업무뿐만이 아니다. 일과 육아로 물샐틈없이 꽉꽉 채워져 숨쉴틈없던 나의 일상에도 조금씩 다른 일을 할 짬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듯이 그 날의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는 이렇게 브런치와 블로그에 미뤄뒀던 글을 쓰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거나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흔히들 나처럼 낮에는 업무로, 퇴근 후에는 육아와 가사로 내 시간이라곤 엄두도 못 내는 워킹맘들에게 시간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가 잠든 후, 혹은 새벽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일 수면시간은 7-8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우리 집처럼 잠이 없는 아이(우리 집 아이는 최소 10시는 되어야 잠자리에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도 1시간 정도는 옆에서 보초를 서 줘야 깨지 않는다)를 키우면서 미라클 모닝을 한다면 이는 사실상 내 시간 찾고자 수명을 깎아먹는 행동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새벽 4시에 졸린 눈을 비비지 않아도, 아이를 재우고 밤 12시에 지친 몸으로 억지로 일어나지 않아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니! 그게 심지어 별 대단한 노력을 '해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에 접속을 '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거라니!


사본 -pexels-ann-poan-5799379.jpg 사진 출처 : pexels



짬 내서 눈팅, 그냥 구경만 잠깐 하는 거, 정보 얻을 겸 겸사겸사 잠깐 클릭하고 마는 거라고 생각했던 SNS와 커뮤니티 눈팅이 사실은 나의 시간을 이렇게 많이 잡아먹고 있던 것이다. 화제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뇌과학의 이론을 빌려 SNS를 보는 시간 그 자체뿐 아니라 주의 집중을 환기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훨씬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소득 신고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하나 와서 그 문자를 확인하고(5초간 힐끗 보는 것뿐이다) 다시 소득 신고로 되돌아간다고 상상해 보자. 얼은 그 순간 "뇌가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이동하면서 재설정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방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려야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려야 했다. (중략) 일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문자를 자주 확인한다면 문자를 쳐다보는 찰나의 시간뿐만 아니라 이후 집중력을 되찾는 데 들어가는 시간까지 잃어버리는 것이며, 이 시간은 훨씬 길 수 있다. 얼은 말했다. "실제로 생각하는 데 긴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작업 전환에 시간을 쓴다면, 뇌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즉 스크린타임 기능이 하루 핸드폰 사용 시간이 네 시간이라고 알려준다면, 사실 우리는 집중력을 상실함으로써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이렇게 우리의 삶에서 알게 모르게 많은 해악을 끼치는 게 SNS 알고리즘임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나는 지금껏 10번도 넘게 이를 끊으려고 시도만 하면서도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항상 두어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접속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대체 왜 그랬을까?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며, 이번만큼은 SNS의 알고리즘 사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 위해 내가 시도한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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