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노예 탈출기-10
SNS 알고리즘과 익명 커뮤니티를 끊임없이 배회하던 지난날의 습관을 끊기로 하면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수익을 내고 있는 블로그였다. 비록 근로소득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수 년간 애정을 갖고 키워온 만큼 이 역시 끊어버리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결론은 블로그 업로드는 예외로 뒀다. 물론 블로그를 하는 것이 다른 SNS처럼 내 일상에 끼치는 해악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앱을 지울 의향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무엇보다 블로그는 알고리즘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하다가도 중단이 좀더 쉬운 편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갖는 '스마트폰 안 쓰는 날'에는 이조차도 하지 않았다. 포스팅은 예약포스팅 기능을 활용해서 전날에 미리 작성해 뒀다.
앞서 SNS와 익명 커뮤니티 끊기에 대한 원칙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규칙을 세울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업무적으로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야 할 수도 있고, 수익화나 본업과 관련해 SNS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포인트는 모든 디지털 문명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정답은 없으며 자신이 가장 만족감이 큰 방향을 찾아 실천하면 된다. 디지털이 주는 달콤한 중독성에 휘둘려 다니며 일상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알고리즘에 한 번 빠지면 중요한 일을 한없이 미루고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 습관을 그만두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블로그를 제외한 익명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대부분의 알고리즘 기반 SNS가 그랬다. 이들은 지체없이 삭제했고 덕분에 온전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더 좋은 점은 멍하니 SNS와 커뮤니티를 보는 시간이 줄어드니 나만의 콘텐츠를 작성할 시간이 확보된다는 것이었다. 그간 회사일과 육아로 쉴새없이 굴러가는 터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블로그를 제대로 키우려면 '1일 1포스팅'이 필수라는데, 워킹맘으로서 그건 언감생심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해졌다. 업무를 다 끝내고 남는 시간 틈틈이, 심지어 이동 중에도 블로그 포스팅을 했다.
콘텐츠 업로드에 더 공을 들일 시간이 많아지고, 아이에게 그저 영상을 보여주는 대신 다양하게 놀아주려고 하다 보니 올릴 콘텐츠도 더 다양해졌다. 업로드가 많아지니 더 많은 기회도 찾아왔다. SNS와 커뮤니티 이용을 줄이고 나니 마음의 평화뿐 아니라 실질적 이익도 생긴 것이다.
일과 육아 어디에서도 완벽하기가 힘에 부치는 현실에서, 그리고 사실상 정년이라는 게 무의미한 사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단지 회사를 다니는 것 외에도 파이프라인 확보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 회사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며, 혹여나 육아 등 여러 변수로 인해 퇴사를 결정하게 되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 전엔 단지 취미삼아 운영했던 블로그가 이제는 새로운 기회의 창구가 되고 있다. 이밖에 나이 들어서까지 육아와 병행하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기 위한 자격증이나 학위 취득도 계획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 주고,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주기 위해 기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면 이는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알고리즘 기반 새로고침으로 주어지는 볼거리들은 대부분 중독성을 유발한다. 이런 콘텐츠는 결국 우리를 알고리즘의 노예로 만든다.
하지만 이런 삶에 문제의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그저 멍하니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인 창작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 알고리즘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알고리즘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로 만드는 첫 실천이 될 것이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