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4살이면 좋겠다

by 뚜벅초

이제는 '만 나이'로 세야 한다지만, 우리 아이는 아직도 자기 나이를 '한국 나이'로 말한다. 올해 드디어 '4살 형아'가 됐다며 무척이나 뿌듯해했는데, 돌연 6월부터 "이젠 만 나이로 세야 하니까 넌 3살이야"라고 해봐야 돌아오는 답은 "아냐 난 네살이야!!!"다.


2020년 1월에 태어난 우리 아이는 현재 만 3세, '한국 나이'로 4살이다.(그는 항상 손가락 네 개를 자랑스럽게 펴 보이며 이젠 형아임을 과시하곤 한다) 밥을 스스로 떠 먹은 지는 오래 됐으며, 어른과 일상 대화가 원활히 될 정도로 말을 잘 하고, 한글 공부는 아직 안 했지만 자기 이름 포함 몇 개의 쉬운 글자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며,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올 들어 비로소 기저귀와 이별했다. 키랑 몸무게는 또래보다 좀 작지만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하다. 한때는 제때 못 걷고 말도 못 해서 병원과 센터를 오가며 엄마의 속을 시커멓게 태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략 '정상발달' 범주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백일 무렵 카시트에 태워서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있었다.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카 오디오 속 동요 플레이리스트에서 마침 이런 노래가 나왔었다. "나는 네살 나는 네살 기저귀는 노노~ 화장실에 가자고 말해요~♬" 그 당시 나는 우리 4개월짜리 아이가 4살이라도 되면 다 키운 것 같겠다고 했지만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까마득해 보이던 3년여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버리고, 우리 아이는 어느새 4살을 넘어 5살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전히 육아의 여정은 까마득하다. 길게 보면 이제야 겨우 출발선을 벗어난 육아 초심자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육아서에서 그리도 강조하는 만 36개월까지의 시간은 드디어 다 보냈다. 이젠 아기를 키운다기엔 배냇저고리도 없고 손싸개도 없고 젖병도 없고 기저귀도 다른 집에 다 줘버렸고 아기의자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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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네 살'인 2023년도 이제 두달 남짓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문득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도 아이가 빨리 자라길 바랐던 나인데, 물론 아이가 크면 클 수록 '앞으로 이보다 더 예쁘기는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는 했지만. '네 살'이라는 아기 시절의 마지노선과 같은 나이가 영영 끝나버리다니, 내 아이의 아기 시절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무척이나 쓸쓸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제 다섯 살이 되면, 비록 인생 전체로 보면 여전히 너무 어리고 사랑스러운 나이지만, 더 이상은 아기라고 도저히 우길 수 없는 나이가 된다.


엄마가 화를 내도 결국 엄마에게 달려와 안겨 마음을 진정시키고, 임신 출산으로 20kg 넘게 쪄서 빨리 살을 빼야 한다고 하는 나에게 갑자기 '곰 세마리'노래를 부르며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하면서 엄마는 날씬하다고 말해주는 4살짜리의 순수한 영혼은 이제 영원히 시간의 저편으로 간직될 것이다. 머지 않아 아이는 소년이 되고 청소년이 되어서 엄마보다는 친구들과 연인과 기타 사회 관계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물론 그게 정상이고, 나도 당연히 내 아이가 그렇게 자라길 바란다.


그렇지만 요즘같은 때는, 아이의 네 살을 보내는 2023년 가을을 유리병에 진공 상태로 담아 언제든 꺼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우리 아이와의 세계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예쁜 그림책과, 귀여운 동요와, 미끄럼틀과 시소와 그네로 이뤄져 있다. 언젠가는 입시와 성적과 진로 고민과 학군지 집값과 취업 전선으로 바뀔 것이다. 마음이 바싹바싹 메마르는 그 날에도 가끔씩 유리병을 열고 아이의 동그란 뒷통수를 쓰다듬고 동그랗고 말랑한 엉덩이를 끌어안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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