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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 뭐라도 덜 하기

by 뚜벅초

다사다난이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어지러웠던 한 해가 드디어 끝이 났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빳빳한 새 종이 냄새를 풍기는 다이어리를 구해서 신년 목표를 세우곤 했다. 민망할 정도로 매년 등장하는 목표인 운동 꾸준히 하기, 다이어트하기, 자기계발하기 등등...


첫 한두달 정도는 그래도 의욕적으로 새해 기분으로 목표를 완수했다. 하지만 달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사정이 생기고, 바쁘고 지친다는 이유로 다이어리조차 열어보지 않게 된다. 앞부분만 새까만 다이어리들이 책꽂이 구석에 쌓이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작심삼일로 허무하게 끝났던 매년의 나는 그리도 한심하기만 했나?

물론 스스로가 부끄럽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그럭저럭 성실하게 살아 왔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게다. 비록 엄청난 업적을 이루진 않았지만, 신년 목표는 자꾸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아침 공기를 맡으며 일터로 향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나와 내 가족의 몸을 덥혀 줄 따끈한 밥을 짓는 하루들. 별 것 아니지만 성실함으로 꼭꼭 들어찬 날들.


사진출처: pexels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 새해에는 더 큰 짐을 지우지는 않기로 했다. 올해는 뭔가를 해내야지, 라는 목표보다는 '덜 무리하기'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이미 일과 육아로 빼곡히 들어찬 하루하루를 통과하고 있는 나에게 새해 목표로 몇 킬로그램 감량, 자기계발의 목표를 쓰지 않았다.

대신 아무리 바쁘더라도 짬을 내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갖기, 가급적 내 몸 속 장기들에게 부담이 덜 가는 음식을 먹기,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걷기, 가족과 함께 아무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결국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니까.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되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공교롭게도 항공기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가족도 동일한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 중이었다. 현지 뉴스에서도 한국의 작은 공항에서 일어난 큰 사고를 요란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사람이 갑자기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는 순간, 아무리 생각해도 이루지 못한 목표를 아쉬워하진 않을 것 같다. 그보다는 좀 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걸, 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걸, 좀 더 자유로워지고, 좀 더 행복하지 못한 걸 아쉬워할는지 모른다.


새해에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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