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리라고 마음을 먹었어도 뭘 어디서부터 나답게 살아야할지도 감이 안 잡혔다.
이미 내 삶은 너무나 타율적인 것들로 꽉꽉 차 있기 때문이었다.
집 안의 물건조차 아이의 물건, 혹은 쇼핑을 좋아하는 남편이 사서 쟁인 것들 혹은 양가에서 안 쓴다고 꾸역꾸역 보내주신, 사양하기도 조심스러운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설레지 않는 물건은 모두 내다버리라'는 유명한 미니멀리스트의 말처럼 마음 같아서는 집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모두 갖다 버리고 싶었다.
결혼 전 나는 작은 기내용 캐리어 하나로 호주에서 9개월간 살 정도로 물욕이 없는 편이었다. 또래 여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화장품 쇼핑이나 옷 쇼핑, 심지어 맘 커뮤니티를 매번 뜨겁게 달구는 핫딜 등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돈이 생기면 맛있는 걸 먹거나 안 가본 곳에 가보는 게 더 좋았다.
하지만 그건 혼자 살 때의 이야기고 가족과 함께 산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내 눈에는 거슬리는 잡동사니여도 아이에게는 소중한 보물일 수 있다.
그렇다고 가정을 꾸렸다는 이유로 평생 마음에 들지 않는 잡동사니들 사이에 파묻혀 꾸역꾸역 살고 싶진 않았다.
사실은 남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오로지 나의 소유인 나의 옷장에도 설레지 않는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가득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입고 나간 지 수 년이 지난 옷들, 지인이나 가족이 선물해서 받았지만 내 취향이 아닌 옷들, 싸다고 샀는데 역시 실물을 보니 영 아니어서 옷장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하는 옷들, 체형이 변해서 도무지 입을 수 없는 옷들, 낡고 찢어지고 이염됐지만 왠지 버리기엔 아깝다는 이유로 자리를 차지하는 옷들이 수십 벌은 됐다.
나는 옷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상 그것도 아니었다.
마음을 잡고 정리를 하니 의외로 금방 끝났다. 기준은 단 하나.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옷인가?
물건 버리는 걸 몹시 싫어하는 남편이라면 분명히 못 버리게 내 손을 잡고 막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내 돈 주고 산 내 옷이기에 처분도 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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