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브런치 덕분에 첫 책을 육아에세이로 냈다.
책 한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기적은...아쉽게도 없었지만 그래도 평생의 소원을 이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애를 다 키운 것도 아니고 애가 소위 영재나 명문대 들어간 애도 아닌데
무슨 깡으로 책을 냈나 모르겠다......ㅎㅎ
물론 내 책이 무슨 육아 비법서!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좀 쥐구멍 들어가고 싶다.
객관적으로 내가 그렇게 대단한 엄마인가? 잘 모르겠다. 일단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육아체질이 아니다.
외동이고 7살이고 큰 이슈가 없는 아이라서 객관적으로 이제 육아가 많이 힘들진 않다. 그럼에도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걸 보면 정말 육아체질이 아니긴 한 것 같다.
흔히들 육아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나는 많이 못 느끼는 편인데 이게 좀 행복도를 깎아먹는 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의 작은 말한마디나 행동에 감동받고 그런 게 잘 없음; 다행이라면 아이도 나랑 똑같은 기질이라 별로 감성적이지가 않다. 그래서 서로 팩트 위주의 대화혹은 농담따먹기를 하곤 함 ㅎㅎㅎ 막 감성적인 어른보다 7살짜리 우리 T가 더 대화하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그렇다고 막 헌신적이기를 하나. 아니면 뽑기를 잘해서 아이가 영재거나. 물론 왕년에 영재(?) 출신으로서 그게 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긴 하지만...
각설하고 책을 냈으면 이걸 계기로 막 육아 인플루언서처럼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하는데
청개구리마냥 더 육아얘기를 하기가 꺼려진다.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많이 키운 건 아니지만) 육아에는 정답이 없고 결과 통제도 어렵다는걸 매번 실감하니만큼 자꾸 내 말을 자기검열하게 된다. 이 말은 그냥 내 사례에만 국한된 게 아닌가? 이 말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어느 아이나 다 우리애처럼 일반적이진 않을텐데? 하다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사실 그래서 작년에 하던 유료연재도 도중에 중단한 것도 있다. 구독해주신 분들께는 너무 죄송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다 마음에 걸리니까 쓰기가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소재 자체가 많을 정도로 육아 짬밥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애도 딱 한명이고.
그냥 내 스스로 자부심 느끼는 포인트라고 하면 그래도 매 순간에 내 상황에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이고 거기에 대해 딱히 후회나 부끄러움이 없다는 건데 이것도 사람마다 다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말하기가 껄끄럽다.
누군가는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도 항상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누군가는 제3자가 봐도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인데 본인도 만족이고 아이도 잘 자라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애초에 남의 육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거다.
현직 워킹맘으로서 워킹맘 생활을 만 5년간(육아휴직 복직 이후) 해오고 있다보니 워킹맘의 삶에 대해서 할 말은 마음속에 엄청 많은데 이것도 고르고 고르다 보면 별로 할 말이 없어진다; 그도 그럴것이 요샌 워킹맘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고 파트타임맘, 파트타임맘 중에서도 단순노무직인지 라이선스 갖고 하는 직업인지가 다르고 요새는 직장맘이어도 나처럼 시공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들도 많고 또 이런 입장에선 일반적인 9to6 직장인의 고충은 잘 모르니까 내가 하는 소리가 배부른 소리로 들릴 가능성도 있고... 또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선 아직까지 워킹맘이 소수파(언론에선 유자녀 가정 50%가 맞벌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이들 어느정도 키우고 재취업해서 사실상 육아중이 아니거나, 서류상으로만 맞벌이인 경우도 있고 가족사업 돕는 방식으로 근로자 등록 된 케이스도 있고 해서, 우리가 진짜로 생각하는 '워킹맘'의 사례에 부합하는 건 내 체감상 30~40%정도가 아닐까 예상된다.)이다보니 공개적인 곳에서 글을 남겨서 워킹맘의 권익에 대해 설파하다보면 묘하게 갈라치기처럼 되는 경우도 많고 해서 조심스럽다. 사실 진짜..이건 할말이 많은데 1%도 못 하겠다.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기혼유자녀여성의 디폴트로 전업주부를 가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진짜 진짜 많이 드는데 할많하않이다. 요즘 우리 아랫세대인 90년대생들이 본격적으로 결혼, 출산하기 시작했다는데 직장에서도 확실히 후배들과 대화하다보면 관점이 많이 다름을 느끼기 땜에 점차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정도다.
아무튼 우리세대까진, 아 이것도 직종별로 다를거고 지역별로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것같지만, 일단 나(그리고 내 주변지인들 기준)는 워킹맘인 현 상태가 사실 아이 3돌 이후부터는 그렇게 너무 비참하거나 고통스럽다고 느끼지 않는 편인데 아무래도 아직까지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불쌍하고, 딱하고, 혼자 모든걸 다 짊어진 것 같고, 팔자 센 것 같고(??) 그렇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보니까 워킹맘들 스스로도 본인이 있어야 할 곳은 아이 옆인데 내가 어쩌다 팔자에도 없는 일을 하고 있어서 서럽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좀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과는 결이 맞지 않아서 거리를 두게 되는데(모 SNS를 잠깐 할때 상당히 이런 분위기가 느껴져서 그냥 이용을 안하게 됐다. 솔직한 말로 그럴거면 그냥 그만두세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뭐 다 사정이 있으려니 참음... 그래도 내가 잘 살고 있다는데 넌 불행할거야!!!! 설교하시는건 좀 많이 선넘었다 싶구요) 워킹맘 아니 육아를 한다는것 자체가 고충이고 힘듦이 얼마간 따르는게 당연한데 이걸 굳이 워킹맘이라 서럽다고 보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만해도 휴직했을때 더 힘들었으니까.
아이한테 미안하다...는 감정도 사실 부모로서 응당 드는 일반적인 죄책감(영상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다든지, 이제 초등학교 가야 하는데 공부 더 시켜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공부 시키다간 아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내가 너무 스트레스 줬나 싶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드는 모먼트는 많지만 이게 내가 일을 해서는 절대 아닌 것 같다. 내가 일을 안 했어도 부모가 된 이상 언제나 못해줘서 미안한 감정은 있는거지. 우리 부모님도 나에게 마찬가지고. 나만해도 남편이랑 육아휴직 써서 다른집 애들이랑 비슷한 시기에(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늦게) 어린이집 보내기 시작했고, 특별한 일 없으면 정시 하원하고, 동네 엄마들 중에 워킹맘 반 전업맘 반쯤 되는데 다들 비슷비슷하게 하원하고 또 바로 학원다니고 하니까 어차피 엄마 만나는 시간은 비슷비슷한 것 같아서 오로지 '내가 일을 해서 아이에게 죄를 짓는다'는 감정은 잘 안든다. 동네 엄마들 중에는 전업맘들도 있고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워킹맘들이 대부분인데 나를 봐도 주변을 봐도 일단 미취학 기준으로는 아이한테 들이는 케어나 교육의 수준이 전업이라고 해서 학원을 못보내거나 워킹이라고 해서 방치를 하거나 하는 유의미한 차이는 잘 모르겠다.
근데 문제는 그러니까 워킹맘 분들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도, 생각해보니 그래도 우리 집은 남편이 교대근무하고 육아시간도 좀 자유로운 직종인데다 나도 시간이 좀 자유로운 편이라 아이를 밤늦게까지 맡기지 않아도 되고 친구들과 같이 하원시킬 수 있어서 미안함을 느낄 일이 좀 적지 않았나 싶어서 또 집집마다 사정이 다를텐데 괜한 말 꺼내지 말자, 진짜로 미안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무조건 죄책감 가지지 말라고 하면 그것도 기만 아닐까 싶어서 자제하게 된다.
아무튼 그래서 육아 얘기는 점점 안하고 있다. 블로그에도 육아얘기 아닌 이야기를 더 자주 하게 되고, 이곳에도 아이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얘기나 내 관심사를 더 털어놓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괜히 육아에세이를 냈나 후회가 될 때도 있었다. (염치없게도 내 책은 인터넷서점에서 분류가 '육아서'로 되어있다;;;) 내가 의도한 건 그냥 평범한 워킹맘 한 사람의 개인 기록인데, 뭔가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래서 염치없게도 몇번 다른 워킹맘들 앞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솔직히 속으로는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내가 저사람들보다 나은 게 뭔데? 싶은 내적갈등이 계속 일어났지만 그래도 나 역시 회사 행사로 연사 섭외업무를 한 적이 몇번 있다보니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힘든 일인지를 알아서, 차마 나같은 사람을 불러주신 분들의 성의를 거절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긴 한다.
이 글을 왜 썼을까. 아무튼 오늘도 워킹맘을 불쌍하게 보는 온 세상의 목소리들이 괜히 짜증나서(!!!) 한 소리 써봤다. 나 진짜 괜찮은데. 살만한데. 이렇게 긁히는 거 보면 아닌가? 맞벌이 애들은 초등학교 갈때쯤 티가 풀풀 난다는데 일단 아직까지 초등입학 반년 좀 더 남은 우리 애는 또래들에 비해서 학습이나 발달이나 교우관계나 뭔 티가 나는 건 없다. 우리 애를 봐도 안쓰럽다는 생각보다는 부럽다(나보다 비교적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선진국의 풍요로운 복지혜택을 받으며, 90년대 초반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라나는 걸 보면)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이 든다.
근데 딱히 20대, 30대 때를 돌아보아도 지금보다 더 나았던 적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인생은 험난했고, 답답했고, 불안했고, 그 와중에 찰나의 행복이 있었을 뿐이지. 무엇보다 나는 내가 일하기를 선택했고 아이를 낳기로 내가 선택한 만큼 다 내가 원한대로 살고 있기 때문에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이러다가 갑자기 다른 선배맘들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에서 밀려날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그런 소식이 들려올때마다 좀 많이 무섭기도 하고 이제라도 공무원 시험을 다시 봐야하나(대학생 때 주변 권유로 강제 시험 준비했다가 6개월만에 때려침)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이제는 더이상 적성에 안맞는 일을 떠밀려서 하고 싶지 않은데 어디가서 이런 얘기하면 네 나이에 처지에 무슨 배부른 소리냐 하겠지만 아 그에따른 불이익은 내가 책임질게요; 하겠다.
오늘의 두서없는 주절주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