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야말로 '선택과 집중'
제목에 낚이셨을 수도 있지만 이 글은 '이러이러한 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경험자로서의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뻔한 얘기지만, 결혼준비를 할 예정이거나 하고 있는 예비부부 독자분들은 각자의 사정과 취향에 맞춰 밸런스를 조정하면 된다.
이렇게 '없이' 시작한 우리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졸라매지만은 않았다. 나는 평소 절약을 위한 절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다. 단지 절약을 위해 우리의 삶의 질과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유보해야 하는 삶이라면 그것은 어찌보면 돈을 낭비하는 것 만큼이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재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결혼한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구동성으로 결혼준비 자금 중 돈이 안 아까웠던 것 중 최고로 신혼여행을 꼽았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으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여행을 못 다니는 시대도 아니라지만 막상 직장을 다니는 입장에선 결혼 때처럼 길게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아이가 태어나면 어느정도 크기 전까진 어딜 다니기도 힘들 뿐더라 다닌다 해도 여유로운 휴양이나 여행이 아닌 그냥 아이를 끊임없이 서포트하는 '고행길'이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코로나 전 해에 결혼식을 해서 요즘은 가기 힘들어진 해외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결혼 전 아시아 지역 여행은 같이 몇 번 다녀왔지만 우리 둘 다 유럽 여행은 평생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우리의 신행지는 파리로 결정됐다. 보통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가면 파리 찍고 벨기에 잠깐 찍고 이탈리아 찍고 스페인도 들렀다가 독일 찍고 나오는 식의 코스를 많이들 하는 것 같지만 가뜩이나 결혼식 끝나고 와서 지친 마당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간 녹초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사진만 찍으러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단 한 도시에서 '일주일 살이'를 하듯이 느긋하게 머무르고 싶었다. 사실 그렇게 해도 워낙 들를 곳이 많아서 나름 분주하긴 했지만 그래도 주요한 명소를 다 보고도 마지막엔 근교 여행까지 다녀오는 등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특히나 신혼기간이 지나자마자 코시국인데다 아이가 있어 해외여행 자체가 기약이 없어진 마당이다보니 더욱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길 잘했단 생각이다.
식장에서 '빛나고' 싶다는 욕심에 '내돈'으로 신부관리도 잠시 받았었다. 전문가의 솜씨를 거쳐 내 나름으로선 '외모성수기'를 잠시 가졌던 것 같다. 당시 살을 10kg 넘게 빼기도 했지만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왜 이리 작아졌냐는 칭찬을 할 정도였다. 사람에 따라선 돈낭비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오롯이 나를 위해 따뜻한 베드 위에서 마사지를 받는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외모 자신감이 생겨서였을까, 원래 군중앞에 서는 걸 상당히 불편해하는 성격인데 유독 결혼식날 만큼은 그런 불편감이 별로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단, 내 기준에 쓸데없다 싶은 건 돈을 아꼈다. 먼저 식을 치르고 나면 대부분 버려지는 청첩장은 최대한 저렴한 것으로 했다. 모바일 청첩장도 무료 사이트를 이용했다. 하객이 많은 편이었어서 청첩장 비용이 무시 못할 수준이기도 했다. 간혹 지인들의 예쁘고 화려한 청첩장을 보면 '그때 내가 너무 돈을 안 썼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후회가 될 정도는 아니다. 청첩장을 두고 볼 것도 아니고 남의 청첩장이라는 게 결국 처치곤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상관은 없지 싶다.
주례도 없었다. 딱히 주례를 부탁하고 싶은 지인이 떠오르지 않았던데다 대부분의 하객들이 지루해하고 별 기억도 남지 않는 주례를 위해 사례비로 수십만원을 쓴다는 게 비효율적이란 생각이었다. 대신 양가 아버지가 축사와 성혼선언문을 읽고 우리가 스스로 혼인서약서를 읽는 것으로 대체했다. 요즘 지인들 결혼식을 하면 절반 정도는 주례가 없고, 그 시간을 신랑신부가 준비한 특별한 영상이나 지인들이 마련한 축하영상 등으로 대체하는 것 같던데 주례만큼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부케는 '스드메'를 계약한 플래너 업체에서 서비스로 준 부케와 부토니에를 써서 금액은 0원이었다. 생각보다 선택지도 많았고 퀄리티도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수많은 결혼식을 다녀봤지만 누구도 신부가 든 꽃이 무엇인지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심지어 당사자도 부케를 기억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굳이 아쉬웠던 점(?)을 찾자면 한복을 맞췄다는 것이다. 주변을 봐도 다들 한복을 대여한다는데 우리는 어쩌다 가격을 알아보니 대여나 맞춤이나 별 가격 차이가 안 난다는 이유로 한복을 맞췄다. 게다가 당시 시어머니가 점찍은 종로 모 한복집이 있었고, 결혼 전에는 왠지 어려운 시어머니께 반기를 들기가 조심스러워서 결정하시는 대로 따랐다. 가격이 생각보단 저렴해서 친정엄마 한복도 거기서 맞췄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 우리 부부의 한복은 아이 돌 때 딱 한번 입고 옷장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명절이라고 해서 딱히 한복입는 분위기도 아니고, 우리끼린 우스갯소리로 이거 입기 위해 한복 입으면 무료입장이라는 경복궁이라도 가야 하나 할 정도다.
여튼, 결혼준비를 할 땐 조금은 주변에 귀와 눈을 닫는 자세도 필요하지 싶다. 주변 간섭뿐 아니라 요즘은 인터넷과 SNS도 결혼준비를 하면서 많이 참고하는데 자칫 우리와 상황도 취향도 예산도 천지차이인 생판 남의 결혼준비를 맹목적으로 따라하게 되기 쉽다. 생각해보면 결혼준비도 육아도 다들 생전 처음 해보는 거다보니 뭐가 진짜로 필요하고 불필요한지 냉정하게 식별해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상술인지 현실인지 모를 각종 후기와 조언들을 따르게 되고 남들이 다 하는 것 같은데 나만 안 하면 왠지 안 좋은 결과가 따를 것 같아서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때 불필요하지 않나 싶었던 건 막상 지나고 나면 정말 더 쓸데없더라. 특히나 우리처럼 다소 빠듯하게 결혼준비를 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