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by 혜성

꼴깍

독금물 한 잔을 잔뜩 삼키고는
죽어버려

점점 가빠오는 숨을 고르고
오렌지 껍질로 만든 관에 들어가
오렌지로 만든 매트리스 위에 누워
긴 잠을 청할게

언젠가 이 세상에 독이 잔뜩 든 열매들만 넘쳐난다면
그때 나의 무덤을 찾아와

그때쯤엔 내 무덤은 조그마한 과수원이 되어서
아주 큰 오렌지 나무가 반겨주겠지.

꼴깍

오렌지 한알을 전부 삼키고는
떠나버려

나처럼 죽은 이들을 찾으러.
우린 너희를 위해 죽었으니.


또 다른 작고 슬픈 과수원을 찾으러 떠나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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