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 Nov 01. 2024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제1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새롭고 날카로운 날들이 나를 찔렀고 상처는 남지
않았지만 계속 쓰라리긴 했다. 뭐 그래도 아픈거에
익숙하였기에 그냥 참으며 살기로 하였다.

그렇게 몇달이나 지났을까.
타인과 마지막으로 말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성격이 원래 내성적이니 그랬겠거니 넘겼고 내가 걷는 길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단 사실을 알았을 때는 나에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구나 하고 샤워할 때마다 샤워타월로 피가 날 정도로 빡빡 닦았다. 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서 걱정 없이 더욱 세게 말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빛에 위안받았고 아직 나를 쳐다보긴하는구나 하며 스스로를 안도시켰다. 그렇기에 그 눈빛이 너무 뜨겁고 날카로워 내 눈이 빨강게 충혈되는 것 따위는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혼자임이 무섭거나 외롭진 않았다. 다만 조금 지루할 뿐이였으며, 점차 티비와 게임 마저 지루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냥 그 무기력함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게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새로운 재미를 찾기위해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독서라는 취미를 가져보기로하였다
도서관에는 사람들이 있어 들어가지 못할테니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조금의 소음마저 없는 멍청한 새벽마다 동네 재활용장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책을 찾는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한권한권 보물찾기 하듯이 찾아내며 나날히 읽는 것이 삶의 낙이 되었다..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발견한 백과사전에서 "미움"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깨닫게 되었다
'미움이구나, 미움을 실천 중인 게 나인가? 아 아니구나.. 난 그저 미움의 대상이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난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고 원망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였고
그때는.. 아니.. 사실 아직도 이유 없는 미움은 없다고
믿고있기에.. 그냥 내가 뭔가 잘못했었겠거니 미움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을 테니 슬퍼하고 원망할 자격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슨 저주에 걸린 것이라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예를 들면 전생에 죄인이었거나,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 원한을 샀던가.. 그런 것 말이다.

행이나 가자 생각했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원래 이 세상에 나만 있던 것 마냥 살려고 하였다.
그러나 미움은 생각보다도 더 큰 존재였다.
날 단순히 피하고 상처 입힐 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들을 갖고는 홀연히 떠나가기도, 내가 가려는 길을 막아버리기도 하였다. 슬프진 않았다, 화나지도 않았다. 그저 공허했을 뿐이다..


옥상에 올라갔다. 잠깐 미쳤는지 엘레베이터도 고장난 마당에 옥상에 가면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당연히도 괜찮아지지는 않았다.
23층이 꼭대기인지라 숨이 가팠지만 그래도 하늘에 별을 보며 좀 쉬자고 생각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하나도 없다. 항상 이맘때면 별이 잘보였는데... 저 별들도 날 미워하는건가 생각이 들었다.
옆을 돌아보았다. 커다란 나무에 나뭇잎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겨울이 아닌데도.나무들 마저도 나를 미워하는 중인가 보다.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난간에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도로 옆에 화단이 보인다. 분홍꽃, 노란 꽃, 하얀 꽃.. 이쁘기도하다.
그렇지만 난 저 사람들이 거니는 아주 하얀 도로의 블럭 틈새에 조그마하게 피어난 붉은 꽃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도 혼자였고 미움받고 있는 게 분명해보였다.
화단에서 안전하고 이쁘게.. 관리 받으며 자라난 꽃들은 그
아이를 비웃는 듯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반면 그 아이는 언제 밟힐지 모른 채 두려움에 허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아아... 힘들겠다...' 정작 나의 상태는 신경도 쓰지 않고있었지만, 꽃 따위에게 동정하고 있었다.. 꽃을 보니 그제서야 조금씩 나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팠다. 이제와서 아파하는게 맞나 싶었고 너무 늦게 깨닫게 된거같아 스스로를 다시금 자책했다.
한편으로는 나와 같이 외로이 피어났지만 나와는 다르게
어여쁘게 피어난 꽃을 동경했다.
꽃은 내게 너무나 외로우니 입맞춤을 해달라고 말하였다. 나도 외로웠으니 그에 응답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아이에게 입맞춤을 하기 위해 이제는 내려갈 것이다, 그렇지만 계단은 너무 느리다. 그렇게 내려가다간 도착하기전에 누군가에게 밟혀 바스라질 것이다..난 그런 슬픈 일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입맞춤을 하기 위하여 그아이를 향해 몸을 던질 것이다.


꽃이 가까워진다. 조금씩 더 선명해진다. 아아.... 꽃이
아니었구나.. 언젠가 내 팔목 언저리에서 떨어진 빨간
얼룩이었구나.. 그제서야 세상이 조금 미워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