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던 한 꼬마가 있었어요. 새로운 학년이 되고 선생님께서 주신 질문지에 적하 '가장 좋아하는 것과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는 질문을 본 꼬마는 작은 손으로 좋아하는 것엔 영화와 별을 적었어고 가장 싫어하는 것엔 귀신과 좀비를 적었어요. 순수하고 바보 같은 귀여운 꼬마였죠. 그 꼬마는 점점 나이를 먹고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어요. 1학년 처음 등교한 날 자기소개 시간.. 선생님께서는 그 꼬마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가장 좋아하는 게 뭐니?" "음악이랑 영화요" 꼬마가 대답한 뒤로 선생님께서는 바로 다음 질문을 하셨어요. "그럼 가장 무서워하는 건?" 꼬마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싫어하는 게 아니고 무서워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무서운 건 완전히 달라서 당황스러웠지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서둘러 벌레라고 대답을 한 뒤 다음 친구에게 차례를 넘겼어요. 그리고 자칫 입 밖으로 나올뻔했던 '사람들이요'라는 대답은 황급히 붙잡아 목구멍으로 다시 삼켰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꼬마는 성인이 되었고 어딘가가 아파져서 병원에 찾아갔어요. 병원에서도 초등학교 때 주던 질문지를 똑같이 줘서 꼬마는 반가운 마음에 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빵>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
'최근에 갔던 여행지는?'
<여수>
.
.
.
'최종학력을 적어주세요'
<대학교 자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멍 때리기>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나>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사람드...>
꼬마는 슬퍼졌어요. 귀신과 좀비 대신 싫어하는 칸에 써진 한 글자가 무서웠어요. 무서워하는 것을 쓰다가 펜을 놔버리고는 병원에서 나와 계속 달렸어요. 어디 가는지도 모르는 채 무서운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렸고 호흡이 더 이상 꼬마의 말을 듣지 않을때 겨우 달리기를 멈추고 하늘을 보았죠.
하늘엔 별이 있었어요.
한 꼬마는 소년이 되었고, 소년은 어른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어른은 어린 시절 무식할 정도로 순수했던 한 꼬마아이를 동경하고 그리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