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쓰러졌나..' 사람들이 모여서 119에 신고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려고하는걸 보게된 나는 발걸음을 돌리고 갈길을 가려했지만 누군가가 큰소리로 "사람이 죽었다" 라고 소리치는걸 듣고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요..이런 생각이 나쁘다는 걸 알지만..일종의 동경이라고 해야할까요.. 조금은 부러웠죠.
누구는 죽으려고 별 짓을 다해봐도 멀쩡히 살아있는데 저 사람은 길을 걷다가 죽어버리니 부럽죠.. 그동안 내가 죽으려고 쓴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 억울했어요.
'저 사람은 가정이 있고 직장이 있을텐데 신이 왜 데려가는 걸까?', '부모한테 버려진 고아는 왜 죽지도 못하는 걸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팔목을 봤어요. 어떤 상처가 내가 가해자인 상처이고 어떤 상처가 내가 피해자였던 상처인지 구분이 안가더군요. 그 상처를 새겨준 이들을 다시금 원망하며 소매로 다시 상처를 덮었어요. 겨울이라서 긴팔을 입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어서 참 좋네요. 상처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기 위해 자리를 뜨려는 순간 사람이 죽은게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되는듯이 몰려드는 역겹고 짜증나는 사람들이 보여 헛구역질이 나려는걸 겨우 참고 그곳을 빠져나왔어요.
"젊은 친구가 딱하기도 하지.."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말씀하시는걸 듣고는 왜인지 모르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나를 이끌었고 죽어가는 사람을 구경하러가는 저 역겨운 것들과 같아지는거 같아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많고많은 인파를 생각보다 손 쉽게 통과하고 쓰러진 사람을 보았어요. 제가 그곳에 누워있더라고요.
'내가 흔히들 말하는 그 귀신인건가.. 진짜 내가 죽은건가..'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알아차릴 틈도 없이 구급대원들이 와서 cpr을 하기 시작했고 제세동기를 준비하더군요. 그들에게 나는 안보이겠지만 무릎을 꿇고 빌었어요.
"제발 살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냥 놔주세요.. 제발"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죽기도 어려우면 어쩌자는거에요.. 그냥 포기해주세요.. 괜찮아요.. 이만 가게 해주세요"
눈을 감고 빌고 빌다가 다시 눈을 뜨게되었을땐 한 구급대원이 날 손으로 치는게 느껴졌어요.
"괜찮으세요? 정신이.."
스스로만을 미워하던 난 그때가 되어서 이 세상이 그 무엇보다도 싫어졌어요.